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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병일기

오랫만에 일기를 대하니 가슴이 먹먹하다

독감이 극성이라는데 지난 주 직원의 송별회를 하고 돌아온 후 내내 감기로 주말을 헤매였다. 장미꽃은 아름답지만 가시가 있다고 하던가? 사람으로부터의 상처는 육신이 아픈 것 보다 더 큰 고통을 수반하는 것 같다.

나 처럼 한 사람 또는 한 길을 바라다 보는 성격으로는 남에게는 그냥 웃고 지나칠 수 있는 일도 나는 때때로 깊은 상처를 받아 쩔쩔멜때가 있다.

지난 주말 어머니가 왔다 갔지만 도대체 이부자리에서 일어날 기운이 없었다.  

 

늘상의 일상이 얼마나 큰 행복임을 깨닫게 하는 것이다.

마침 아들이 한 주 뒤에 온다고 하기에 마음 편히 끙끙 앓아 누워 있을 수가 있었다.

혹여 내가 늘 아프다는 말을 입에 달아서 아들이 진상스러워 할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아이가 초등학교때부터 아픈 엄마를 봐왔으니 내가 주의를 해야 할 부분인 것이다.

 

육이 아픈 것이 아니라 영이 아프다.

가슴이 무너지는 고통으로 머리는 무겁고, 몸은 쇠덩어리를 끌고 있는 느낌이다.

일본의 시인이 쓴 절구처럼 "다, 지나가리다."를 기원할 뿐이다. 이번 연휴에는 북한산이나 올라가 내 시름을 풀고나 와야겠다. 그동안 너무 세파에 시달리느라고 연못 속의 금잉어처럼 좁디 좁은 세상에서 나 혼자 유영을 한 꼴이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 내가 하고 싶은 일,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가지고 남은 생을 살아갈 것이다. 내가 부족한 것은 주경야독하여 꾸준히 준비하고 내가 살아가고자 하는 노년을 위해 2014년 다시 마음 추수려서 살아내고자 한다.

 

비가 촉촉히 내린 아침,

나는 이 비가 나에게 좋은 영감과 희망을 속삭임을 전해 준 것 같다.

밤새 몸을 달구고, 생강차도 마시고, 홍삼도 먹고 모든 것을 다 접고 잠을 푹 나고 나니 힘이 난다. 

상처 받은 마음은 상처대로, 다시 용기를 내고 싶은 마음은 용기를 내는 마음으로 나는 오늘을 살아 내고자 한다. 나에게 일기라는 좋은 벗이 있기에 참 감사하다.

내가 이 글을 쓰는 동안 나는 내가 왜, 살아야 하는지를 종종 깨닫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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