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대길 건양다경이라 했다. 마치 겨울잠을 자고 일어난 느낌이다. 마지막 불꽃을 피우듯이 1월을 보냈다. 여기저기 입사원서를 내고 면접을 3곳이나 보았다. 내 나이에 노익장이다. `넌, 왜 취업을 하려고 하니?'라고내가 나에게 물었다. 이 물음에 답은 없다. 그저 사회 참여, 무언가의 소속에 대한 편안감 등이 내 머리를 스쳐 지나가 갔다. 모든 것이 시작되는 2월이다. 기회와 일들이 활개를 친다. 초등학교 길목에 서 있으면 아이들의 재잘거림에 꿈이 뭉글뭉글 피어오른다. 나도 그러고 싶었는지 모른다. 산다는 것은 존재의 이유인지도 모른다.
올해를 어찌 살아보고 싶은지 아직 방향을 잡지 못해 1월 내내 아이를 품고 있는 임산부처럼 약간의 불편함과 기대감이 복차했다. 2곳의 발표를 보면서 다시 생각을 재 정리해 보았다. 나 자신의 시간을 온전히 사용하기 위해 `정말로 취업이라는 수단을 해야 하는가?' 곱씹어 물었다. 온종일 일에 매달리는 고용관계는 지겹게 해 보았다. 이제는 그런 노예 같은 삶이 아닌 나 자신을 추스르고 나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하는 시기인데도 나는 아직도 그동안 살아왔던 패턴을 유지하려는 어리석음에 빠져 있다. 만약에 취종 합격 소식을 가정했을 때 나는 역시 혼란스럽다. 정말 잘 결정한 일인가를 묻게 된다.
삶의 시간은 많지 않다. 오늘의 내 결정이 1년을 경정짓는 것이지만 먼 후일 그때 그 일을 하지 않고 나 자신을 위해 즐겼더라면 하고 후회할 수도 있다. 2025년 직업이 없이도 프리랜서의 삶을 시도해 보았다. 자유시간을 내어 즐기고 일하고 싶은 때는 일하고, 공부하고 싶은 것은 밤에 했다. 지나고 보니 열심히 살았고 재미도 있었다. 한해를 충실히 살면 그처럼 또 한번 더 살아보고 싶기도 하다. 오늘 아침 우연히 파일 정리를 하다가 오래 전 녹음 방송을 들었다. 내가 열심히 팟캐스트를 했던 녹음본이었다. 눈이 번쩍 열리는 느낌이다. 그때는 몰랐지만 재미있게 일하는 나를 만났다. 내가 잊고 있었던 나의 본 모습이다. 내 주변의 조력자들이 많아 시도할 수 있었고, 그들이 나를 이끌어 주었다. 이제는 모두 각자의 길을 걷고 있지만 잠시 조우는 내게는 아름다운 추억이 되었다. 궁금하면 무조건 달려가 배움을 시도하는 것이 나의 특징이다.
나는 늘 스스로 나 자신을 성장시키고자 애쓰는 사람이다. 나의 대학 논문 주제가 자아실현이었듯이 나는 내 자리에서 끊임없이 노력하고 나 자신의 가능성을 찾아 산승이 도를 닦듯이 나 자신을 격려해 주고 있다. 1월 중반에 내게 주어진 미션이 있다. 소소한 일이지만 지역공동체를 돌보는 일을 맡았는데 이 일에 충실하기로 결정했다. 내 자유시간을 즐길 수 있고 적당히 소소한 활동을 병행할 수 있다. 과욕을 부리지 않고 가능한 혼자서 수행 가능한 것에 집중하여 올 한 해를 살아 봐야겠다. 올해 처음 시작한 철새조망대 봉사 활동을 하는 금요일마다 혹독한 추위가 있어서 힘에 겨웠지만 좋은 경험이다. 한강의 새들을 매주 보는 것은 큰 기쁨으로 내 마음이 한강 물처럼 넓고 편안해진다. 한강에서 보는 도봉산은 아름답다. 산과 강과 사람이 아름답다. 입춘을 통해 나는 새 마음으로 진정한 2026년을 맞이한다. 올해도 잘 살아 보자. 나 자신을 내실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 가면서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살아 보겠다는 결심을 하는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