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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상식

GRAY 이민/뉴질랜드

뉴질랜드선 해변에서 여름·겨울 지내죠
영주권 얻기 힘들어 레저형 이민 많아, 무료 치료에 골프 하루 2만원이면 충분, 개 죽은 사건이 톱뉴스…치안 뛰어나
집값 가파른 상승세금 없어 투자 매력

◆ GRAY 이민이 뜬다 / ④ 뉴질랜드 ◆

●GRAY 이민 머리가 희끗희끗해진 시기에(Gray), 자식들 눈치 보지 않고(Reliance-free), 경제적으로 여유롭게(Affluent), 젊은 시절의 꿈을 이루기 위해(Youthful) 떠나는 이민을 뜻한다. 40~60대 중산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이다.

뉴질랜드 경제 중심지인 오클랜드.

금융회사들이 몰려 있는 오클랜드 중심부인 퀸 스트리트에서 하버브리지를 건너면 행정구역인 노스쇼어(북부 지역)가 나온다. 노스쇼어는 행정기관과 주택가가 조화롭게 섞여 있는 곳으로, 한국 이민자들이 모여 사는 밀집촌이 많기로 유명하다. 이 가운데 대표적인 곳이 이스트 코스트 베이에 위치한 밀포드다.

밀포드에서 만난 최필형(66), 이경자 씨(60) 부부.

이들은 2000년 `장기 사업자 비자제도`를 통해 뉴질랜드에 들어와 2년 만에 영주권을 취득했다. 당시에는 뉴질랜드 정부가 이민 문호를 활짝 열어 놓은 상태라 쉽게 영주권을 취득했다.

최씨는 "이민 왔을 때 20만뉴질랜드달러 주고 산 집이 70만~80만뉴질랜드달러가 넘는다"며 "환율도 400원대에서 최근에는 700원대까지 치솟았으니 환차익도 만만치 않게 봤다"고 말했다.

◆ 환경 좋지만 영주권 까다로워

뉴질랜드 영주권을 취득하기 어려워지자 친구들끼리 별장을 구입해 공동 이용하는 예도 많다. 사진은 오클랜드 해안가의 한 주택.
= 뉴질랜드 1인당 국민소득은 3만달러 수준이다.

국민의 의식 수준과 사회시스템 등도 복지 혜택이 좋은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 못지않다. 만 65세가 넘은 최씨는 지난해부터 매년 2주에 한 번씩 정부에서 350뉴질랜드달러의 연금을 받고 있다.

의료비도 거의 무료에 가깝다. 당뇨를 앓고 있는 최씨는 매월 의료시설에서 약을 타오는데 한 달치 약값이 10뉴질랜드달러(6500원)가 채 안 된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뉴질랜드 정부는 2000년 이후 이민법을 강화해 영어 실력과 투자금액을 높게 요구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현재 이민법이 더욱 강화돼 최소 250만뉴질랜드달러(약 16억원)는 있어야 투자이민이 가능해진다.

이 경우 영어 점수도 필요한데 9점 만점에 최소 5점이 필요하다. 영어로 외국인과 어느 정도 의사소통이 가능한 수준이 5점이다. 영어 실력과 나이 제한을 받지 않는 `글로벌 투자이민`은 최소 2000만달러(약 130억원)가 필요하다. 사실상 이민 문호를 막아 버린 셈이다.

◆ 관광비자 활용한 `레저형 이민`

= 이민법 강화로 최근 1~2년 새 뉴질랜드 이민은 `레저형`으로 바뀌고 있었다. 뉴질랜드에서 영주권을 받는 것이 아니라 뉴질랜드에 적당한 집을 산 뒤 살기 좋은 계절에만 이곳으로 오는 것이다.

오클랜드에서 만난 김성화 씨(64)는 지난해 시내 중심에 스튜디오(주거형 오피스텔 형태)를 15만뉴질랜드달러(약 1억원)를 주고 구입했다. 50㎡(15평)의 작은 규모지만 냉장고 세탁기 등 기본적인 가전제품이 모두 갖춰져 있고 바닷가 인근이라 전망도 좋다. 시내라서 굳이 차를 구입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교통도 편리하다. 그는 봄과 가을은 한국에서 지내고. 여름과 겨울은 이곳 오클랜드에서 지낸다.

