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은 상당히 분주하고 힘들게 한해가 시작되었다.
1월부터 3월까지 무엇이 그리 바쁜지 야근, 행사 참가 등등으로 정신을 차리고 보니
온 세상에 꽃 사태가 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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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너무 지치고 힘이들어서 뒤산에 올라 보니 노란 개나리가 활작 웃으며, "뭐 그리 힘드니?" 라고 묻는 둣이 활작 웃어 준다. 노란 그 빛깔 덕 택에 힘을 얻고 산을 내려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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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말경, 옷깃을 여미는 때에 바위 틈새에 피어나는 초록 잎새를 보면서 나는 곧 봄이 오겠지라는 희망의 단어를 머리 속에 떠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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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에서 4월 온 세상의 모든 꽃이 동시에 피어났다.
벚꽃도 예년보다 15알 일찍 피어나고, 키 작은 제비꽃도 제 아름다움을 뽑내고 있다.
키가 작고 작은 꽃이지만 그 자태만은 정말 싱그럽고 새침한 것이 참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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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올해도 목련은 피어나 그 아름다움을 풀어 헤치면서 "나, 좀 봐라"라고 속삭인다.
그 곱고 깨끗한 꽃잎이 일주일이 지나니 빠르게 지고 있다.
아름다움은 영원할 수 없는 것 인가?
그러기 아름다운 꽃도 여인도 호시절이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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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두꽃도 목련 옆에서 피어나서 붉고 달콤한 결실을 꿈꾸면 빛나는 자태를 보여주고 있다.
자두도 앵두도 살구꽃도 저 마다 피어나는 2014년은 너무 충만한 4월,
꽃 세상을 만들었지만 과연 이 꽃의 미래는 열매를 맺기 위함인을 우리는 잘 인식하지 못한다.
오히려 꽃이 인간을 기쁘게 해 주기 위해 피어나는 것으로 착각을 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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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나라에서 온 명자나무도 붉은 꽃을 피우고 이국의 정취가 묻어나는 시크라멘도 붉디 붉게 피어 오른다. 어린 시절 열망과 흥분으로 들떠 있던 시절, 나는 이 시크라멘을 보면서 마음을 달래던 시절이 있었다,
그 붉은 빛이 내 마음 같아서 나도 모르게 꽃을 봐라다 보다 눈물을 뚝뚝 흘렸던 적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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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꽃을 보면서 이국의 짚시 여인처럼 세상을 방황하면서 달을 보고 산골의 새소리를 들으면서 야생의 삶을 꿈꾸던 젊은 날의 아린 기억도 생각난다.
꽃을 보고 있으면 나는 참 행복하다.
마치 아기의 자는 얼굴 같은 꽃들을 보면서 나는 꽃들이 하고자 하는 말에 귀를 기울이면서 물을 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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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말, 철죽 꽃 마저 피고 이제는 지려한다.
꽃이 지면 스산스러운 이 봄도 물러가려나?
분주하고 고달픈 마음을 내려 놓고,
나는 이제 마음을 진정하고 새로운 내 삶을 꽃이들이 곷을 피우고
행복한 퇴장을 하듯이 나는 나의 봄을 이제 보내 주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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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봄날을 어느날 회상할 때, 그해 2014년은 너무나 힘든 봄이었지.
그리고 너무 아픈 봄이었지.
그 시절을 내가 잘 겪어 냈기에 오늘이 있는 거지라고 말하고 싶다.
봄날의 화려함 속에 나는 철저히 고독하고, 철저히 고독하였다.
그러나,
이런 날들도 다, 지나가리라는 것을 믿기에,
내 양심과 내 이성의 굴레 안에서 나는 나의 길을 걸어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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