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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병일기

긴 6개월의 마감일

긴 6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나갔다.

어떻게 6개월이 지나가는 지도 모르게 반년이 흘렀다. 어느 해 보다 만적으로도 많이 힘든 기간이었지만, 그래도 다시 안정을 찾아가고 있어서 마음적으로는 다행이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 토요일 아침에 우연히 콩국수를 쉽게 만드는 방법이 소개 되어 마침 주밀에 콩국수를 만들 예정이었는데 하루 당겨서 쇠뿔도 당긴 김에 당긴다고 콩과 물이 1:2로 중간불에 30분정도 삶으니 콩 삼기는 끝. 믹서에 갈고 나니 준비는 끝이나고 모처럼 콩죽도 만들어 먹었다. 그동안 편히 살았는데 아드님이 오고는 남들 처럼 찬 걱정을 한다. 어찌 보면 사치같은 이런 걱정거리 속에 나도 몸을 움직이니 힘은 들어도 생기는 있는 것 같다.

 

아들이 고기를 구워먹다 눈동자에 기름이 튀어 눈알이 빨갛다 못해 피빛이다.

항상 눈병에 시달려 본 나로서는 아들에게 안약을 넣어 주면서 걱정이 앞선다. 매사 아직 손이 필요한 아들이 성인이 되었다. 이제 6월이면 아들은 성인이고, 나는 아들을 성인으로 대우를 해야 한다.

성인식을 거창하게 해 주지 못하였지만, 요즘 아이들은 이미 모든 것을 경험하기에 우리들의 지난날처럼 축하하거나 센세이션할 만한 이벤트도 없는 것 같다.

나의 성인식은 명당 오비스 캐빈에 작은 삼촌이 호프로 해 주었던 기억이 나는데 아들의 성인식과 생일을 어영구영 지나치고 말았다.

 

생애 한 번 뿐이 이 날을 내가 참 성의 없이하여 마음이 많이 불편하다.

공괴롭게도 아들 생일날은 비가 왔고, 나는 다음날 행사 준비로 우중에 먹거리 시장을 보느라고 신경이 주삣주삣 서 있었으니 아들 생일을 기억하지 못할 수 밖에...

착한 아들은 25일 아침 나에게 "엄마, 너무 한 거, 아니야?"라고 말한다.

그 말 끝에 나는 무신경하게 "뭐, 내가 뭐 잘못했니?"라고 되묻자 아들이 하는 말 "엄마 정말 내 생일 잊은 거야?" 아~아들이 생일이 6월 23일이었음이 내 머리를 스친다.

"정말, 미안! 엄마가 요 사이 정신이 없어서... 그만....."

 

요사이 나의 일상이 이렇다. 산다는 것은 순간순간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참 많이 잊고 간과하고 사실 내실이 없다. 하루하루 닥치는 일을 하다 보면 진정으로 꼭 기억해야 할 것들을 잊곤한다. 가까운 친구에게도 무심하기도 하고, 가까이에서 안부전화를 해도 그냥 건성 대답을 할 때가 참 많다.

삶의 의미 부여가 너무 불감증 수준이다.

새로운 7월이 오면 나도 가슴의 온기를 느끼는 사람이고 싶다. 기뻐하기도 하고 슬퍼하기도 하면서 말이다.

7월이 오면, 빠른 과일들처럼 나도 빠른 가슴의 온기로 친구와 사람들을 챙기면서 내 마음을 속 시원하게 화통하게 살아내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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