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가 본 부동산시장 "블루칩만 주시하라" | |||||||||
내년까지 가격하락 전망…거래 활성화 대책 나와야 | |||||||||
부동산시장이 심상치 않다. 당장 지방 미분양 사태가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강남·북, 신도시 할 것 없이 집값이 하락하다 보니 ‘불패신화’조차 흔들리는 분위기다. 무리한 대출을 받아 ‘막차’를 탄 실수요자들이나 세금 폭탄에 허덕이는 다주택자들 불안감은 더하다. 이러다 ‘부동산 거품이 붕괴된 일본 꼴 나는 게 아니냐’는 얘기도 심심찮게 나온다. 앞날이 캄캄한 혼란기에서 진정한 부동산 투자의 묘수는 무엇일까. 매경이코노미는 10회에 걸쳐 인터뷰한 고수들을 상대로 부동산 투자 해법에 대한 조언을 다시 한번 구했다. 부동산시장 분위기는? 거래 마비·가격 하락 ‘이중고’ 부동산 투자 고수들도 한결같이 시장 분위기가 ‘어둡다’는 데 동의했다. “부동산시장이 침체를 넘어 거래마비, 가격 하락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데 이대로 가다간 깊은 불확실성의 늪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지역별로 보면 지방이 심각하다. 정부 미분양 해소책에도 불구하고 미분양 물량은 줄지 않고 되레 건설사 부도 수만 급증하고 있다. 경기침체까지 겹쳐 매수세가 실종되면서 ‘빈사상태’에 처했다는 표현이 적합할 듯싶다. 서울·수도권도 안심할 처지는 아니다. 세금이 늘고 각종 규제 여파로 부동산 거래가 사실상 끊긴 분위기다. 2006년 하반기부터 ‘나홀로 고공행진’을 이어오던 강북도 마찬가지. 가격 상승 부담감으로 최근 매수세가 급감했다. 각종 개발호재들이 이미 가격에 반영되면서 추가 상승 기대감을 찾아보기 어렵다. 여기에 매매·전세 비중이 40%대로 낮아지면서 세입자들의 매매 전환 수요도 줄고 있다. 이상영 부동산114 사장은 “가격 하락과 거래량 감소가 동시에 나타나는 전반적인 침체기”라며 “올 4~5월까지 회복되던 아파트 거래량도 다시 감소세로 전환했고 강남, 용인 등 핵심 분양시장까지 맥을 못 추는 등 주거용 부동산 침체가 심각하다”고 정리한다. 그나마 기대했던 규제 완화 시기도 자꾸 늦춰지면서 수요자들 실망감만 더하고 있다. 고종완 RE멤버스 사장은 “이명박 정부 들어 규제 완화 기대감만 무성할 뿐 가시화된 조치가 나오지 않자 실망 매물, 2주택자 차익매물이 늘고 있다”며 “추가 하락을 기대한 매수세들이 관망하는 분위기 속에 버블세븐을 중심으로 대형·재건축 단지가 하락세를 주도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한다.
규제 효과 여전하고 세계 경기침체 직격탄 부동산시장이 침체된 근본적인 이유부터 따져보자. 첫째 각종 규제의 파급력이 여전하다는 점. 비록 세제 완화책이 서서히 나오고 있지만 ‘시작’일 뿐이다. 양도세, 종부세, 재산세 등 세금 중과에다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주택금융 규제, 분양가상한제 등의 여파는 시장 침체의 결정적 요인이다. 이런 규제들이 얽히고설켜 투기수요는 물론이고 실수요자들의 투자심리, 구매력까지 위축시켰다. 노무현 정부 당시 실효가 없었다는 혹평을 받았던 각종 규제책들이 이제서야 본격 빛을 발하고(?) 있다는 얘기다. 둘째 전 세계 경기 위축이다. 고유가와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전 세계적으로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경기침체 속 물가상승) 현상이 두드러졌다. 중국, 인도 등 신흥개발도상국이 급성장하면서 2003년부터 이미 인플레이션이 시작됐고 2006년 이후 물가상승 압력이 가중돼 왔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로서는 이 여파를 그대로 받으면서 부동산경기에도 치명타가 됐다. 2002~2006년까지 5년간 장기 상승세에 따른 자연스런 조정을 겪는 가운데 지난해부터는 세계 경기침체 영향으로 주택경기가 본격 침체 국면에 접어든 셈이다. 이상영 사장은 “경기침체와 물가 상승이 구매력 하락으로 이어졌고 대출 규제, 대출금리 인상까지 더해져 부동산 투자심리 자체를 위축시키고 있다”고 정리한다. 부동산시장 대세 하락기 접어들었나? 거품 붕괴 초기단계? 고수들은 당장 부동산시장이 침체 국면에서 벗어나긴 어렵다고 내다봤다. 적어도 내년 말까지 스태그플레이션이 완만하게 진행된다는 데 무게를 두는 전문가들이 많았다. 자연스레 우리나라 부동산 가격도 내년까지 하락세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거품 붕괴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에 대해선 이견이 많았다. 