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해야 할 일과 내가 업무적으로 해야 할 일이 충돌이 나고 있다. 무엇이 우선이어야 할까? 결국 결론은 가족이다. 한국사람인 유전자가 피를 따르라고 한다. 나는 가족이 매우 중요한 사람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내 자신은 늘 사회적인 일과 개인적인 일이 충돌하는데 문제가 있다. 그래도 나는 이 둘을 잘 수행해내야 한다. 나이 60이 되었는데도 한결같은 내 상활이다. 젊어서는 회시일을 붙들고 늙어서는 내 자신의 욕망하는 봉사와 공부로 늘 갈등 국면에 있다.
너무 바쁘니 일기를 쓰는 것 조차 틈을 내지 못하고 늘 복잡한 생각들로 머리가 분주했다. 어제는 과감하게 친구를 만나 사우나에 가서 머리를 쉬었다. 묶은 때를 밀어내듯 생각을 밀어내고 나니 정신이 맑아졌다. 특히나 사람 4명 정도가 있는 큰 목욕탕에서 호사를 누렸다. 모두 바빠서 텅 빈 커다란 공간에서 친구와 오붓하게 목욕을 하고 잠시 찜질방에서 낮잠을 잤다. 마음도 몸도 한결 가볍다. 저녁으로 청하 한잔과 뜨끈한 염소탕을 먹으니 세상 그 무엇이 부럽지 않다. 산다는 것은 정말 간단한데 내가 너무 내 또아리를 틀고 내 생각 몰입하였기에 숨이 막혀 늘 피곤했나 보다. 어쩌거나 올해는 하루를 이틀처럼 바쁘게 지냈다. 가을은 성적표를 받는 계절이다. 수고하고 애쓴 자들의 기쁨의 미소가 빛나는 계절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잘 익은 과일 상자들이 배달되어 왔다. 나는 빨갛다 못해 검은빛이 도는 사과를 보면서 그 아름다움에 취한다. 얼마나 너는 수고하여 나를 만나는 것이냐? 네가 나를 위해 그 먼 여정을 통해 오늘의 나를 만났으니 나는 너를 고맙고 감격하면 한 입 베어 먹으리라. 참 감사하다. 내게 선물을 보내 사람이나 이 과일을 재배한 농부의 애씀을 기억한다. 예전엔 이런 감점이 없었다. 그런데 나이를 먹으니 수고하고 애쓴 사람들이 사물에서 느껴진다. 이것은 오랫동안 내가 수고한 경험이 있기에 느끼는 연민인지도 모른다. 최근 시민대학에 공부하러 가는 길에 서른 살의 나를 만난다. 이마트에서 잘을 봐서 자전거 한편에 물건 봉지를 걸고 자전거로 지나치던 그 길을 공부하러 가는 나는 생각이 많다.
예전에 도로 왼쪽의 도서관을 지나면 새 아파트가 세워 있는 지점의 부동산에 걸려 있는 안내장을 읽으면 부동산이라는 것을 처음 깨닫던 순간, 도로 오른쪽에는 여전이 변함없이 산이 있고 스마트 펌이 있고 그때 그날처럼 은행나무 가로수에는 은행이 농익어 떨어져 똥 네가 난다. 그러나 한참을 걸으면 다시 새 아파트가 우뚝 서 있어 5층이던 낮은 정감 있는 낡음이 없다. 도로와 산은 여전히 옛스럽지만 건물은 높아져 생경스럽다. 구 시대는 가고 새 시대는 새롭게 흘러간다. 나는 그 흘러가는 시대의 끝자락에서 시대에 밀리지 않으려 공부를 한다.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준비하는 과정이다. 과거에는 그냥 나이 들고 살아가면 되었지만 우리가 사는 시대는 나이를 구분하지 않고 늘 준비하고 배워가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세상이다. 아마도 먼 미래에는 이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는 고도과학사회가 정착되면 그때는 이토록 치열하게 살지 않고 공상과학에 나오는 사람들처럼 걱정 근심이 없는 사회가 올지도 모른다. 그런 시대를 위해 현재 우리는 하루하루 변화하고 더 빠른 그 무언가를 추구하고 살아가고 있다.
아이티 공화국의 패권이 정리되면 그 미래사회는 더 빨리 우리에게 닥쳐 오겠지만 그때에 나는 생존해 있을까? 내 바람은 아마도 나의 손주대에 그다음 대에나 만나 볼 수 있을 것 같다. 적어도 3대 이후 세상은 확실히 변화되어 있을 것이다. 먼 미래를 위해 나는 오늘 세상을 염려하고 세상을 보는 눈을 갖으려 애쓰고 있다. 명절이란 오래된 전통이 이어지는 이 놀라운 일에 늘 놀란다. 이것처럼 나의 가정사도 면면히 이어가기를 희망한다. 지금의 나처럼 내 가족사의 그 누군가가 자신을 조금 희생하는 지혜를 발휘하기를 희망한다. 작은 희생 없이 먼 미래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 누군가는 그 가족사의 제물이 되어야 한다. 고대국가들의 시대에 ㅈ물 잔치가 있어 왔다. 인간은 원초적이다. 그런 카타르시스가 없으면 인간은 발전하지 못한다. 바로 씻김이 필요한 것이다. 나는 명절을 씻김의 행사라고 본다. 마치 목욕탕에서 때를 씻어 내듯이 가족들이 모여서 한 해 동안에 있었던 일들을 조상님께 말씀드리고 그들의 경험을 공유하고 생각과 마음의 씻김의 축복을 받고 다시 생을 이어가는 지난한 몸짓이라고 본다. 단지 내가 생각하는 명절의 정의이다.
그래서 나는 명절이면 생각이 많다. 맛있는 음식을 나누면서 그 씻김의 축복을 나눈다. 한점 한 점의 음식을 접시에 담으면서 나는 근엄한 제사장이 된다. 올 한 해도 보살핌에 감사하며 그리고 다시 시작되는 시간들에 대한 축복을 기원한다. 산 자와 죽은 자가 만나는 축제 참 멋지다. 그래도 힘든 것은 사실이다. 머리로는 이해를 하면서 몸은 겉도는 이맘때 나는 내 가족을 하나하나 기억하고 생각한다. 이들이 나와 더불어 성장하고 늘 기쁨이 충만하길 기원해 보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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