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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병일기

봄날의 소나기

마음 울적한 날에 갑자기 천둥이 치면서 소나기가 내린다.

비 옷도 입지 않고 봄날에 맞는 화사한 자켓을 입고 현관문을 나서는데 갑자기 소나기가 내린다. 거기다 천둥까지 코러스로 작작내리는 비 속에서 우산에 부딪치는 빗방울의 리듬이 내 마음까지 속 시원하게 한다.

우리 동네 근처 보금자리주택과 삼성엔지니어링이 생기더니 급기야는 아파트 단지내에 마을버스가 신설되었다. 조용하게 살아 온 동네가 정말 이제는 옛 모습을 잃어가고 있다.

이제는 차조심, 사람조심을 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음에도 나는 아직도 옛 서정을 꿈꾸고 있어 상처를 받기도 하는 것 같다.

내가 조금 노력하여 세상이 바뀔 수 있다면 나는 세상을 조금씩 조금씩 바꾸는데 밑거름이 되고 싶었다. 대학시절 학생운동을 하는 친구에게 너는 운동을 잠시 하지만 "나는 정도의 길을 통해 인정하는 곳에서 세상의 작은 변화를 묵묵히 실천하겠다"라고말하곤 했었다.

이청춘 작가가 말한 회색인이 나는 되고 싶지 않았다.

작가는 죽었지만 나는 그를 사랑한다.

적어도 산다는 것은 자신의 색깔을 가지고 살아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불의와는 타협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선한 일에 동참할 것이다.

나는 사람을 사랑할 것이다.

나는 세상의 가장 낮은 곳에서 드러나지 않는 삶을 살 것이다.

나는 나를 존중하면서 살 것이다.

등등의 나에 대한 결심과 다짐을 하여 살아온 현재가 바로 오늘의 나다.

나는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는 것,

그리고

나름의 아름다운 사람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싶다.

외모가 아닌 아름답고 정의롭고 진진함을 사랑했던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갑자기 내리는 소나기가

어제의 불편했던 내 마음을 정화시켜 주는 것 같다.

내리는 빗줄기와 꽃 거두고 새 잎을 돋아내는 자연의 싱그러움을

보면서

오늘 하루도 나의 길을 걸어가고자 한다.

비록 이 길이 조금 외롭다 할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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