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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병일기

안부를 묻고 싶은 졸업의 의미

오늘은 1년만에 다시 병원을 찾았다. 그동안 많은 선생님을 만났다. 선생님은 지난 주 검진한 결과를 설명해 주시고, 촉진도 하신 후 이제 저희 병원에 안 오셔도 될 것 같습니다. 가까운 병원에서 정기 검진만 받으시면 되겠습니다.다른 질문 사항 없으시나요? 하시면 웃으신다. 나도 몰랐는데 내가 13연간 이 병원을 오락가락하였다나다. 2005년부터 현재 2019년 해수로는 14년차로 그동안 암이라는 친구와 살아 온 것이다. 

지금도 병원에는 많은 환자들이 오가고 있다. 병원도 많이 달라져서 전에 보다 시설이 좋아지고, 마치 백화점 같은 느낌이다. 그동안 신약도 많이 발전하여 내가 처음 유방암을 판정 받을 때와는 많은 차이가 있지만 그래도 누군가는 질환으로 세상을 떠나기도 한다. 내가 먼저 아팠기에 나는 내 주변에 유방암을 앓는 사람이 물으면 내가 아는 최선의 방식을 이야기 해준다. 그러나 특별한 것은 없다. 

다만 삶의 방식이 과거와는 정말 달라졌다는 것이다. 첫재는 하루를 좀 충실히 살으려 했다는 것, 둘째는 꼭 하고 싶은 일만 하는 것, 세째는 나 자신을 평소에 갈무리하는 습관을 들였다. 무엇보다 내가 실천하면 좋았던 것은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정말 내가 하기 싫은 것은 솔직하게 말하여 거절하는 용기를 낸 것이다. 참는 것, 기쁘지 않은데도 사람 속에 어울리는 것 등등 생활 속 많은 것들을 정리하고 미니멀 라이프를 추구하였다. 

일상의 관계, 생활 물품(욕망을 최소화) 정리, 섭생의 자연식화 등등의 자연을 배우고 익히는 과정을 통해 내 자신이 좀 숙연하고 의연해지려 했던 것 같다. 통원 치료중 만났던 많은 환우들과의 안부 전화 그리고 나의 삶 속에서 나는 행복이란 단어를 만났다. 오늘 내가 느끼고 생활하는 그 자체가 축복이었음을 깨닫고 하루 하루 감사함을 내 안에 충만하게 만드려고 하는 중 바로 아이를 잉태하고 기다리듯이 나의 생각을 감사로 진행중에 놓고 있다.

병원 좋업장을 받고 보니 지난 세월이 파노라마처럼 스친다. 나는 잠실나루역 방향에 놓여 있는 다리 위에서 한참을 한강 쪽을 바라보았다. 멀리 지하철이 달리고 더 멀리 강이 흐른다.  아산병원과 인연으로 나 자신이 새롭게 태어났는지도 모른다. 그 에너지로 나는 일상에서 늘 힘이 난다. 이제 나도 일반인으로 살아간다. 일상의 그 누구가 되어서 삶을 살아 갈 것이다. 모처럼 그동안 연락을 못한 환우들에게 전화를 해야겠다. 모두 모두 잘 살고 있지?라고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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