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 내소사로 이른 봄맞이 여행을 다녀왔다.
사실 일본의 지진 뉴스로 머리가 어지럽고 현기증이 나서 그냥 무작정 친구와 번개팅을 해서 나선 길었는데, 기대 없이 떠난 여행이라서 인지 정말 푸른 전나무 숲길을 걷다 보니 마음이 평안해졌다.
일주문을 지나. 전나무숲길은 대략 150미터 정도 인데, 오대산전나무 숲길과는 또 다른 편안함을 느끼면서 겸손된 마음으로 절집을 방문하니 아직 이른 벚나무 사이로 꿈과 소망을 담북담은 연등이 우리 일행을 반겨 준다.
. | |
내소사하면 유홍준의 나의문화유산답사기에 대웅전 꽃문살이 유명한 것으로 소개 되어 있는데 몇달전 EBS에서 이색직업에 현대판 목수이야기가 나와서 참 재미있게 본 후에 이 꽃문살을 보니 그 아름다움을 왜 예찬하는지를 알고 보니 그 즐거움이 더 하다.
장인의 정성어린 꽃문살은 장인 자신도 다시 만들어 낼 수 있을지 고개를 갸우뚱할 만큼의 섬세한 작업이 요하고, 죽은 나무를 통해 아름다운 꽃을 표현하니 그 아름다움의 발견은 과히 상상할 수 없는 경지인 것이다.
숲길에서 마음과 몸을 정갈히하고사천왕을 바라다 본다. 티끌 같은 인간인 내가 당신을 바라다올려보고 있습니다.내가 가진 못된 생각, 못된 사고를 끊어 주시고, 허망한 꿈을 털어 버리고 가뿐 가뿐한마음으로 살아가게 해달라고 소망하면서 대웅전으로 향한다.
대웅전 오른 편에 묵언 수행을 하는 방의 팻말이 있어서 안을 들여다 볼 수는 없지만 그 누군가 세파에 시달려 사는 나그네를 대표하여 묵언수행을 위해 신발을 가지런히하고 그 신발처럼 단아한 자세로 침묵속에 진리를 찾고자 애쓰는 모습이 있어서 나도 모르게 그 앞에서 잠시 고개를 숙인다. 기도하는 자여, 그대 진리를 발견하고 견성하소서!
천년 고찰을 앞 마당을 지키고 있는 고목의 웅장함에 기선을 제압당한다. 그대는 천년을 살아 나를만나지만 나는 그대 나무의 정령에게 묻노니 "그대는 이 곳에서 무엇을 보았고, 또 무엇을 보기 위해 이 자리에 서 있는 것인가?"
백살 먹은 늙은이를 보면 신비감을 느끼는데 이 나무는 백년의 10배를 살아 내었으니 참으로 신비감과 함께 그 의연함에 한 참을 바라다 본다. 그대를 본 수 많은 사람속에 나는 그대에게 무엇일까? 고 사찰의 한 모서리에서 잠시 천년의 세월을 보여주는 나무를 바라다 본다.
천년전부안은 관세음보살의 고장이라고 한다. 내소사에는 관음전이 있으며 뒷산의 이름이 관음봉이다. 1925년 최남선의 기행문에서 실상사 관음전 이야기가 나오는데, 다음과 같다.
“실상사의 관음상은 서역으로부터 돌배를 타고 원암의 앞 개에 내착한 것인데, 처음 수상한 배가 들어오매 거인(居人)이 다투어 붙잡으려하나 속인에게는 물러나더니 혜구두타가 나가매, 절로 달려들어 비로소 그 위에 앉으신 관음상을 모셔 내리고 실상사에 모신 것이다.”
관음상이 서역에서 왔다고 했으나 관음의 성지인 중국 절강성 보타낙가산에서 송나라 청자와 함께 변산반도로 관음신앙이 전파된 것으로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다.
먼 옛날 뱃길을 통해 들어 온 문명은 지금 우리들의 가슴에 꽃(화두)을 던져주고 있다.
내소사 뒤편 바위산을 향해 올랐다. 오랫만에 걷다 보니 숨이 차다. 지난 겨우내 너무 추어서 두문분출하며 살아서 처음 30분은 헉헉 숨이 차고 발걸음이 무겁다. 지나는 산꾼들과 인사를 건내면 숨을 돌린다. 아마도 조금 더 가면 폭포가 있다는데 나와 친구는 중턱에서 내소사를 내려다 본다.
어느 영화 속의 풍경처럼 멀리 바다가 보이고, 숲속 산사는 멋진 자태를 보여준다. 천년 고찰의 품격이 흐르고 멀리 전나무 숲길이 아름답게 펼쳐저 있다. 이마의 땀을 시원한 봄바람이 불어 가슴 속까지 시원하게 어루만져 준다.
산에서 커다란 바위에서 누어서 잠시 오수를 즐기다 다시 숲길을 걷는데 내 앞에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며 걷는 보살 할머니를 보았다. 아주 먼 후일 저 노보살처럼 나도 내 벗과 함께 다시 이 길을 걷을 수 있을까?
내소사 절집에서 천년의 여행을 음미하면서 천년의 미소를 멈뭇고 있는 백의 관음보살과 꽃문살로 꽃처럼 곱게곱게 새 색시처럼 변산반도 안 쪽에 있는 내소사를 뒤로하고 길을 떠난다.
그러나 그 길은 내 가슴에 아로 새겨져 있고, 나는 서울 살이에 지칠 때에 조금씩 조금씩 펼쳐볼 수 있는 그리운 마음의 고향이 될 것 같다.
![]() |
'여행 사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남한산성의 검단산과 황송공원 (0) | 2011.04.16 |
---|---|
채석강과 새만금방조제 (0) | 2011.04.03 |
아차산에서 새해 첫 햇님을 마중하다 (0) | 2011.01.01 |
강릉 허균.허난설헌 기념관 (0) | 2010.12.02 |
남도여행기(광주, 보성, 벌교) (0) | 2010.11.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