뉴질랜드는 관광비자로 3개월까지 체류할 수 있다. 9개월까지 연장도 가능하다. 서울의 혹독한 여름과 추운 겨울 날씨를 피해 뉴질랜드로 휴양을 오는 것이다.

김씨는 "뉴질랜드는 여름과 겨울에도 날씨가 온화한 편"이라며 "나이 든 사람이 지내기에 딱 좋다"고 말했다.

김씨는 인근 피트니스센터에 연간 회원권을 끊어 두고 틈나는 대로 운동을 즐긴다.

부부의 연간 회원권 가격은 500뉴질랜드달러면 충분하다. 골프 연간 회원권도 500뉴질랜드달러에 부부가 같이 이용하고 있다.

의료 문제도 큰 걱정이 없다. 영주권이 없는 단기 체류자도 국공립 의료시설에서 무료로 치료를 받을 수 있다. 또 뉴질랜드는 `ACC(뉴질랜드 사고보상공사)` 제도가 있어서 뉴질랜드에서 사고로 다쳤을 때 국공립 의료시설에서 완치될 때까지 무료로 치료받을 수 있다.

한국과 시차도 3시간이기 때문에 인터넷 전화를 이용해 한국에 있는 친지들과 통화하는데도 어려움이 없다.

◆ 골프, 등산, 낚시 등 `레저천국`

= 최필형 씨가 뉴질랜드로 이민 온 뒤 가장 만족하는 것은 레저생활이다. 골프에서부터 등산, 낚시까지 한국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저렴한 가격으로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퍼블릭 골프장을 이용하면 1만원이면 종일 칠 수 있다. 연간 회원권도 1년에 1000뉴질랜드달러를 넘는 곳이 많지 않다. 주변에 널린 강에서 낚시를 즐기고 오클랜드에서 1시간가량 차를 몰고 나가면 수려한 자연을 벗 삼아 등산할 수 있는 산도 널려 있다.

최씨는 "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라는 노래 가사가 우리 세대의 꿈이었는데 현재 뉴질랜드 생활을 보면 꿈꾸던 것에 가깝게 다가갔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뉴질랜드 부동산 가격은 2000년 이후 매년 두 자릿수 이상 상승률을 보일 정도로 가파르게 올랐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어지간한 주택값이 100만~150만뉴질랜드달러를 훌쩍 뛰어넘는다. 불과 몇 년 만에 2~3배 오른 가격이다. 현재 1뉴질랜드달러가 원화로 650원 정도이니 해변가 별장 같은 주택이 6억5000만원에서 10억원까지 한다는 얘기다.

뉴질랜드 부동산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가장 큰 이유는 이민자 유입 때문이다. 2000년 이후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인도네시아 등 아사아권과 영국 독일 등 유럽권 사람들이 자연환경과 생활여건이 좋은 뉴질랜드로 몰려들면서 부동산값을 띄웠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 10%에 육박할 정도로 높은 수준인 데도 주택 수요가 공급을 앞서자 집값 상승세는 매년 기록적인 수준을 보이고 있다.

주택가격이 오르자 임차료도 동반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방 2개짜리 아파트의 현재 임차료는 주당 350~400뉴질랜드달러 수준이다. 불과 1년 새 100뉴질랜드달러 가까이 올랐다.

뉴질랜드는 부동산에 대해 취득세와 등록세, 양도소득세를 부과하지 않는다. 1년에 한 번씩 내는 재산세도 한국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 미칠 정도로 낮다.

굳이 부동산이 아니라도 뉴질랜드는 `여윳돈`을 굴리기에 좋은 곳이다. 김성화 씨는 한국에서 운영하던 자금의 절반을 뉴질랜드로 가지고 왔다. 이곳의 은행 예금 금리는 연 8~9% 선. 한국보다 3%포인트가량 높은 데다 외국인이기 때문에 이자소득세를 2%밖에 내지 않는다. 한국의 이자소득세 16.5%와 비교한다면 사실상 세금이 없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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