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모나리자와 가짜 학위 | |||||||||
발피에르노로에게서 가짜 모나리자를 사들인 사람들은 자신이 구입한 모나리자가 루브르 박물관에서 도난당한 진품이라고 믿었을 것이다. 결국 발피에르노는 모나리자를 팔기 위해 훔친 것이 아니라 자신이 만든 가짜 모나리자를 고객들이 진짜로 믿게 하기 위해 모나리자를 훔친 것이다. 사건 발생 후 2년이 지나서야 진짜 모나리자는 페루지아 집에서 발견되었다. 가짜 박사학위, 가짜 용역계약서, 가짜 박상민, 가짜 LPG, 가짜 한우, 가짜 선거인단, 가짜 박수근 그림…, 단 하루 동안 신문지면에서 찾아낸 기사들이다. 무엇이 이처럼 이 사회에 수많은 가짜를 만들어 내었을까? 다른 사람을 속여서 이익을 취하거나 자신을 과시하고자 하는 욕심이 가짜를 만들게 하였을 것이다. 그렇다면 가짜를 만들어 낸 사람들을 발본색원하여 엄하게 처벌하면 우리 사회에 가짜가 사라질 수 있을까? 가짜 중에는 가짜 참기름, 가짜 휘발유 등과 같이 사회적 분위기와는 크게 관계없이 오로지 자기 잇속을 위해 가짜를 만들어 내는 사례도 많다. 이때는 행정력을 동원하여 가짜를 철저하게 단속하고 처벌하는 방법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는 것은 혹시 우리 사회가 부추기고 조장해서 양산되는 가짜는 없는 것인가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단속과 처벌이라는 행정력만으로는 가짜를 완전히 없애기 어렵고 사회적 분위기가 근본적으로 변해야만 이 사회에서 가짜가 완전히 사라질 수 있는 그런 가짜는 없는 것인가? 냉정히 생각해 보면 우리 사회에 가짜가 판을 친다는 것은 역으로 우리가 가짜의 표적이 된 진짜를 너무나 맹신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다. 진짜에 대한 의존이 높으면 높을수록 그만큼 가짜가 더 양산되는 것이 사회 생리이다. 우리 사회가 사람을 평가하면서 학력에 지나치게 의존한다면 학력을 속이고 학위를 위조하는 가짜는 그만큼 더 많아질 것이며, 단지 상표만으로 상품을 평가하는 사회적 분위기에서는 유명 상표를 모조하는 가짜가 계속해서 만들어질 것이다. 학위나 상표는 사람 능력이나 상품의 품질을 평가하는 요소 중 하나일 뿐이지 그 사람 능력이나 상품 품질을 전적으로 담보하는 보증수표는 아니다. 가짜를 비호하거나 두둔하기 위해 이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다만 가짜의 표적이 된 진짜에 대해 우리가 다시 한번 진지하게 고민해 보자는 것이다. 가짜의 표적이 된 외국 유명 대학 졸업장, 유명 화가 작품, 명품들에 대해 우리가 그 가치를 넘어서는 맹목적 찬사를 보내지는 않았는지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학생들을 잘 가르치고 훌륭한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교수로서 학자적 자질과 인성을 갖추었는지를 평가하면서 또는 신도들을 바람직한 종교적 삶으로 인도할 수 있는 성직자로서 성품을 갖추었는지를 평가하면서 단지 외국 유명 대학 학위만으로 이 모든 것을 담보해 버리는 사회적 분위기에서는 가짜의 유혹을 쉽게 떨쳐버리기 어려울 것이다. 학생들을 열정적으로 가르치고 신도들을 헌신적으로 인도하는 것이 진짜이지 그 사람 학위 자체가 진짜의 전부는 아닐 것이다. 마찬가지로 내 몸에 잘 맞고 내가 쓰기에 편리한 것이 나에게 진짜이지 상표 자체가 진짜의 전부는 결코 아닐 것이다. 사회적 분위기가 이처럼 변화한다면 진짜 학위, 진짜 명품에 대한 의존도가 현저히 줄어들 것이며 가짜의 표적이 되는 일도 당연히 따라 없어질 것이다. 시간이 많이 걸리고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우리는 지금부터라도 진짜에 대해 그 가치를 넘어서는 맹신을 버리고 가짜가 판치지 못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서 신뢰의 사회가 구축될 수 있도록 다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과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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