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경제상식

떼돈 벌려면 `때`를 잡아라

떼돈 벌려면 `때`를 잡아라 [중앙일보]
'주식을 사기보다는 때를 사라'.

2002년 은행에서 일할 때다(대학 졸업 후 잠시 은행에서 일했다). 2001년 하반기 500선에서 슬금슬금 오르기 시작한 지수는 어느새 1000을 바라보게 됐다. 그해 봄, 시장에는 장밋빛 전망이 넘쳤다. 2000년 정보기술(IT)주 버블 붕괴의 후유증은 사라진 듯했다. '주식에 다시 손을 대면 성을 바꾸겠다'던 사람들이 증시로 발을 옮겼다(대법원 좀 붐볐겠다).

그때 내가 하던 일은 예금 계좌 개설. 만기가 된 적금을 찾는 고객에게 새 상품을 내밀어도 소용없었다. "그냥 찾을게요." 다들 그랬다. 반면 대출 창구의 대기자 수는 점점 늘어갔다. 그런데 돈을 넣겠다는 이가 나타났다. 남들은 있는 돈도 찾아 주식 투자한다는데, 이유가 궁금했다. "주식 해서 돈 좀 벌었어요"가 대답이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 손님은 과거에도 그랬단다. 증시가 한창일 때 나타나서 예금을 든다. 그 손님이 예금을 들고 나면 조금 있다 거짓말처럼 주식시장이 고꾸라졌다고 한다.

그 사람이 무슨 주식을 사서 얼마나 돈을 벌었는지는 모른다. 그렇지만 증시라는 '투자의 정글'에서 당당히 승리한 것만은 틀림없어 보였다.

그의 승리 비결을 되짚어봤다. 그는 '주식보다 때를 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시장은 강약을 반복한다. 그는 강세장에서 투자하고, 약세장으로 돌아설 때 쉬었다. 그렇구나, 쉬는 것도 투자로구나. 강세장 투자로 성공할 확률은 2분의 1을 넘는다. 반면 약세장에서는 웬만한 종목이 아니고서는 손실을 보기 쉽다. 돈 벌 확률이 50%를 밑돈다.

영화 '넘버3'에서 태주(한석규 역)는 부인(이미연 역)을 51% 믿었다. '겨우' 51%라는 말에 부인은 실망하지만 태주가 덧붙인다. "난 말야, 어떤 놈도 49% 이상 안 믿어."

기왕이면 이길 수 있는 확률이 51%일 때 게임을 시작하는 것도 방법이겠다. 잠시 회복하던 미국 시장이 지난 주말 급락했다. 시장은 변덕스럽다. 경기 지표가 나빠도 어떤 때는 금리 인하 기대감에 무게를 두고 시장이 반긴다. 그러나 이번엔 지표 부진을 경기 둔화로 해석하고 시장이 반응했다.

세계 증시엔 아직 비가 완전히 그치지 않은 것 같다. 서브프라임이라는 큰 비가. 찌뿌듯한 하늘이 부담스럽다. 비가 올 땐 우산을 써도 젖게 마련이다. 아직 밖에 나가지 않았다면 잠시 기다리는 건 어떨는지….


고란 기자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