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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병일기

독감을 앓고 나니, 2주가 훌쩍 지나 있었다

지독한 감기로 자리에 누웠다. 아니 뻗어 있었다. 도무지 내 마음대로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얼마나 누워 있었나 달력을 보니 2주간이 훌쩍 넘어 있다. 그동안  연말 연초 일정이 바쁘긴 했지만 무엇 보다 내 자신과 약속을 지키려고 이를 악물고 강행한 것이 탓이다. 1월에 있을 일이 당겨져서 12월에 치렀다. 항상 나는 내가 계획한 것에 변경이 생기면 좀 힘들어하는 타입이다. 이미  책을 완성하려고 밤 잠을 설치며 강행했다. 그 틈새를 감기가 치고 들어 왔다.  새해라고 새 다짐 한번 계획해 보지 못하고 싱겁게 감기 몸살로 드러누웠다.

신년 달력엔 또 다시 일정이 만들어지고 있다. 요사이 내가 느끼는 것은 내가 만나는 사람들만 만나는 답답함이 있다. 어제는 축 처져 있는 나를 바람을 쐬어 준다고 지인이 퇴촌 언저리로 데려갔다. 맨날 말만 들었던 천진암 성지를 보여 주고, 남한강이 내려다보다 보이는 카페에 갔다. 심신이 고달프니 그저 아름다운 경치일 뿐이다. 오히려 사람들 속에 있으니 그냥 집에 있는 만 못했다. 최근 내 주변에 초 에너지를 발휘한 사람들과 만나고 있다. 나름 인생을 열심히 살아 이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자신의 삶을 즐기는 그녀들을 보면서 나도 곧 저런 시간이 오겠지라는 생각을 해 본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2주간이 지나 있다. 아이의 청첩장이 책상 위에 놓여 있다. 내가 청첩을 돌리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막상 자식의 청첩장을 받고 보니 당혹스럽다. 내 삶의 한 부분이 떨어져 나가는 것이다. 오랜 동안 머물던 아이는 이제 성인이 되어 우리 곁을 떠난다. 나도 그땐 내 부모 심정을 몰랐다. 아마도 그 무렵 내 아버지도 요사이 내가 느끼는 `이런 허전함을 가지고 나를 보내 주셨겠구나.' 하고 오래전 부모님이 그립다. 세상은 이렇게 변화 가는 것이다. 또 나는 내 부모님처럼 나의 길을 떠난 것이다. 내일 죽을 사람처럼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이 있듯 나도 그 무언가에 집중하고 싶다.

올해 첫 봉사활동을 마치고 이제야 첫 새해다. 해마다 하는 해맞이도 걸렀다. 사회적 분위기가 침울하니 나도 덩달아 침울해 지는 것 같다. 세상은 그래도 돌아가니 나도 이제 새해를 제대로 맞이해 봐야겠다. 이런 때는 구정이 있어서 핑곗거리가 된다. 다시 새 마음으로 새롭게 마음을 다 잡고 새해 살이를 시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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