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 아는 사람들이 모두 왔다가 간 것같다. 그런데 아들은 아직 오지 않았다.
옆의 환자가 나처럼 늦게 애를 가져서 부분 절개 수술을 받았다. 그녀와 내가 다정히 창가에서 얘기를 나누었다. 시 어머니가 사 온 황국화와 올림픽공원의 평온함이 나를 침잠시킨다.
지난 밤부터 우울한 느낌이들었는데, 오늘 아침 생리가 터졌다. 나의 몸은 아직도 여자인가 보다. 아는 분이 병문 안을 와서 "허전하지 않아"라고 묻는다. 나는 오른쪽 유방 전부를 도려내었다. 암세포가 유두 바로 뒤에 자리를 틀어서 전부 절단하였다고 한다.
나는 절단에 대해 미련이 없다. 암세포가 번질까 늘 두려워하느니 깨끗한 수술로 근심을 덜어 내고 싶기 때문이다. 우리 철없는 남편은 자신의 동료들이 병문안 오자 히죽히죽 웃으면서 "절벽이야" 하면서 손 싸인까지 한다. 내마음의 동요도 모르는 불감증인 남자.
나는 아마존의 여전사가 된 느낌이다. 사실 나는 가슴이 큰 편으로 보통의 A브라를 하는 사람을 무척 부러워 한적도 있다. 나의 경우 브라를 사기 위해서는 유명 메이커 B브라를 사야 했기에 그냥 시장에서 쉽게 브라를 사서 쓰는 사람이 부러웠었다.
지금 나는 가슴을 붕대로 덮고 압박브라를 하고 있어서 절벽이라는 느낌이 없다. 그러나 한번쯤 나도 절벽 가슴이고 싶은 때가 있었다. 옛날 어른들이 " 젖가슴이 큰 여자는 머리가 나쁘다." 다고 했는데 그말은 맞는 것 같다. 나는 그다지 머리가 좋은 편이 아니니까......
절벽의 아픔을 아시나요?
그래도 절벽 가슴을 한 채 산책을 한다. 참 좋다, 이제 가슴이 출렁거려 신경 쓸일은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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