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것과 살아 내는 것과 살아 가는 것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본다.
사는 것은 그냥 살아가는 것이고, 살아 내는 것은 무언가 힘겨움이 있지만 그것을 극복하고 사는 것을 의미하고 살아 가는 것은 모든 것을 초연히 견디어 내는 것을 초월한 어떤 깊은 에너지를 가지고 사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12월 초순 이른 아침 낙엽위에 서린 하얀 서리를 보면서 나도 저 낙엽처럼 찬 서리를 맞아서 정신을 바짝 차리고 싶다. 제 스스로 낙엽이 되어 떨어져 누워 아무도 바라다 보지 않는 낙엽을 하얀 은가루를 뿌려 준 그 경건함이 참 나는 좋다.
한 때는 단풍이라고 사랑을 받았지만 길가에 뒹구는 낙엽의 처지가 되어 있을 때는 길 가는 사람들의 거추장스런 짐이 될 뿐인 것이다.
세상 살이 한 해 말에 인생의 노년을 생각해 본다.
그 어느 해도 12월이면 마음이 들떠있거나 했던 적이 언제이던가? 송년자리 초대말들이 오가면 문득 한해가 간다고 매스콤에서는 광란을 한다. 그런 해가 가고 또 가고 있는데 나는 전봇대 마냥 제 자리에 서서 멀뚱하게 세상을 바라다 보고 있다.
높은 산도 아름다운 경치도 그리고 바다의 파도소리도 오래오래 기억해 놓으려 천둥벌거숭이처럼 뛰어 다녔다.
그러나, 집에 돌아와 있으면, 다 허망해 진다.
다, 무( )라고 말하던 선사의 한 마디로 모든 것은 종결된다.
나는 산사의 종소리를 참 좋아한다.
아마도 내가 절집에 기거를 한다면 내가 하고 싶은 보임은
새벽을 알리는 종을 치는 종지기를 지원할 것이다.
미명을 깨우는 종소리는 내 가슴을 설레게 한다.
가끔 나는 지리산 화엄사의 종소리, 백양사의 종소리가 들린다.
그 종소리를 기억하면 나는 다시 새로운 생명력을 느낀다.
전설의 에밀레종처럼 나에게는 화엄사의 종소리가 나를 깨워준다.
그리고 바람 결에 흔들리는 풍경소리가 나를 사심에서 벗어나 툭툭 떨고,
일어나게 한다.
아름다운 침묵이 있는 묵언의 수행이 필요한 12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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