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한 여름날이 지나간다. 가을비가 촉촉이 내리는 날이다. 가을을 좋아하는 나는 이런 찬비가 좋다. 이 비가 그치면 가을이 성큼 우리 곁으로 다가올 것이다. 며칠 전 시장에서 그동안 신세를 진 사람들에게 줄 물건을 샀다. 포장을 하고 간단한 고마움을 표현하는 글도 카드에 적었다. 선물이라 기보다는 작은 성의 표현이다. 이런 일을 하는 동안 그 과정이 나는 좋다,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세상이 삭막하고 험한 뉴스 속에 우리가 살고 있지만 내 이웃들은 모두 안녕하니 참 다행스럽다. 세상을 살다 보면 그때 그때에 고마운 사람 덕에 살아가는 것 같다. 매일 같이 운동을 하고 같이 밥을 먹는 일상 그리고 같이 이야기를 나누는 것 등 평범한 일상이 곧 행복인 것 같다.
최근 종이박스를 줍는 노인이 우산을 쓰지 못하고 비를 맞는 모습을 보고 그 누군가가 우산을 씌어 주었다는 미담 뉴스가 우리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점점 이기적이고 개인주의가 팽배해지는 요즘 나는 그래도 잔 재미와 서로를 기억해 주는 방법을 실천해 보려 노력한다. 언제부턴가 교회에 나 가지 못하고 있다. 가끔은 내가 속물이 되었다는 생각 그리고 너무 타락했다는 생각이 든다.
가슴이 설레여 본 지가 언제인지도 모르겠다. 산다는 것이 매일 밥을 먹는 것처럼 무덤덤하고 지루한지도 모른다. 한 끼 식사를 세상에서 처음 접하는 밥처럼 감탄을 하면서 먹지는 않는 것이다. 그러나 어쩌면 매 한 끼 식사 때마다 감사 기도를 드려야 하는 것이 진정 옳은 것 같다. 모든 이가 수고하고 애쓴 결과로 내 입에 밥이 들어가는 것이니 경건한 기도를 하지 않는 것은 반칙이란 생각이 든다. 요사이 밥을 먹기 전에 나와 싸움을 한다.
"밥을 먹을까, 그냥 때울까?" 밥 이외에도 대체되는 것들이 많다 보니 식사전 늘 이런 갈등을 한다. 밥의 고마움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두 끼 정도를 거르면 효과가 나온다. 정말 밥이 맛있다는 생각이 들고 밥이 중요하구나를 느낀다. 배를 7할만 채우라 하는데 이는 진정한 밥의 맛을 깊이 은미하고 또한 오장육부도 편안하게 해 주는 방법인 것 같다. 가을비와 가을바람이 나를 깨우고 내게 자꾸 속삭인다. "요즘 너는 왜 게으름을 피우고 있니?" 최근 나의 나쁜 습관 중 하나가 컴퓨터를 멀리하고 tv 앞에서 눈싸움을 하고 있는 것이 문제다. 그냥 넋을 놓고 tv만 보고 있다. 그리고 지나치게 눕기를 즐기고 있다. 매일 아침의 늦은 기상과 밥벌이만 억지로 하고 있다. 요사이 블로그도 시큰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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