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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병일기

감기가 후두염 속에 나는 새 소망을 꿈꾸어 본다.

감기로 3주정도 앓고 나니 기력이 없다. 지독한 감기와 맘 고생으로 실컷 앓고 나니 이제 기운이 돌아왔다. 이제 제 정신도 좀 차려지는데 병원에 가 보니 후두염이 심해 주사를 맞으라고 한다. 주소도 맞고, 치과도 다녀오고 누군가 병원 순례를 하는 것이 노년의 시작이라고 하더니 꼭 그 꼴이 내가 되어 있는 것 같다.

가까운 건강센터에 들려 정기 검진을 하니 누워 있는 동안 살이 찌고 몸 콘디션은 더 얼망이다. 새봄이 되면 정말 주말마다 코피나게 운동을 하지 않는 한 나의 건강에도 문제가 발생할 것 같다.

 

지난 연말과 연초를 보내면서 정작 챙겨야 할 사람들을 다 챙기디 못해 죄송스러운 생각이 든다. 아마도 내 처지를 알기에 용서가 있으리라 믿는다. 몸과 마음이 자유로울 때 가까운 내 사람들에게 정도 사랑도 많이 주어야 할 것 같다. 정작 건강을 헤치면 마음만 있지 실천이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 친구들의 부모님 부고를 많이 듣고 있다. 이제 그럴 나이가 되었구나 하면서도 한편으로 마음이 허전해진다. 아기처럼 기대고 재롱을 떨었던 그 대상들이 이 세상에 없다는 것은 큰 슬픔임에 틀림없다.

 

봄날이 되면 해야 할일이 너무나 많다.

못 살핀 아버지도 그리고 친구들도 만나서 회포를 풀어야 할 것이다.

바람 결에 스치는 강가의 바람도 맞이하고, 내 마음 안에 응어리도 풀어내어서 더 이상 나 자신을 괴롭히지 말아야 한다. 그저 지금 일어나는 일들이 스치는 바람처럼 다 지나갈 것이니 머묻거리지 말고 아프면 아픈대로, 슬프면 슬픈대로 받아 드리고, 다독이면서 오늘의 시간을 지내 보내고자 한다. 

모든 것은 흐록 싶은 곳으로 흘러 가는 까닭이기에 덧없이 부여잡고 애달아 함은 집착일 것이다. 

 

툭툭 털고 일어나서 새날과 새 기운의 뜻을 받아들이고 이해하고 순종하고자 한다.

그동안 내가 한 잘못이나 허물을 부인하기 보다는 인정하고 새롭게 다시 시작하고자 한다. 다시 나에게 기회를 주어서 그 이전의 잘못을 사하고 싶다.

바람에 흔들리는 풍경처럼 나도 깨어 있으면서 내 자신을 성찰하고 내가 가진 모든 것을 헌신하고자 한다. 갖 사제 서품을 받은 신부처럼 그리고 갖 결혼을 하여 꿈에 부풀어 있는 싱부처럼 나의 삶을 정결하게 하여 새 소망과 새 희망으로 2월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이른 봄날. 새 하얀 눈이 내려 내 마음을 위로하여 주니 나도 이 눈처럼 희고 맑게 살아가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