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주택분양 시장은 경기침체와 정부 규제가 맞물리면서 외환위기 이후 가장 부진한 성적을 냈다. 분양가 거품을 빼겠다며 정부가 의욕적으로 분양가 상한제를 도입했지만 건설회사들의 밀어내기 물량이 쏟아지면서 분양가는 오히려 작년 상반기보다 30% 이상 뛰어올랐다.
조만간 분양이 시작되는 광교신도시와 인천 청라, 판교 잔여물량 등을 노리고 하반기가 다가올수록 청약통장을 자제하는 실수요자도 계속 늘어났다.
◆ 분양가 평균 3.3㎡당 1363만원 = 부동산정보업체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올 상반기 분양한 아파트의 분양가는 3.3㎡당 평균 1363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020만원)보다 33.5% 상승했다.
지난해 하반기(1173만원)와 비교해서도 16.2% 높아진 수치다.
강민석 메리츠증권 부동산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고유가 쇼크로 생활물가가 급등한 가운데 이 같은 고분양가 아파트가 속출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신규 분양시장이 수요자들에게 싸늘하게 외면받는 촉매제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지역별 분양가는 해운대 일대에 고가 주상복합이 대거 들어선 부산이 전년 대비 58.7% 오른 1815만원을 기록해 전국에서 상승폭이 가장 컸다.
성수동 뚝섬에서 최고가 분양이 이뤄진 서울은 평균 1829만원으로 28.7% 올랐으며 경기도 지역도 평균 1253만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27.8% 상승했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돼 분양가를 끌어내릴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건설회사들이 상한제를 피해 물량을 쏟아내면서 상반기 중 상한제가 적용된 아파트는 거의 공급되지 않았다.
택지개발이 집중된 수도권은 상반기에 총 3만5639가구가 공급돼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 증가했고 지방 5대 광역시도 1만9378가구가 쏟아져 작년보다 30.8% 늘었다.
◆ 소형 분양 '쨍하고 해 뜰 날' = 대출과 세금 규제로 대형ㆍ고가 아파트가 찬밥 대우를 받은 반면 중소형 아파트들은 상대적으로 인기가 높았다.
수도권 알짜 택지지구로 관심이 높았던 용인 신봉과 성복지구에서도 전용면적 85㎡ 이하는 대부분 순위 내 청약에서 마감됐지만 85㎡ 초과 중대형은 3순위에서도 대거 미달되는 성적을 냈다.
상반기 최고 경쟁률을 기록한 아파트 5곳 중 2곳은 용인시 흥덕지구에서 나왔다.
용인 성복, 수지, 마북지구 등이 고전을 면치 못했던 데 비해 흥덕지구에서 분양한 힐스테이트와 로얄듀크는 3.3㎡당 1000만원이 안 되는 분양가를 앞세워 청약 경쟁률이 각각 28.4대1과 18.2대1이라는 대박을 터뜨렸다.
평형별 최고 경쟁률도 흥덕지구 힐스테이트에서 나왔는데 116㎡가 88가구 모집에 2735명이 청약해 경쟁률 31대1을 기록했다.
삼성건설이 서울 은평구 불광동과 종암동에서 분양한 래미안도 경쟁률이 각각 8대1이 넘는 청약 열기를 나타내 이름값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영호 닥터아파트 리서치센터장은 "래미안 열기는 노원구에서 촉발된 강북 강세 바람과 브랜드 파워가 잘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 고가 주상복합 투자자 외면 = 서울 강북은 재개발 단지도 열기가 뜨거웠는데 용산구 용문구역 재개발 단지인 브라운스톤용산은 64가구 모집에 961명이 몰렸고 성북구 월곡푸르지오도 일반분양이 단 57가구였지만 1순위에서 371명이 청약신청했다.
반면 중대형 평수가 많고 분양가가 상대적으로 높았던 수도권 주상복합은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사상 최고가(3.3㎡당 평균 4500만원)로 분양한 서울 성동구 뚝섬의 주상복합들은 1~3순위 분양에서 80% 정도가 미달됐고, 남산 회현동 일대에서 대규모 분양에 나섰던 SK리더스뷰와 쌍용플래티넘 등은 아직도 잔여물량이 남아 있는 상황이다.
최고 1억원대 프리미엄이 붙는 등 해운대 돌풍을 몰고왔던 아이파크와 위브더제니스도 일부 당첨자가 계약을 포기하는 등 청약 열기에 비해 실제 계약률은 절반에도 못 미쳤다.
이런 가운데 올해 상반기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13만1757가구로 12년1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현재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13만1757가구로 1996년 2월 이후 최대치를 보였다.
[채수환 기자 / 이상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