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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병일기

아이티 공화국이니 이것도 가능한 거죠?

나는 평소 내가 나이를 먹었다는 생각을 잘 못하고 살아 온 사람이다. 문득 버스에서 자리를 양보하는 사람을 만나면 "아, 내가 좀 피곤해 보이나 보다!" 이런 식의 생각을 하고 고마움을 표현하고 양보한 자리에 앉은 적이 있다. 그렇지만 사실 나는 지하철에서는 돌변하여 만일 노약자 석에 빈 자리가 있다면 과감하게 앉는다. 참 나도 이럴 때 내가 나이를 먹었다는 것을 실감한다. 특히나 이런 증상이 심한 경우는 오랫만에 시내에 기관 방문 또는 교육이 있어서 나갔다가 돌아오는 지하철에서는 노약자석이 텅 비어 있고, 정말 피곤해 보이는 젊은이들이 그래도 그 빈자리를 지켜주니 참 고맙고 감사한 일이다. 

아마도 내가 노약자 석을 가끔 애용하기 시작한 것은 작년 팔을 다치고서 의료보호기를 착용하면서 인 것 같다. 그  이후는 정말 비어 있으면 앉았다가 노인이 승차하면 나는 바로 일어나서 서서 간다. 정말 빈 자리를 잠시 활용했을 뿐이다. 그러나 좀 비양심적인 것은 분명하다. 나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가끔 자리에 타이머가 있어서 30분이상 앉은 사람은 타임 오버로 다시 서서 간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특히 1시간 이상 지하철을 타는 사람들에게는 가끔 자리 양보를 청하고 싶다. 똑 같은 비용을 지불하는데 늘 서서 타는 사람과 앉아서 타는 사람이 있으니 이것 너무 불 공평한 것 아닌가?

 

다음에 지하철 의자를 디지인하는 분이 있다면 내 아이디어인 타이머를 부착해 준다면 어떨런지요? 아이티 공화국이니 이것도 가능한 거죠? 

 

 기생충 영화를 보고 나와서 생각이 많아지기를 감독은 주문하였다. 그런데 난 생각이 없다. 그렇지만 이분법적인 사고가 대중에게 그리고 흥행을 자극했다니 좀 무서운 생각이 든다. 오늘 뉴스에 이슈가 된 지하방에 사는 사람들이라서 무심히 인터넷 검색을 해 보았다. 정말 통계는 놀랍다.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이 2006년 10월 통계청이 제출한 국정감사자료를 분석한 결과, "반지하를 포함한 지하방 거주자는 58만7천 가구로 142만 명에 달했고, 옥탑방 거주자는 5만1천 가구 8만7천 명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또 판잣집·비닐집·움막·동굴 등에서 살고 있는 사람도 4만5천 가구 11만 명에 달했다. "라는 자료를 보고는 나도 모르게 가슴이 내려 앉는다.

지하방에 거주하는 사람은 다양한 문제가 있겠지만 고독사와도 관련이 된다.  고독사는 가족, 친척 등 주변 사람들과 단절된 생활을 하다 혼자 임종을 맞이하고 3일 이후에 발견되는 죽음을 말하며, 주거취약계층의 중·장년층에서 주로 발생하는데, 2016년 기준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종로구에 거주하는 1인 가구는 전체 가구의 35%인 2만3000여 가구이고, 이 중 40세 이상 1인 가구는 50%를 차지한다고 한다고 하니 서울의 종로인데 참 가슴 아픈 이야기이다.  

 

나는 지난해 부동산업자가 리모델링한 지하 방을 보여주며, 지하방 같지 않은 지하방으로 지하철에서 3분거리라 월세가 잘 나온다는 말을 들었다. 내가 아는 상식은 최근 젋은이들은 지하방을 회피한다고 들었는데, 부동산업자 말이 사실일까? 나는 옥탑방 보다 지하방의 주거환경이 더욱 열악하다고 생각한다. 원래 상당수 지하방은 대피소 성격으로 만들어졌지만, 도시 주택부족에 발 맞추어 지하방으로 변신하여 왔다고 한다.  1998년 구청 건축물대장에 지하 대피소 의무설치 조항이 폐지되었지만 도시 빈민이 사는 형태로 자리 매김되어 있으니 어쩔 것인가?

기생충을 본 관객이 만일 지하방에 사는 당사자였다면 어떤 생각을 했을까? 최 첨단 고도 발전의 국가에 사는 이 사람들은 무엇이라고 항변할까? 사실 나는 지하방을 모른다. 그러나, 지하방에 살아서 여름이면 물난리를 겪는 사람의 이야기를 아들의 입을 통해 들었다. 바로 내 이웃에 그들이 있는 것이다. 매일 주택공급와 투기 뉴스를 떠드는 나라에서 이런 사람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을 어찌 할꼬.

 

가난은 나라님도 막을 수가 없다고 한다. 많은 정치인과 행정가들이 있다. 나는 법을 다루는 국회의원들이 기생충 영화를 단체입장하여 10번이상 이 영화를 보고 지하방에 3년이상 살아 보았으면한다. 그리고 나 자신도 반성을 많이 하게 된다. 잘 먹고 잘 살면 무언가? 이웃에 남루하고 허탈한 심정인 어려운 사람이 있으니........ 지하방을 다시 대피소로 하는 법을 다시 만들면 어떨런지요? 물론 그 이전에 지하방을 탈출할 정책을 마련해 주고 난 후에 지하방은 대비로 전환되어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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