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만나지 못한 작은 오라버니를 만나러 인천 연수구 쪽으로 내가 직접 가기로 결정을 했다. 지하철을 두 번 갈아타고 1호선 동막역에 내려서 버스를 타고 도착하니 그 근처 버스노선에 소래가 있었다.
그래서 잠깐 오라비 집에 짐을 내려놓고 소래포구로 바람을 쐬러 나갔다. 옛 모습과는 많이 달라져 어선과 뻘이 어우러져 있는 정취는 사라졌지만 다행스럽게도 골목시장 길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사람들에 밀리면서 전어, 새우튀김, 장어구이 등의 온갖 구수한 생선 냄새를 맡으면서 어시장 쪽으로 걷다 보니 막걸리 한 사발에 1000원이라는 사인판 밑으로 생고추와 양파에 멸치 안주까지 술꾼을 유혹한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술빵과 둥근 찐빵 집도 유혹을 한다.
먹자골목을 지나 어시장 쪽에 가니 비릿한 바다 내음과 낙지, 주꾸미, 민어, 도다리, 광어, 홍어 참 다양한 생선들이 건어물과 생물로 눈을 휘둥그렇게 뜨게 한다. 가을 전어라 했나, 전어회와 이것저것 모둠회가 한 접시를 오빠는 사고, 나는 모둠회와 어린 꼴뚜기회를 덤으로 얻었다. 해가 기우는 저녁 부두가에서 냉 막걸리 한 병을 사들고 담치기를 해서 벤치에 앉아서 생선상자를 식탁 삼아 회를 먹었다.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지는 저녁놀과 드물어 바다 바람이 살랑살랑 불고, 오빠는 매콤한 청향 고추 하나를 베어 물고 미소를 짓고 있다. 시원한 소래 포구는 옛 모습은 잃어지만 해안 공원에서 바라보는 다리 건너 신도시의 불빛이 참 아름답다.
넓은 돌의자에 횟감을 놓고서 매콤한 초장에 살 살 녹는 꼴뚜기 맛이 별미였다. 서울에서는 전어, 광어야 쉽게 먹어 보지만 꼴뚜기는 물회처럼 술술 넘어가니 참 기찬 맛이다.
어느덧 달이 둥실 떠오르고 분주하던 사람들의 발길이 조금 잦아진 시간은 7시경. 우리 남매는 다시 어시장에 들어가 노가리도 사고, 통실통실한 주꾸미도 사고, 회라를 포장하고, 다시 새우 튀김집에서 튀김을 사면서 흥정을 하는데 4번째 집에서 드디어 우리가 사고 싶은 량만큼 소담스럽게 주는 집에서 새우튀김 두 봉지를 사들고 나오면서 간장게장을 마지막으로 사서 서울로 발길을 재촉했다.
소래포구는 인천 외곽지대라 칠흑 같은 어두운 밤 37번 버스를 타고 40분 정도 가니 주안역에 도착하였다. 주안 역사는 밤 조명으로 신비롭고 황홀하다. 사람이 별로 없어서 무사히 서울로 상경할 수 있었다.
서울에 오니 저녁 11시 30분 시장 보는 시간이 많이 걸려서 인지 식구들은 회를 사 온다는 말에 "어디야?" "왜, 이렇게 늦어" 연신 전화를 걸어온다. 소래장을 본 것을 풀어 놓으면서 코스요리가 펼쳐진다. 새우튀김 요리 나갑니다. 싱싱한 주꾸미가 나가자 모두 다 입술에 검은 루주가 발라지고 서로서로 웃음을 웃는다. 주꾸미 먹물이 우리들을 웃음바다로 만든다.
자, 이제 슬슬 냉막걸리를 돌리고, 서더리로 매운탕이 팔팔 끓고, 전어회, 꼴뚜기 회, 아나 고까 지바다 용궁 잔치상이 펼쳐졌다. 오랜만에 만난 동갑내기 처남 매제 사이에 웃음꽃이 피어나고, 회 좋아하는 아들놈은 젓가락을 놓지 못한다.
늦은 밤 요란한 장보기 펼치기였지만 모처럼만에 실컷 맛있는 음식을 가족과 함께 나누니 소박한 행복감이 밀려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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