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제일 싫어하는 일이 건강검진이다. 가능한 하지 않고 넘어가기를 바라는 일이다. 어쩌다 보니 연말이 되어서야 10월 말에 시간이 나서 건강검진을 하러 갔는데 수면 내시경과 대장암 검사는 결국 11월을 넘겨서야 예약이 되었다. 미리 검진하여 건강을 지키자는 것이 검사이기는 하지만 만약 병명을 모르고 시름시름 앓다가 간다면 자연사이지만 병원에서 병명을 알고 죽는 것은 특정한 병을 죽음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은 선택의 문제이지 아닌가 하는 무식한 생각을 종종 한다. 의사가 들으면 깜짝 놀랄 일이지만 나는 자연에 순응하는 방식이라는 막연한 생각이 있다.
65세를 맞이하기 위한 준비로 친구가 생일 파티가 중요한게 아니라 건강검진이 더 중요하면서 등살에 밀려서 건강 검진을 접수했고, 이제야 건강검진을 마쳤다. 대장에서 근종 한 개를 떼어 냈다고 한다. 나는 게으르고 삼시 세 끼를 먹는 사람으로 김치 없이는 식사를 못 하는 토종 한국사람인 것이다. 그런 내가 3일 전부터 준비단계와 검사 이후 식사 조절이 내게는 너무 힘겹다. 친구 덕에 건강검진을 한 소감은 짜증 나는 일이기는 하지만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문명의 이기를 거슬릴 필요가 없다는 것이 옳다. 올해는 너무 바삐 사니 감기도 덜 걸렸지만 그래도 깔끔하게 감기 기운이 없는 것은 아니다.
매일 해야 할일로 숨 가쁘게 살다 보니 유일하게 입에 맞는 것은 커피뿐이다. 커피량이 자꾸 증가되는 요즘 내게 경종을 울린 건강검진 검사다. 한 동안 잊고 살았는데 내 건강에 대한 생각을 새롭게 고쳐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자주 병원을 찾아가고 가래로 막을 것을 일을 크게 만들지 말아야겠다. 요즘 내가 좀 혼란스러운 것은 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아서 다 하고 싶은 것 때문에 나 자신에게 맞는 일정대로 시간을 계획하면 살려고 한 해를 보냈다. 최근 지역의 봉사활동을 하는 일에 작은 미팅을 하고 있는데 공 괴롭게 검진날 미팅자리에 잠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회의에 참여했는데 나도 모르게 자꾸 짜증이 났다. 차라리 솔직하게 말하고 그 자리에 참석하지 않았다면 좋았을 텐데. 그 회의에 참석한 사람이 "평소 당신답지 않고 무척 불쾌하다."라고 말을 했다. 그런 그가 나도 싫었다. 그가 마지막에 "내가 나이를 먹도 너 보다 위인데..."라는 말을 듣는 순간 나는 바로 "전 건강검진 때문에 잠이 부족해서 회의 결과만 카톡으로 알려주세요."라고 말을 하고 나왔다.
속이 상했다. 너무 피곤하다. 어떻게 걸어서 집으로 돌아 왔는지 모른다. 오자 마자 흰 죽을 끓여 먹고 잠이 들어 아들이 전화를 해도 몰랐다. 그리고 일어나 보니 새벽 5시 무려 10시간 이상 잠에 빠져 있었다. 잠시 마취를 당하는 것이란 이런 후유증과 나의 머리를 나쁘게 만드는 것 같다. 어쩌거나 건강검진은 필요악이다. 주변에 건강염려증에 빠져 있는 친구들도 딱하지만 나처럼 불감증을 갖은 이도 문제가 있기는 마찬가지다. 새벽 6시에 다시 흰 죽을 먹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제 내 정신이 돌아온 것 같다. 건강검진 때문에 괜스레 한 사람을 불편하게 한 것이 못내 신경이 쓰이지만 나는 왠지 나이 든 사람과의 만남은 좀 답답하다. 시대의 흐름을 따르던지 그냥 남의 말을 좀 듣고 이해하려고 노력했으면 한다. 자신의 고집만으로 자신의 직책만으로 고로함을 모르는 사람들과는 정말 대화하고 싶지 않다. 더구나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없는 사람과는 더 이상 대화를 하고 싶지 않다. 그리고 깨달은 것은 정말 나이 들어서는 싫은 사람은 싫다고 말하고 다시는 그와 만나지 않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인 것 같다. 왜냐하면 처음부터 다시 가르쳐 줄 수 없기 때문이다. 만남은 서로 통해야 한다. 통하지 않는 사람을 다시 만나 새롭게 하는 것은 시간 낭비라는 생각이 든다.
체코 프라하 알폰스 무하가 유명해지게된 지스몽다 포트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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