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를 맞는 시간은 2시 40분 예약인데 실제로 주사를 맞은 시간은 5시 40분경이었다. 병원을 행정을 몰라서 이기도 했지만 그래도 불치병을 다루는 종양내과 치고는 몹시 아쉬움이 많다.
투병 중인 환자입장에서 주사를 맞기 위해 대기하는 이용시설과 돈을 계산하는 곳과의 사뭇 다른 인테리어를 보면서 묘한 섭섭함과 비 인간적인 생각이 든다.
섭섭함도 잠시 같은 환우를 만나니 마음의 평정심을 되찾았다. 드디어 올것이 왔다는 생각이 든다. 어려운 지경에도 원주, 대전 등 멀리에서 온 환자들을 보면서 더욱 마음이 아팠다. 나야 택시를 타면 40분이면 도착하지만 그들이 편히 집에 돌아 갈 수 있도록 기도를 한다.
그리고 내 안에 첫 나들이 온 함암제에게 인사를 밤새 나누었다. 그리고 내 몸의 세포 등에게도 그들을 힘껏 안아 주고 이뻐해 달라고 기도 했다. 나의 몸 속에 머물다 떠난 암 덩어리에게도 미안하다고 사죄를 했다. 무언지 모르지만 오랜 동안 나의 육체를 힘겹게 했는데 그것의 정체가 암이었다.
떨어져 나간 가슴에게도 이별을 고하고 싶다. 나의 소녀시절, 처녀시절, 결혼시절 동거동락한 나의 일부에게 미안하다고 사죄를 한다. 내가 평소 내 몸과 대화를 잘 나누었더라면, 조금만 더 내 자신의 건강관리에 주의를 기울었더라면....
오늘은 같은 병실 환우들을 많이 만나서 참 좋았다. 동병상련이 이렇게 좋을 수가 허동엽, 이영애, 원댁, 대전댁 그리고 병실에서는 못 만났지만 조경란선생님 모두 모두 좋은 공부를 하고 있는 인생의 길 동무들이다.
수양하는 마음으로 암과의 대화를 통해 각각 그릇 만큼 깨달음의 축복이 있었으면 한다. 그리고 힘겨움에도 나와 같이 병원에 방문해 주신 친정아버지, 시어머님께도 주님의 평화가 충만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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