우선 내성이 쌓여 있어 하락폭이 그리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주류다. 고종완 사장은 “우리나라 집값은 미국, 중국 등에 비해 늦게 상승한 데다 그 폭도 크지 않았다”며 “지난해부터 이미 하락 조정을 거쳤기 때문에 거품이 붕괴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전 세계적인 부동산 거품 붕괴가 이제 초기단계란 분석도 있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현재 미국 거품 붕괴가 절반 정도, 유럽은 시작 단계, 아시아권은 아직 본격화되지 않은 상태”라며 “부동산 거품 붕괴는 주식시장보다 파괴력이 2배 이상 높고 적어도 2년 이상 진행된다”고 우려한다. 물론 정부도 가만 있지는 않을 터. 건설경기 활성화 및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해 규제 완화, 세금 감면을 진행하고 있지만 인플레이션을 해소하기 위해 금리 인상 등 정책을 쓴다면 부동산경기는 오히려 위축될 수도 있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사장은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 인상을 단행한다면 금융 위기를 불러와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급하게 처분하고 곧 대세 하락기로 접어든다”며 “금리 인상에 신중을 기해야 ‘최악의 시나리오’인 거품 붕괴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김선덕 소장 역시 “무리한 거래 활성화 정책은 매물만 늘려 오히려 부동산 가격 하락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부동산시장 활성화 위한 대책은? 수도권·지방 규제 달리해야 이명박 정부의 부동산 정책 핵심은 규제 완화와 세제 개편, 도심 활성화다. 도심 활성화는 이미 뉴타운 개발을 통해 본격 진행 중이고 규제 완화, 세제 개편 수위가 초미의 관심사다. 부동산시장 활성화 정책에 대해 고수들 생각은 어떨까. 일단 ‘지방 규제 완화’가 급선무라고 입을 모았다. 호재가 넘치는 곳은 제외하더라도 미분양이 넘치고 투기수요가 사라진 지방 대도시에선 규제를 대폭 풀고 수요 진작책도 함께 펴야 한다는 것. 부산, 대구, 광주 등이 대표적인 도시다. 특히 지방에선 1가구 2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가 절실하다. 예를 들어 현재 읍면지역의 3억원 미만 주택에 대한 양도세 중과 예외가 인정되고 있다. 앞으로 지역과 금액, 면적에 대한 완화조치를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지방의 ‘세컨드하우스’는 주5일 근무제 덕분에 가족 여가수단은 물론이고 은퇴 후 주거지로도 활용될 수 있기 때문. 고종완 사장은 “1가구 2주택자 양도세 중과는 ‘글로벌스탠더드’에 맞지 않을뿐더러 주택을 돈벌이 수단으로만 인식한 데서 나온 제도”라며 “수도권은 유지하더라도 지방은 이를 폐지하거나 중과세율을 완화, 조정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같은 맥락에서 지방 임대주택사업 활성화도 필요하다. 지방의 경우 임대주택사업 요건을 3가구(현행 5가구)로 낮추고 임대주택사업자가 직접 거주하는 주택에 한해서는 1가구 1주택자처럼 3년 보유 시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줘야 한다는 것. 시중 유동성을 흡수하면서도 장기적으로 민간 임대물량이 늘어나 전·월세 시장 안정에도 기여할 거란 분석이다. 이상영 사장은 “지방 부동산경기 활성화를 위해선 미분양 아파트 규제부터 풀고 펀드 조성이나 기업형 임대주택사업자를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대로 서울·수도권 규제 완화는 시차를 둬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당분간 현행 골격을 유지하면서 단계적으로 규제를 개혁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특히 재건축 규제와 대출 규제를 한꺼번에 풀어서는 곤란하다. 재건축은 대기수요가 많은 데다 투기수요 유입을 차단할 만한 마땅한 대책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선(先)재건축 규제 완화, 후(後)주택금융조정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상영 사장은 “수도권 주택보급률이 90%대 초반에 머물러 있고 2000년 이후 집값이 급등한 상황에서 다주택자 세금 완화책은 국민 정서상 납득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거래세 완화나 장기보유자에 대한 양도세 완화 정도로 규제 완화 폭을 줄여야 한다”고 못 박았다. 