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유도 공원을 갔었다.
머리 크고서 처음으로 한강다리를 걸어서 횡단했다. 언젠가 중학교 2학년때 나는 돈암동에서 화곡동으로 통학을 했는데 그때는 새벽 5시에 일어나서 교복을 입고 서둘러 학교에 가면 아침 7시20분경쯤에는 교실에 앉아 있을 수 있었다.
그날은 버스 안에서 잠깐 잠이 든새에 쓰리꾼이 나의 지갑을 훔쳐갔는지 독립눈 정류소에서 내려 화곡동 버스로 타기 위해 가방을 열어 보니 지갑이 없었다.
아마도 그때 차비가 약 400원정도였는데 차마 사람들에게 돈이 없다는 말을 꺼내지 못해서 한참 사춘기라 수줍움에 결국 집까지 걸어가기로 작정을 했다.
아마도 집에 도착했을 때 가족들이 마루에서 수박을 먹다 나왔으니까 그 사건이 있던 날이 여름날 토요일이었던 것 같다. 약 2시경부터 독리문에서 이대앞, 연희동을 지나 드디어 한강다리를 걸어갈때 쯤 나는 너무지쳐 있었고, 특히나 책가방이 너무나 무거웠다.
그러나 어쩌랴 돈이 없어 버스는 탈수 없으니... 터벅터벅 걸으니 코가콜라앞 그리고 인공폭포 그리고 등촌동 아 내집은 어디에 있느냐? 해는 뉘엿뉘엿지고 배도 고파지고 땀을 흘려 얼굴은 사색이 되어 있었다.
드디어 집앞 초인종을 눌렀다.
엄마의 도깨비같은 눈초리가 갑자기 사라지고나의 초초한 모습에 왜 이리 늦었냐고 물으신다.
아휴, 이 쑥맥아 사람들에게 돈을빌리던지 전화를 걸던지 할것이지. 쯧쯧 ....
그해 여름 나는 세상을 새롭게 배웠다.
돈이 중요하다는 것 그리고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용기도 갖어야 하다는 것을....
오늘 나는 아들의 손을 잡고 한강 다리를 건너면서 아이에게 지난 나의 얘기를 해주었다.
물론 선유도공원을 찾아가기 위한 도강이지만 엄마의 빛나던 하이틴시절의 모험을 전하고 싶다. 그리고 당부하고 싶다. 인생을 살면서 그냥 무모한 여행을 시도해보라고....
여행지만 찾지말고스스로 한번쯤 한강 다리를 걸어보라고 권유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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