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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사랑 나눔

★ 부덴브로크가의 사람들

토마스 만의 이 작품은 정확히 100년 전인 1901년에 출간되었다. 한 출판인

의 제안에 의해 씌어진 이 작품은 1,0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에도 불

구하고 엄청난 독자층을 형성하면서 토마스 만의 작품 가운데 <가장 잘 읽히

는 책, 가장 사랑받는 책>으로 평가받았다.

북 독일에 위치한 뤼벡의 상인 가문 부덴브로크 가의 번영과 몰락의 과정을

묘사한 이 작품은 출간 당시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한 가족의

일대기를 통해 19세기 독일 시민 사회의 전형적인 연대기를 그려냈기 때문이

다. 만은 제1대에 속하는 증조할아버지 요한 부덴브로크, 할아버지 요한(장)

부덴브로크, 아버지 토마스 부덴브로크와 그의 아들 하노 부덴브로크로 이어

지는 시민적 계보를 그려낸다. 19세기 독일을 뒤덮은 혁명과 반혁명의 조류,

산업 자본주의의 등장, 성찰적 경향의 점증 및 병적인 예술가적 성향으로 인

해 파멸을 맞이하는 과정을 섬세한 필치로 묘사한 이 작품은 <한 시대에 대한

연대기이자 결산>이라는 평가도 아울러 받았다.

국내에서도 이 작품은 염상섭의 『삼대』(1931)와 비교 분석되고 있으며 최근

에는 두 작품 사이의 상호텍스트성을 본격적으로 밝힌 논문이 발표되기도 했다.

염상섭의 『삼대』는 서울의 이름난 만석꾼 조씨 집안의 할아버지와 아버지,

그리고 아들에 이르는 삼대가 일제 치하에서 몰락해 가는 과정을 그린 소설로

서 토마스 만의 『부덴브로크 가의 사람들』과 같이 한 가문의 일대기를 통해

사회적인 갈등과 위기의식을 조명한 작품이다.

시민성과 예술성 사이에서 싹튼 원초적 갈등을 형상화한 작가 자신의 자전적

소설 시민적 삶과 예술가적 삶의 이원성은 만이 주로 다루는 주제의 하나이다.

이 작품에서도 시민성과 예술성은 첨예하게 대립을 이루고 있다. 작가에게 예

술가적 의식은 <상인 세계의 미덕들, 성실성이나 정직성, 시민적 계급의식, 정

치적 보수주의 등의 특징들>과 대립되는 것이다. 건강한 시민 의식을 소유하여

상업적인 성공을 거둔 요한 부덴브로크(1대), 그를 잇는 인물 장 부덴브로크(2

대)가 시민 세계를 대변하는 인물이라면 이들을 통해 성숙한 시민의식은 토마

스(3대)에 이르면 혼란을 맞이하게 되고 하노(4대)에 이르면 파멸을 맞게 된다.

토마스와 하노를 통해 누대에 축적된 시민적 질서는 마감되고 가문이 몰락해

가는 것이다.

토마스는 심미적이고 데카당스한 충동을 지닌 반면, 할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가문에 대한 자부심과 시민 생활에 대한 동경 또한 동시에 지니고 있다. 그는

자신의 예술 의지에서 나오는 데카당스한 측면을 시민적 삶이 지닌 미덕들을

통해 극복하려 한다. 이 극복 의지는 처음에는 자연스럽게 발현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그에게 긴장과 압박감을 더해 준다. 결국 그의 내면에 들끓는

데카당스한 욕망과 시민 생활을 영위하고자 하는 그의 의지가 점점 더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그의 모습은 점차 시민이 아닌 시민의 역을 연기하는 배우의 모

습으로 전락해 간다.

그리고 자신에게 부과된 시민적 생활 방식을 더 이상 수행할 수 없게 되었을

때 토마스는 죽음을 예감한다. 그의 죽음에 대한 인식을 통해 건강한 시민 의식

은 막을 내리고 쇼펜하우어에서 니체까지 이어지는 능동적 니힐리즘의 정신적

지류가 소설의 후반부를 지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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