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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병일기

행동하지 않으면 변하지 않는다

 아름다운 낭송을 들었다. 음성에는 영혼이 깃들어 있다. 순수하고  기쁨이 넘쳐난다. 참 좋은 사람이다. 어쩌면 저리도 고운 숨결을 간직하고 있을까? 그 순수함이 부럽다. 그는 알까 자신의 가치를. 사람들은 정작  자신의 가치나 매력을 모르고 살아간다.  오히려 자신의 좋은 점이 당연히 주어진 것이라 그 고마움을 모르고 사는 것 같다. 내 삶은 샬리에르 같다. 내 안에 무엇이 또아리를 틀고 있을까? 어려서는  누군가의 칭찬에서 나 자신을 인식했다. 그러나 이제는 사회적 관계관계가  느슨하고 좁아진 요즘 내 가치에 대해 나 스스로 생각해 본다.

내가 백화점의 물건은 아니지만 내 영혼이 추구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내가 어디로 가기를 갈구하는지 내 자신과 맞딱뜨림을 해 본다.  젊은 날은 주어진 것들을 꼭 붙들고 웅크리고 살았다. 이제는 내가 나누어야 할 나이가 되니 진정한 삶이 무엇인지 반복해서 묻게 된다. 세월이 흘러 애석하다는 것은 사치다. 여기까지 오기 위해 천국과 지옥을 오간 삶을 헤쳐 낸 내가  자랑스럽다. 지금 살아서 비가 내리는 빗소리를 들을 수 있고, 티없는 하늘을 볼 수 있어서 행복하다.

 

모든 기회는 늘 내게 있어 왔다. 단지 선택하지 않은 것과 선택한 것의 결과로 오늘의 내가 있다. 누군가를 알아 간다는 것이 이제는 피곤하다. 내 삶에 주어진 것이 이제 없다. 단지 내게는 내 삶을 온전히 살 수 있는 기회가 왔다. 다시 대학 초년생처럼 원점에 내가 있다. 지난 주 명동성당에서 미사를 봤다. 파이프 오르간의 소리가 신비롭게 내 귀안으로 스며들었다. 장괘는 사라졌지만 젊은 날 앉았던  그 자리에서 다시 미사곡을 듣는다. 그 어린 시절의 간절했던 나는 오늘의 나를 알고 았었을까? 삶은 예정된 것인가, 아니면 개척해 나가는 걸까.

 

욕망이 사라지는 곳에서는 모든 것이 평화롭고 충만할 뿐이다. 무엇을 가질까, 무엇을 먹을까, 하는 것들이 사라지고 단지 살아 있음에. 내 삶이 한 기점에서 서서 나 자신을 바라다 본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로 가기를 원하는가?, 또 어디로 가고 싶은가? ' 나는 나에게 묻는다. 그 답을 찾기 위해  나는 빗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봄을 재촉하는 비는 나를 붙잡지 못한다. 비가 내려도 하늘이 맑아도 나는 나다. 왜, 관계를 하면서 살아야 하는 걸까? 동양화 속에 속세를 더난 신선이나 입산을 하는 사람들을 본다. 어쩌면 나도 그 길을 따라 가야 할 사람인걸까? 비가 내리고 하늘은 흐린 구름으로 볼 화장을 했다. 흐린 날은 흐린 날대로 좋다. 오늘이 좋다. 아마도 내일도 좋을 것이다.  비가 내리는 지금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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