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 대란설은 시장의 과민반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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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 대란설의 실체] "위기설은 과장…대부분 재투자"에 무게 9월 만기 외국인 보유 채권 8조원 한꺼번에 빠져나가면 시장 혼란 우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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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풀어쓰는 경제◆
금융시장에서 '9월 대란설'이 심심치 않게 들리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증시에서 주식을 대거 처분한 데 이어 채권시장에서도 매도물량을 쏟아내면서 위기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외국인이 가진 국고채 가운데 9월에 만기가 돌아오는 물량이 8조원을 웃돌고 있어 한꺼번에 썰물처럼 빠져나갈 경우 국내 채권시장은 휘청거릴 수밖에 없다는 예측이다.
글로벌 신용경색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외국인들이 채권을 팔고 달러를 들고 나갈 경우 국내 금융회사들의 달러 조달은 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 채권 매도가 많아지면 채권값이 폭락해 시중금리가 크게 오르기 때문에 주택가격 하락과 대출금리 급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계와 중소기업들은 더 어려움을 겪게 된다.
하지만 미국에서 금융시장 안정화 조치가 나오면서 국제금융시장이 다소 호전되는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또 국내 채권시장은 여전히 투자 매력이 있기 때문에 외국인들이 돈을 빼서 나가지 않고 재투자할 것이어서 '9월 대란설'은 우려에 그칠 것이라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 외국인 채권거래 메커니즘
= 외국인들이 국내 채권을 사는 것은 재정거래에서 이득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채권 재정거래는 '국고채금리-스와프금리(IRS, CRS)' 차이에 따른 차익을 가져가는 것이다.
먼저 이자율 스와프(IRSㆍ Interest Rate Swap)와 연계된 채권투자가 있다. IRS거래란 고정금리와 변동금리를 교환하는 것이다. 국내에서 자금을 조달해 국채에 투자할 때 사용하는 거래방식이다.
거래의 메커니즘을 살펴보자. 예를 들어 3년간 연수익률 5%를 지급하는 액면가 100억원의 국고채 A를 매수하기로 한 국내 기관투자가가 있다.
그리고 매수시점 이후 국고채 수익률이 6%로 상승한다고 가정하자. 신규로 발행될 3년물 국고채 B는 A보다 1%포인트 높은 수익률을 투자자에게 지급하게 된다.
만약 국고채 A 매수자가 사전에 금리가 오를 줄 알았더라면 투자시점을 늦추고 B를 매수했을 것이다.
국고채 A를 선택하면서 일종의 평가손실이 발생한 셈이다. 결국 시중금리 상승은 채권보유자에게는 채권가치 하락, 원금 손실을 초래한다.
반대의 경우 투자이익이 발생한다. 그러나 전문가도 예측하기 어려운 것이 금리다.
따라서 채권 보유기관은 이러한 금리 위험을 헤지하기 위해 IRS 지급(pay)이란 계약을 체결한다. 즉 고정금리를 주고 변동금리를 받음으로써 금리 상승시 발생하는 채권의 평가손실을 향후 받게 될 CD금리(변동금리)의 상승분으로 상쇄하는 것이다.
다음은 달러로 국고채를 매입하는 경우이다. 이때는 IRS 지급 대신에 달러를 원화로 바꾸는 과정이 추가된 통화스와프(CRSㆍCurrency Swap) 지급(pay)이 사용된다.
외국인이 달러를 빌려 이를 CRS 지급을 통해 원화로 환전한 뒤 국고채를 매입하는 것이다.
CRS 지급은 계약시점에 달러를 지급하는 대신 그에 상응하는 원화를 받았다가 계약기간이 끝났을 때 반대로 청산하는 방식이다.
상대방 통화를 사용한 데 대한 대가로 이자를 주고받는다. 달러를 받는 대가로 리보금리를 지급하고 원화를 받는 대가로 CRS금리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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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대란설의 실체
= 채권시장에서 지난해 11월과 금년 3월 금리가 급등락했던 것은 이런 스와프거래에 따른 평가손실에서 비롯됐다.
그동안 외국인들은 국내시장에서 원화를 빌려 IRS 지급과 연계하거나 CRS 지급을 사용해 해외에서 빌린 달러를 원화로 바꾼 뒤 국채를 매수하면서 '땅 짚고 헤엄치기'와 같은 돈벌이를 해왔다.
차입이자는 IRS(CRS) 지급에서 받는 변동금리로 해결하고 금리차익만을 향유하다 만기시 원금은 국채 매도금으로 상환하면 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 들어 외국인들은 국내시장에 달러가 부족해 스와프시장에서 CRS 금리가 하락함에 따라 하반기부터 국고채와 CRS 금리 차이를 노리고 대규모로 채권을 사들였다.
하지만 11월에 터진 글로벌 신용경색으로 CRS 금리가 추가 급락하면서 기존에 국채를 매입하고 헤지 목적으로 CRS 지급과 연계했던 외국인들은 더 많은 이득을 볼 기회를 놓친 데 따른 평가손실이 발생하고 이것이 국채 매도로 이어진 것이다.
그런데 최근 금리인상 기대감, 인플레이션 우려에 따라 국고채 금리가 상승했지만 CRS 금리도 크게 오르면서 차익거래 규모가 줄었다.
신용위기가 재연될 조짐마저 보이면서 외국인들이 자금 확보 차원에서 보유 채권을 미리 팔거나 대규모 만기가 돌아오는 9월에 만기연장을 하지 않고 빠져나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것이다. '외국인들의 국채 매도→채권 가격 폭락→금리 급등'이란 상황이 재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외국인들이 채권을 팔고 달러를 갖고 나가면 그렇지 않아도 달러 공급이 부족한 국내시장에서 달러는 씨가 마르게 된다.
외국계 은행 국내 지점, 외국인들의 국고채 투자에는 명암(明暗)이 엇갈린다. 국부 유출이라는 우려 한편에는 외화 유동성 공급 및 왜곡된 스와프금리의 교정작용이라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만성적으로 IRS(CRS) 금리가 낮은 상태를 유지하는 국내 스와프시장의 구조적인 왜곡 문제가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외국인들의 재정 거래가 확대되면 금리 급변동이 반복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9월 대규모 국고채 만기가 다가오고 글로벌 신용경색이 재연될 경우 또다시 이런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하지만 지난 두 번의 선례에서 경험했듯이 재정 거래 차익이 여전하기 때문에 9월에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의 대부분은 재투자될 것으로 보이고 단기간 금리가 급변동하는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여 '9월 대란설'은 기우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한재준 인하대 경영학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