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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병일기

매일 꽃을 바라 볼 수 있다면

아들의 졸업식을 마치고 꽃다발이 많이 들어와 집안에 거실에도 방에도 꽃이 만발하여 있다. 참 좋다.

평소 꽃을 좋아하는 나이기에 더욱 좋다. 나의 경우 꽃을 보고 있으면 모든 근심이 사라진다. 그리고 그 꽃의 자태에 흠뻑 빠져들어서 저신을 놓기도 한다. 아마도 내가 전생에 꽃이었는지 나는 꽃을 보면 참 편안하고 즐거워 진다.

 

그래서인지 기운도 나고 나도 모르게 콧노래도 나왔다. 주말 시장에서 피조개, 홍합을 사서 일요일 아침은 바다 용궁 식탁을 마련하였다. 홍합 미역국에 꽁치구이, 피조개 그리고 시큼한 총각김치, 들기름으로 볶은 시래기 나물을 올리니 그 누가 부럽지 않다. 어머니는 삶은 홍합을 다듬고 나는 피조개 양념간장을 만들었다. 뚝닥 아침이 준비 되고 오랫 만에 아들과 어머니 그리고 내가 앉아 식사를 했다.

 

어머니도 나도 홍합 미역국에 폭 빠져서 과식을 했다. 그러나 아들은 조개 알러지가 있어 조금 미안했지만 늘 아들을 위해 고기 반찬으로 식탁을 만들었기에 오늘은 이기적인 아침상을 마련하였다. 참 모처럼 깔끔하고 맛난 식사를 했다.

그동안 겨우내 누워 있어 난방비도 만만치 않게 나왔고, 집안이 참 너무 더러워서 다음 주말에는 대 청소를 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머니가 가신 후에 아들의 이부자리를 빨고 겨우 오후에야 자리에 누울 수 있었지만 그래도 오랫 만에 식사 다운 식사를 하여 흐뭇하다. 최근 아침을 먹지 않은지 6개월 정도 되었는데 갑자기 살이 너무 쪄서 몸의 움직임이 둔탁하다. 그동안 감기로 앓아 누운 것이 화근인 것 같다. 옷도 한 칫수를 올려 입으니 맞고 몸은 점점 무거워 부담이 된다. 새봄과 더불어 아무래도 주말 운동을 강화하지 않는다면 체력에 문제가 생길 것 같다.

 

참 고마운 분들 덕택에 아들이 졸업장을 받았고, 아들의 졸업식에 시간을 내어 준 분들께 감사를 드린다. 참 진 세월 아들을 위해 살아 왔다. 아이가 첫 유치원을 졸업할 때 나는 참 많이 울었던 기억이 있다. 이 아이를 어떻게 기를 수 있을까.....

그러나 아이는 이제 자라서 자신의 길을 걷고 있다. 나날이 키가 자라 이제는 182센티의 청년이 되었다. 아직 성년은 아니지만 이만 하면 안도의 한숨을 내 쉴 수 있다.

내가 투병 중에고 한시도 잊지 않은 것은 나의 아들이었다.

 

이제 나의 역할은 반절 한 것 같아서 마음이 놓인다.

사람들은 더 살기 위해 핑계를 되곤 하지만 나는 "앞으로 10년만"을 소망하였다. 그런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더 여한이 없다고나 할까? 나의 삶의 늘 긍정적이었듯이 나의 아들의 삶도 꿈으로 향하는 즐거운 행진을 하였으면 한다. 최근 간절한 소망은 아들이 신앙 생활을 하였으면 하는 소원이 있었는데 지난 주말 아들이 자신도 종교생활을 해야겠다고 말을 한다.

 

참 반갑고도 반가운 말이다. 언제 어디에 있든 신앙생홯을 통해 우리는 하루하루를 감사하고 새롭게 태어 날 수 있기에 아들 꽃을 바라다 본다. 한 송이 꽃이 피어남은 그 이유가 있기에 나는 한 사람 한 사람 그 모두를 사랑하고 싶다. 비록 상처를 받고 서로 상처를 주기도 하지만 어느 선상에서는 그 모든 것들이 모두 공이 아닌던가?

한 떨기 꽃을 바라보면서 나는 오늘도 넋을 잃고 그 아름다움에 취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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