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 늘어 전세금 1억 원 떨어지기도
이자 - 세금만 쌓여… “그래도 팔 수야”
지난달 말 입주를 시작한 용산동 B아파트의 입주율도 17%에 그쳤다.
A아파트 입주 예정자인 김모(55) 씨는 “기존에 살던 집이 팔리지 않아 새 집으로 이사를 못 가고 있다”고 답답해했다.
부동산 시장에서 ‘블루칩’으로 꼽히는 서울 용산구의 아파트도 부동산 거래 침체의 여파 속에서 맥을 추지 못하고 있다. 새 아파트의 빈집이 늘고 전세금이 최대 1억 원 넘게 떨어지고 있다.
○ 호가만 급등, 전세금은 ‘뚝뚝’
국제업무지구와 용산민족공원 조성 등 각종 호재로 용산구는 올해 들어 아파트 값이 가장 많이 올랐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써브에 따르면 8월 말 현재 용산구는 m²당 평균 매매가가 674만 원으로 1월(632만 원)보다 42만 원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또 이 기간 평균 매매가가 가장 많이 오른 전국 10개 단지 중에 9곳이 용산구에 있었다.
하지만 현지 부동산 관계자들은 용산구 아파트 값에 거품이 끼어 있다고 설명한다.
원효로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사장은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과 양도세 부담 때문에 집주인들이 집을 내놓지 않아 거래가 거의 없다”며 “최근에 입주한 아파트는 호가가 분양가보다 3억∼5억 원 올랐지만 급매물이 나오면 호가에서 1억 원 넘게 빠진 가격으로 거래되곤 한다”고 말했다.
전세금은 하락세가 더욱 가파르다.
문배동 C아파트 155m²(47평형)는 집주인들이 입주 전에는 전세금을 4억5000만 원까지 불렀지만 현재 전세금 시세는 3억5000만 원 내외다. 잔금을 다 내지 못해 이사를 못 오는 집주인들이 대부분 전세로 내놓는 바람에 공급 물량이 넘쳐 전세금이 주저앉고 있는 것이다.
○ 집주인들은 버티기 돌입
문배동에서 142m²짜리 주상복합아파트를 갖고 있는 유모(36) 씨는 중도금 대출(3억4000만 원) 이자와 세금, 관리비 등을 합쳐 한 달에 250만 원 넘게 물고 있다. 기존 집이 팔리지 않아 용산구로 이사도 못 와 텅 빈 집에 돈만 쏟아 붇고 있는 셈.
유 씨는 “용산구에 집이 있다고 하면 다들 부러워하지만 속으로는 끙끙 앓는 사람들이 많다”며 “언제 용산 개발이 완료될지 몰라 이자와 세금 부담을 떠안고서 그냥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114 김희선 전무는 “용산구는 최근 중대형 아파트 입주가 늘면서 전세금이 내리고 있다”며 “하지만 장기 투자를 목적으로 집주인들이 집을 팔려고 내놓지 않기 때문에 집값은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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