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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병일기

너무 선한 사람

너무 선한 사람은 왜 가난한가?

 

6월 한참 논마늘이 나오는 때이고, 그동안 묵은지에 식상한 입맛을 위해 겉저리, 열무김치를 담는 계절이다. 집안 일로 은행에 들렸다. 우연히 시장 길에 들어섰다.

햇 마늘이 실한 것이 가격도 저렴하다. 나는 조만간 마늘도 사야지 하는 생각이 있었는데 정작 마늘을 보니 눈길이 갔다.

내가 마늘을 바라보는데 내 옆에서 한 남자가 "이건, 정말 산거야."라고 말을 한다.

한 여자가 마늘 더미 앞에서 낫질을 하고 있다.

그녀는 앉아서 일을 하고 나는 서서 마늘을 보고 있기에 그녀가 짧은 머리에 부시시한 모습으로 열심히 마늘대를 자르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 갑자기 그녀가 그리고 야채를 팔고 있는 그녀의 딸에게 눈길이 갔다.

그리고 잠시 후에 그녀가 분주히 손을 놀리면서 아까 내 귓가에 "이건, 정말 산거야"라고 말한이에게 "당신은 마늘 파는데 신경쓰고, 딸내미는 야채 책임져!"라며 기운없는 말로 말하는 것을 나는 듣고서야 그가 그녀의 남편임을 알았다.

 

나는 남자에게 실한 것으로 골라서 두 다발을 사겠다고 말하니 그녀의 남자가 실한 것을 찾아서 여자 앞으로 내려 놓는다. 마늘장수 아낙은 내 앞의 손님 것을 마치고 다시 내게 팔 마늘의 대를 분주히 자르더니, 비닐 봉투에 마늘을 2개씩 헤아리면서 담는다. 사실 나는 수치가 약해서 아마도 장사를 하라면 항상 어림으로 하여 손해를 볼 타입이다. 마늘을 파는 그녀는 내가 어떤 말도 하지 않았는데도 자른 마늘대를 헤치고 추가로 미리 짤라 놓은 마늘을 더 추가로 넣고 있다.

 

참 기가 막혔다. 그리고 삶에 대한 애환이 느껴졌다. 마늘 한통, 덜 먹는다고 손해를 보는 것도 아닐덴데.... 장사로 이력이 나 있는 그녀가 거친 손으로 마늘통 50개를 세어서 넣어 준다. 그냥 다발에서 자른 것만 넣어주어도 되는데 말이다.

비록 그녀가 시장통에서 장사를 하지만 나는 그녀의 성실함과 그녀의 노고에 감사할 따름이다. 그녀도 여자일텐데.... 허리를 구부리고 낫질과 마늘통을 세고 있어 자세히 그녀의 얼굴을 보지는 못했지만  그녀의 일을 도와주고 있는 따님의 얼굴이 너무 곱상이라 그녀의 젊은 날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녀가 잘라 준 마늘을 한접 사서 들고 시장 길을 나오면서 그녀가 너무 헐값에 마늘을 판 것은 아닌지? 그녀의 바지런한 손과 그녀의 양심적인 모습에 세상 사람들이 모두 이 시장에서 만난 여인처럼 자신의 일을 충실히하고 서로 속이지 않고 사는 세상이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나 자신도 너무 인색하게 사는 편이라 뭐라 말 할수는 없지만 묵묵히 양심을 속이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기에 이 세상이 잘 굴러가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녀에게 산 마늘로 주말에는 열무 김치를 담구어 가족들과 시원한 콩국수나 나누어 먹어 봐야겠다.

시장에서 만난 선한 사람을 보고 나도 오늘 하루 내 일에 최선을 다해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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