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경제상식

'비실비실' IT株 살때인가 팔때인가?

'비실비실' IT株 살때인가 팔때인가?
소비둔화 우려에 외국인 매도…반도체주 저가매수 기회

상반기 반등장을 이끌었던 전기전자 업종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전기전자 업종 매도 규모는 6월 이후 1조3000억원을 넘어섰다. 삼성전자LG전자 등의 2분기 실적이 예상에 못 미칠 것이란 소문도 끊이지 않는다.

전기전자 업종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던 전문가들 의견에도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환율 효과에 대한 실적 기대감보다는 소비 축소에 따른 실적 하향 가능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 IT에 집중되는 외국인 매도

= 외국인들의 매도 공세는 전기전자 업종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달 들어 외국인이 매물로 쏟아낸 전기전자 업종 관련 주식의 총액은 지난 20일까지 1조3015억원에 이른다. 같은 기간 외국인이 유가증권시장에서 매도한 총금액 3조1434억원의 40%를 넘는다. 종목별로는 6월 이후 삼성전자를 6500억원 가까이 팔았고 LG전자LG디스플레이를 각각 2460억원가량 매도했다. 6월 이후 삼성전자 주가는 11.2%, LG디스플레이 주가는 13.52% 하락했다.

외국인들의 매도에 대해 대다수 전문가는 '올해 국내 증시에서 전기전자 업종의 주가 상승폭이 컸기 때문에 차익실현 차원에서 매도하는 것'이라고 해석해 왔다.

하지만 최근 삼성전자 등 주요 종목 주가가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몰렸던 4~5월 당시 주가보다 하락했음에도 매도 공세가 지속되자 다른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외국인들이 국내 IT 업종의 실적이 악화되는 시점을 예상보다 빨라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지난주 증시에는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이 당초 예상했던 2조4000억원 수준보다 10%가량 낮은 2조1500억원 수준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염려가 제기되며 삼성전자 주가가 하락한 바 있다. LG전자에 대해서도 최근 비슷한 소문이 돌았다.

또 지난주 미국의 전자제품 유통업체 베스트바이가 줄어든 투자 수입과 노트북PC나 게임기 같은 저마진 제품 판매로 인해 1분기 순이익이 6.8% 떨어졌다고 밝히는 등 소비 둔화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점이 이 같은 소문을 증폭시킨 것으로 보인다.

◆ 실적 전망 변화 조짐

= 국내 전문가들 역시 3분기 이후부터는 IT 업종의 실적이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인정한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경기 둔화가 지속될 경우 미국은 물론이고 중국, 중동 등 이머징마켓의 IT제품 수요도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1분기
삼성전자LG전자의 깜짝 실적을 이끌었던 휴대전화 부문 실적이 주춤할 것으로 보인다.

오인범 흥국증권 연구원은 "2분기까지 실적은 좋을 것으로 보이지만 애플사의 3세대 아이폰과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될 3분기부터는 국내 휴대전화업체들의 영업이익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대만의 휴대전화 생산업체인 컴팔이 연간 주문자개발방식(ODM) 물량 목표를 6000만대에서 4800만대로 하향 조정하기로 한 것도 휴대전화시장의 위축을 반영한다는 해석이다. LCD 역시 상황이 좋지만은 않다. 3분기에 실적이 최고치에 달한 뒤 조정기에 진입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 시작했다.

문현식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LCD 가격 상승 움직임이 6월부터 멈춘 상태"라며 "지난해에 비해 공급이 늘어나 하반기에도 가격 상승폭이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실적 견조한 반도체 중심 대처

= 전문가들은 전기전자 업종 중 실적이 유일하게 상향 조정되고 있는 반도체 업종에 관심을 집중하라고 충고했다. 대형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공급을 줄이기 시작하면서 제품 가격이 오르고 있다는 점이 주가에 긍정적일 것이란 설명이다. 특히 반도체 부문의 시장 장악력이 뛰어난 삼성전자를 유망 종목으로 꼽았다.

이승우 신영증권 연구원은 "반도체는 수요보다 공급의 영향을 많이 받는 제품"이라며 "삼성전자 중심의 방어적 포트폴리오를 짜는 전략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서원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 삼성전자 LCD사업부와 휴대전화사업부의 영업이익은 1분기에 비해 줄어들 것"이라며 "반면 반도체 부문의 실적이 큰 폭으로 개선돼 전체 실적은 1분기보다 증가한 2조2500억원가량으로 본다"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의 경우엔 주가가 과소평가되고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LCD 업황이 좋지 않고 필립스 지분 처분 부담이 남아 있지만 주가수익비율(PER)이 5배를 밑도는 현 주가는 과도하게 하락했다는 것이다. 문현식 연구원은 "LCD 업황도 언젠가는 다시 상승하게 마련"이라며 "장기적으론 주가가 4만원 밑으로 내려선 지금이 매수 기회"라고 말했다.

[김동은 기자]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