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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병일기

그때 그날처럼

지난 주말 젊은 보좌신부가 심장병으로 사망했다는 소식을 접하였다. 평소 지병이 있는 사람이 죽었다는 것은 그럴 수 있다 하고 수긍할 수 있지만 너무나 급작스런 일이라서 당혹스럽다.

사람들은 놀라고 그리고 사람들은 말한다. 짧은 찰나이니 고통은 없었을 거라고...

과연 고통은 없었을가? 그리고 혼자인 사람이 얼마나 짧은 순간 많은 것을 보았을까? 하는 상상을 해 본다.

 

크리스마스 전야에 한 신부의 죽음이 나를 너무나 경건하게 그리고 좌절되고 흐트러지는 마음을 다시 일으켜 세운다. 처음 신부의 죽음 소식도 늦은 밤 야근을 하고 아들이 갑자지 아침에 들이 닥쳐서 아들을 위한 음식을 사기 위해 수퍼마켓에 들렸다.

너무 기진 맥진하여 몸 상태가 안 좋지만 꼭 해내야 할 일은 하여야 하기에 늦은 시간 음식물을 사서 계산로 향하는데 수퍼에서 일하는 알바 아주머니가 내 묵주 반지를 보시고는 "아시나요?, 젋은 보좌신부님이 돌아가셔서 지금 연도을 하고 있어요."라고 말이다.

 

평소 주일신자인 나에게 젊은 보좌신부의 죽음은 충격이었다. 더구나 지금 곧 지쳐서 쓰러질 것 같은 내 몸의 상태에서도 그의 죽음은 놀라움 그 자체이다. 물건을 사서 횡단보도를 건너고 아파트 진입로를 걷는데 내 몸이 자꾸 비틀거렸다. 마치 술이 취한 사람처럼 지나가던 신자분이 눈 인사를 하면서 지나갔다. 정신을 다시 추수리고 집으로 들어섰다. 아들은 없었다. 그래 아들이 오늘 회식이라고 했는데 아마도 11시경에는 돌아 올 것이다. 많이 지치고 힘들때 그래도 아들이 내 곁에 있으니 힘이 난다.

 

큰 신부님의 눈에 눈물이 맺히고 신자들의 눈에도 눈물이 맺혔다. 한 젊은 사람의 죽음이 우리를 아프게 한다. 아버지 같고, 자식 같고, 이웃 삼춘 같은 신부가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다. 우리도 또 이와 같이 어느 날 똑 같은 일이 모든 사람에게 일어날 것이다. 단지 그 날의 차이만 있을 뿐.... 크리스마스 전야에 나는 신부의 죽음을 통해 새로운 감사와 용기를 얻는다. 살아 있음에 그리고 무엇인가를 할 수 있는 시간을 허락하심에 감사한다. 살아 있는 나날 동안 사람답게 살도록 노력을 더 해야겠다.

나약한 생각, 잘못된 생각, 부정적인 생각 등의 시험에 들지 말고, 항상 낙관적인 편안한 마음을 유지하면서 주어진 삶의 과제를 지혜로 풀어 나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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