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명절 일주일전부터그 동안 도움을 주셨던 분들에게 인사를 하고 추석 3일전 시댁에 얼굴 도장을 찍고, 정작 추석 전날은 집안에서 이리딩글 저리딩글거리고 있었다.
작년 추석은 병실에서 텅빈 병원 주차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명절 당일 아침의 고요 그 부산하고 분주하던 병원이 고요속에있었다.
오후1경쯤 되니 아이들 소리 내방객 소리로 병실에 앉아 있기가 힘겨워서 애꿎게 병실을 배회했는데, 그때처럼가슴 한 구석이 쏴아하고 씁쓸하다.
병이 있어 몸을 조심하고 아껴야 한다고 하지만 고약하게도 한국사람의 가정일이라는 것이 손맛이 아니던가?
해마다 했던 가락이 있어서 시장도 보고 싶고, 푸성귀도 어루만지고 싶다. 하지만 그만 두기로 했다. 그냥 모처럼의 휴가이니
푹 쉬기로 작정을 하고 요사이 읽고 싶어던 잡지와 책을 화장대 쌓아 놓았다.
영영 심심하면 열어 볼 계획이다.
지난번 한 강좌에 보통의 부부가 하루 채 30분 대화도 하지 않고 산다고 한다. 사실 우리 부부도 만나면 티거태걱 말씨름만 하지 정작 대화라는 것을 제대로 한지 참 오래 된 것 같다. 그래서 산책을 하면서 대화를 하는 부부를 보면 참 부러운 생각이 든다.
최근 들어서 남편과 집 근처를 배회하기로 했다. 아주 가끔이지만 걷다보면 자연스럽게 이 얘기 저 얘기를 하다가 아, 남편이 그런 일이 있었구나 하고 알게 된다. 서로 시간을 내어서 얘기를 들어 주는 것이 서로에게 큰 도움이 된다.
가끔 나는 나의 남편을 낯선 타인을 만난 것 처럼 호기심을 가지고 얘기를 들어 주어본다. 그러면 또 다른 그를 만날 수 있다.
추석 전날 나와 남편은 정말 할 일 없이 집에서 화분에 물을 주고, 베게를 포개어 놓고 누워서 음악도 듣고 신문도 읽는다.
명절 스트레스 없이 정말 아무일 하지 않고 하루를 보내려니 너무 길고 지루하다. 내가 너무 내 몸을 위하고 있는 것은 안닌지 하면서도 나 스스로를 타이른다. "넌 옛날의 너가 아니야, 좀 쉬어야 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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