다만 분양권 전매제한기간이 5~10년에 달하기 때문에 지자체가 이 기간을 탄력적으로 단축, 조정할 수 있도록 권한을 위임할 필요도 있다. 1가구 2주택자 양도세 중과 완화해야 주택담보대출 규제완화와 금리 인하를 강조하는 고수도 있었다. 임달호 현도컨설팅 사장은 “여러 세제 완화와 함께 주택담보대출 규제 완화, 금리 인하를 병행해야 시장이 확실히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김신조 내외주건 사장 역시 “유동성 문제 해결을 위해 하루 빨리 대출규제부터 풀어야 한다”고 덧붙인다. 심지어 종부세를 당장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봉준호 닥스플랜 사장은 “재산세 상승폭이 워낙 커서 고가 주택 보유자의 경우 재산세만으로도 부담이 크기 때문에 종부세는 폐지해도 무방하다”며 “다만 2주택자 이상 양도세 완화는 시장 반응을 보면서 시기를 조절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물론 규제 완화에만 나설 게 아니라 무주택, 실수요자에 대한 내집마련 지원제도는 더욱 강화해야 한다. 스웨덴 등 유럽국가들의 경우 무주택자에 대한 장기저리자금지원제도가 잘 마련돼 있다. 지금처럼 금리가 높고 대출이 꽉 막힌 가운데 거래마저 위축된 상황에선 무주택 서민들의 설자리가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고종완 사장은 ‘생애최초주택자금대출제도’ 부활을 강조하고 나섰다. “참여정부 때 시행하다가 지금은 중단됐는데 대출 규제 완화 차원에서 무주택자들의 자가주택을 지원하는 데 활용가치가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 부동산 투자 전략 묘수는? 】 ◆ 오피스텔 등 ‘불황에 강한’ 상품 노려라 혼란기 속에서도 부동산 투자 수요는 끊이질 않는다. 향후 부동산 투자 전략은 어떻게 세워야 할까. 무주택자의 경우 내년 상반기까지 내집마련 시기를 계속 저울질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우리의 경우 아직까지 스태그플레이션 강도가 심하지 않는 걸 감안했을 때 분양가상한제가 수정되면 당장 올 9월부터 분양가가 오르고 집값 하락세가 둔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일단 본인의 청약가점부터 따져보자. 점수가 높다면 뉴타운을 비롯해 경제자유구역, 기업·혁신도시 주변 단지에 청약하고 그렇지 않다면 재건축단지, 뉴타운 재개발 지분을 비롯해 재래시장과 준공업지역의 저층주택, 한강변아파트 급매물을 노려보는 게 좋다. 김영진 내집마련정보사 사장은 “서울 서남권 르네상스 수혜지역인 구로구와 영등포, 강서구 등이 유망하다”며 “지하철 9호선 수혜지와 경전철 개통 등 교통 호재가 있는 곳도 투자가치가 높을 것”이라고 내다본다. 1가구 1주택자의 경우 평소 원하던 지역, 면적으로 갈아타는 데 좋은 시기이기도 하다. 가격별로는 규제 완화 효과가 기대되는 6억~9억원대 강남권 아파트가 유망하다. 박상언 사장은 “종부세 기준이 9억원으로 상향된다면 저평가됐던 99㎡(30평)대 아파트 가격이 추가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며 “소형 아파트에 거주했던 수요자라면 지금이 갈아타기할 적당한 시점”이라고 밝힌다. 박병호 소장은 “분양시장에서 기존 주택시장으로 눈을 돌려 급급매물을 잡아 자신이 선호했던 지역에 입성하기 좋을 때”라며 “바닥에서 10% 정도만 높게 구입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상품별로는 ‘불황에 강한’ 부동산이 좋다. 재개발 대상주택, 임대형 오피스텔, 도심권 업무용빌딩 등이 꼽힌다. 다만 소형 오피스텔이나 주택은 전·월세 수요가 많은 시기를 피해서 구입하자. 가을 이사철이 시작되기 전 8월이나 내년 봄 이사철 전인 10~11월이 매매 적기다. 하지만 과거처럼 부동산 투자로 큰 수익을 기대하던 시대는 사실상 끝났다고 봐야 한다. 현금화하기 쉬운 블루칩 부동산만 구입하면서 대출액을 줄여 투자하는 게 좋다. 이상영 사장은 “집값이 연간 20~30% 급등하던 시기는 지났다”며 “연간 목표수익률을 낮추고 임대수익과 자본이득을 동시에 고려하는 장기 투자 전략이 필요한 때”라고 말한다. [김경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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