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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병일기

타락 천사

 나이를 먹은 것은 그동안 자신의 삶에 책임을 지고 살아 왔다는 증거다.  세상이  흉악하여 맨 정신을 가지고 살기가 힘들다. 아마도 기계문명이 우리를 그렇게 만들어 가고 있는 것 같다. 다시 순수함으로 사람들이 돌아 올 수는 없는 걸까. 최근 신생아를 돌보는 방법을 배우고 있는데 새삼 인간이란 존재에 대한 경이감이 생긴다. 유약한 아기조차도 인격이 있고, 그 만의 생각이 존재한다. 그 영혼의 존재감에 놀라고 무섭기까지 하다. 이처럼 사람은 위대하고 아름다운 존재인 것을. "왜, 우리는 타락 천사들이 되었을까?"   

마음이 많이 아프다.  세상이 너무 각박해서 그리고 내 자신이 너무나 각박해서 순수 그 자체 아기 얼굴을 보면서 나 자신을 리셋한다. 내 삶이 다시 정화되고 싶다. 집 근처 성당이 너무 낙후되어 공사로 길가에서 바라보던 성모상이 없어졌다. 꿍꽝꿍꽝 망치소리가 들리고 늘 그 자리에서 오래도록 서 있던 상이 없어지니 참 이상하다.  부모나 선생이 내 인생에서 없어진다면 이런 기분일 것 같다. 내가 그들을 기억한 그들은 내 가슴 속에서 살아 계신 것이다. 내 안에 있는 그분들에게 부그러움이 없도록 깨어 있어야 한다. 

 

작은 소망으로 시작한 일이 원치 않은 방향으로 갈 때 실망하고 좌절을 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 속에 있으면서 부질없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과의 만남은 즐겁지도 하지만 때때로 많은 시간을 빼기고 사람들과의 부딪침에 지치기도 한다. 사람이 혼자 살 수는 없지만 너무 번잡하여 다 버리고 도망치고 싶기도 하다. 내 마음의 평화가 있어야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 소식이 없어도 그가 있는 것을 느끼고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아 듣는 이가 있기에 행복하지만 그래도 청정무구한 존재 앞에서는 내 자신이 너무나 초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