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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병일기

청빈한 삶이 행복의 지름길을 내어 준다.

모처럼 만에  비가 와서 휴식을 취하였다. 명절 앞에 나는 늘 스트레스를 느낀다. 너무 잘하려는 마음과 대충 하고 지나치고 싶은 마음이 늘 싸움을 한다. 나도 모르게 이맘때 나는 너무 긴장된다. 언제쯤 이런 일들에서 초연해질 수 있을까? 가족이라는 인연의 끈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다.  아침 신문을 읽다 보니 인간에게 최종적으로 남는 것은 가족뿐이라고 한다. 아무런 가식과 체면이 필요 없는 관계로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져 주는 대상이란다.

돈과 재산이 많아도 가족이나 마음을 교류할 대상이 없는 사람은 불행한 사람이라고 한다.  자신의 편이 되어 주고 자신의 본향처럼 돌아갈 곳을 가진 자는 행복하다는 것이다. 나는 나  자신을 바라보았을 때 진정으로 내가 애착을 가지는 것을 손가락으로 헤아려 보니 채 열 손가락을 넘지 못한다. 그다지 마음에 쓰면서 간구하고 욕심을 내는 것들이 별로 없으니 젊은 날처럼 슬럼프도 없고 그저 하루 살아 낸 것에 감사하는 생활을 실천하고 있다. 때때로 내 마음 안에서 욕심을 내고 노익장을 부리라고 꼬드김이 있지만 나는 과욕을 멀리하면서 살아오고 있다. 내가 너무 옹색하거나 과한 욕심을 냈을 경우는 주변에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그 물건들을 주거나, 소품으로 여러 사람에게 분배를 한다. 내게 너무 과한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함이다.

 

때때로 나는 승방의 텅빈 공간 같은 삶을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어차피 잠시 빌려서 살다가는 인생이건만 모두들 너무 열심히 살고 모두들 다 갖추고만 살려고 한다. 나는 요즘 내 삶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 예전처럼 할딱거리면서  돈에 시달리지도 않고, 내가 그 누군가를 위해 희생을 요구받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저 내 하루하루를 충실하게 살아 내는 것만이 내 삶의 전부이다.  가끔씩 친구가 그리우면 전화를 하고, 몸이 찌뿌둥하면 집 주변을 걷고, 맛난 것이 먹고 싶으면 과하지 않은 금액대의 음식을 사서 먹는다. 적적한 청빈을 유지하면 사람다운 꼴을 하고 살 수 있다. 매일 피어나는 꽃을 바라보면 커피 한잔의 행복감을 느끼는 삶이 내겐 큰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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