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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병일기

엄마의 사랑

매일 아침 출근 길에서 나는 늘 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허둥거리면서 뛰어가는 한 청년을 만나곤 했다. 그런데 하루는 내가 조금 늦은 출근을 하던 날 그 청년이 어머니와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모습이 발견되었다.

청년은 혼자 가겠다는 뜻이고 엄마는 그를 염려하는 모습이다.

늘 바삐 머리에 물기도 채 가시지 않은 모습으로 티샤츠에 가방을 메고 뛰어가는 그 청년이 가끔은 그가 뛰어가는 이유가 궁금한 적도 있었다. 그런데 그들 모자의 곁을 스치면서 들려오는 소리는 청년은 혼자서 가겠다는 것이고 어머니는 무언가 더 채겨주고 싶어서 채근을 하는 정경이었다. 오늘도 그 청년이 뛰어간다. 나는 그 처럼 뛰어가는 열정을 간직하고 있나?

나 자신에게 물어 본다. 가끔 보는 그 청년의 어머니 모습에서 그 청년이 조금 지능이 떨어지고 남 보다 조금 다른 구석이 있음 법함을 어림짐작으로 알게 되었지만 나는 그 청년의 열정이 부럽다.

그리고 나의 출근 길에는 노란 장애인학교 버스가 정차하는 곳이 있는데 그 곳에서 매일 자신의 차로 운전을 해서 그 정류소에 도착하여 엄마 보다 더 덩치가 큰 아이를손으로 꼭 잡고서 인솔 교사가 있는 차에 승차시키는 풍경을 본다. 아마도 아들이 몹시 학교에 가기 싫은 날은 아버지까지 동원이 되어 엄마가 아이의 손을 잡고 아버지는 등을 또닥이면서 버스에 오르도록 한다.

내가 사는 고덕에는 장애인시설이 많이 있어서 다양한 장애인들을 생활 속에서 만날 수 있다. 매일 전쟁을 치르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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