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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병일기

첫눈 내리는 날/차창만 보지 말고 그냥 걸어 봐

 2024년 12월 27일 첫눈은 확실하게 왔다.  첫눈 내리는 날 온 건지 안 온 건지 알 수 없는 첫눈으로 서로 옥신각신 하지 않도록 지난밤부터 강한 바람이 불더니 바람 끝에 눈이 날렸다. 온종일 내리는 소담스러운 눈에 저절로 차창 밖을 바라다본다.  

 

 바람과 함께 새털처럼 날리는 눈을 보다 강가로 산책을 나갔다. 집안에서 보는 눈은 필요없는 공상을 하게 하지만 직접 날리는 눈길을 걸으면 그 아름다움에 숨이 멎는다. 며칠 전에도 이 길을 걸으며 늦가을 정취를 느꼈는데 오늘은  새침한 아가씨처럼 겨울 세상이 되어 있다.  

 여름 내내 그늘을 마련주었던 생태공원도 눈이 내려 아름답다. 바람을 타고 새들이 지저귐이 요란하다. 아마도 갑자기 닥친 추위에 새들도 놀라서 분주하게 퍼덕거리는 소리가 메아리가 된다. 두문두문 사람들이 겨울 정취를 느끼며 스쳐 지나간다.  

 사계절 볼 수 있는 사계 장미가 눈 속에서 고운 빛을 마지막으로 피워내고 있다.  지난 밤바람에 길가에는 낙엽과 나뭇가지들이 어지럽게 떨어져 있다. 한강에 사는 동물들이 많은데 이 겨울 이들은 어디에서 겨울을 날 준비를 할까?  

 눈이 내리는 날에 빈 벤취에 여름과 가을 이야기가 숨어 있다. 벤치는 다 알고 있을 것이다. 그 누군가가 이곳에 머물며 남기고 간 사연을. 온통 하얀 세상에서 나는 걸었다. 차창으로 본 풍경과 사뭇 다르다.   

 멀리 아차산과 워커힐이 눈 속에 덮혀 있다. 강은 물이 들어와 더 차갑게 강가를 채운다. 겨울 강가는 새들도 사람도 쉬어 가는 길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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