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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상식

대한민국 중공업 … 세계가 인정한 기술력

한국의 중공업이 역경을 딛고 일어서 세계 무대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한국 조선소에서 건조한 배들이 오대양을 누비고, 얼어붙은 바다도 한국 선박 앞을 가로막지는 못한다. 얼음을 부수며 운항하는 ‘극지운항용 쇄빙유조선’이 전진하는 모습이 우리 굴뚝 산업의 역동성을 보여주는 듯하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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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중공업 … 세계가 인정한 기술력

한국의 굴뚝 산업이 부활을 넘어 비상하는 중이다. 1990년대 말 정보기술(IT) 열풍에 밀려 관심권 밖으로 밀려났던 조선·

대한민국 중공업 … 세계가 인정한 기술력 [중앙일보]
안정적 노사 협력 관계
한국 ‘굴뚝’은 순항 중
철강·플랜트 등 중후장대형 산업이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한 기술력과 노하우를 앞세워 세계 시장을 리드하고 있다. 올해 초 IT 열풍의 중심에 서있던 반도체 산업이 주춤거리는 사이 중후장대형 산업은 세계 각지에서 승승장구하며 수조원의 외화를 벌어들였다. 올 2분기 실적 발표 결과 포스코가 삼성전자를 따돌리고 영업이익 1위 기업으로 떠오른 것이 이에 대한 방증이다.


계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조선산업은 그야말로 우리 산업의 자랑이다. 올 상반기 수주액 332억 달러는 1970년대 우리 경제 전체 수출액 100억 달러의 3배 규모다.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 ‘빅3’는 수억 달러를 수주했다는 공시를 ‘밥 먹듯이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현대중공업 기술개발본부의 이홍기 상무는 “처음부터 글로벌 차원에서 무한 경쟁을 벌였기 때문에 오늘의 조선강국이 가능했다”고 경쟁력의 원천을 설명했다. 시장 진입 초기엔 일본과 유럽 조선소의 기술을 흉내 내며 값싼 인건비로 저가 공세를 펼쳤지만, 보호막 없이 펼쳐지는 피 말리는 경쟁을 통해 신기술을 쌓아올릴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대중공업은 세계 최초로 도크 없이 육상에서 선박을 건조하는 데 성공해 도크에서만 배를 만든다는 상식을 깨버렸다. 대우조선해양은 멤브레인 형식의 액화천연가스(LNG)선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만드는 기술을 완성했다. 삼성중공업은 플로팅(해상부유식) 도크를 활용한 메가블록 탑재 공법을 세계 최초로 선보였고, 한진중공업은 댐공법 특허를 보유하는 등 나름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한 상태다. 기술력은 수익성이 좋은 고가선 건조로 이어지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2005년 러시아 국영해운사로부터 7만t급 극지 쇄빙유조선 3척을 4억3000만 달러에 수주, 올해 말쯤 인도할 예정이다. 가격은 일반 유조선의 3배 수준으로, 국내 조선업계 최초로 쇄빙유조선 사업에 진출한 것이다.

  중국이나 일본 조선업체들과 치열하게 싸워야 하는 선종 대신 고가선·특수선 사업을 강화한다는 것이 삼성중공업의 전략이다. 크루즈선 사업에 뛰어든 것도 이 같은 전략의 연장선이다.

  생산기술이 좋아지다 보니 수익성도 최고다. 현대중공업은 8000TEU급 이상의 컨테이너선 건조에서 세계 1위다. 도크 회전율이 높은 컨테이너선에 집중한다는 전략으로 지난 3년간 전체 수주의 절반 이상을 컨테이너선으로 채웠다. 현대중공업은 조선업계에서는 처음으로 올해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한다는 목표다.

  늘어나는 수주 물량에 대부분의 조선소들은 해외생산기지 구축에 적극 나서고 있다. 3월 말 STX조선은 중국 랴오닝성 다롄조선소 건립 기공식을 가졌다. STX조선은 다롄을 벌크선과 PC선을 건조하는 생산기지로, 국내 진해조선소는 LNG선과 VLCC(초대형유조선) 등 고부가선박 생산기지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한진중공업은 필리핀 수빅조선소에서 이달 첫 블록생산에 돌입했다. 한진중공업은 국내 조선의 1번지인 부산 영도조선소의 부지와 도크가 좁아 초대형 선박 건조에 애로를 겪자 해외로 방향을 틀었다.





  삼성중공업은 중국 저장성 닝보에 연산 12만t 규모의 블록공장을 갖고 있으며 산둥성에 연산 50만t 규모의 블록 및 해양설비 공장을 내년 말 완공할 예정이다. 대우조선해양도 현재 산둥성 옌타이의 경제기술개발구 내에 블록공장을 세웠다.

  안정된 노사관계도 한국이 조선강국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대우조선은 16년째, 현대중공업은 13년째 무분규를 지속하고 있다. 노사가 상생협력의 길을 걷다 보니 외국 선주들로부터 신뢰감이 쌓일 수밖에 없는 이치다.


강업계에도 활기가 넘치고 있다. 포스코는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 적극 나섰다. 인도 일관제철소 건설 및 광산 개발, 베트남 철강제품 생산공장 건설 등 해외 투자에 적극 나서면서 해외 전략시장에서의 생산 능력을 높여 나가고 있다. 포스코는 또 5월 말 세계에서 최초로 친환경 제철 신공법인 파이넥스 설비의 상업화 가동에 성공하면서 주목을 끌었다. 포스코 관계자는 “기술 측면에서 경쟁사를 10년 이상 따돌리는 쾌거를 이뤘다”고 밝혔다.

  충남 당진에 일관제철소 건설을 시작한 현대제철은 H형강 수출 호조로 짭짤하게 재미를 봤다. 동국제강은 2005년 착공한 브라질의 세아라스틸 건설 작업을 본격 진행하면서 당진 후판 공장을 착공, 브라질과 당진을 연결하는 글로벌 후판 일관생산체제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담수 및 발전설비업체인 두산중공업의 수주 또한 눈부시다. 두바이 등 중동에서 시장점유율 세계 1위를 기록하며 지난해에 이어 올 들어서도 1조원대의 대규모 수주 대박을 연이어 터뜨리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지난 30년간 축적한 현장경험과 엔지니어링 능력이 결합하면서 이제는 선진기업에 도전해볼 수 있는 역량을 확보했다고 입을 모았다.

  삼성경제연구소 임영모 수석연구원은 “지금까지 한국경제를 견인해 왔던 IT와 자동차 등은 글로벌 경쟁이 심화하면서 앞으로 성장세를 낙관하기 힘들게 됐다”면서 “최근 수출이 급증하고 있는 조선과 철강 등 기계산업의 성장동력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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