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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병일기

생명력의 강인함

주말에 포르투갈 여행기를 읽었다. 아름다운 광장과 건축물 그리고 소박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었다. 평일에는 일에 메달리고 주말이 되면 하고 싶은 것이 많았는데 최근 들어서는 주말에 집꼭이다 보니 사실 생활이 너무 단조롭고 지루하기 조차하다. 

주말엔 그동안 심었던 꽃씨가 발아한 떡잎들과 속적없이 자라난 꽃상추와 당귀 입새의 향기를 맡았다. 집에 있는 꽃이 주황색 꽃이라서 일요일엔 분홍색 제라늄 꽃을 심었다. 그리고 대파의 뿌리를 빈 화분에 심어 보았다. 올해처럼 대파 파동을 겪고 보니 그냥 버리던 파 뿌리도 다시 보이는 것 같다.  한 4주전 에 심은 파 뿌리에서 싹이 나서 제법 파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생명력에 놀라고 그리고 식물들의 강인함에 내 자신이 위로가 되기도 한다.

작년에 심었던 목화가 내가 생각한 것 보다 너무 크고 줄기가 너무나 억세어서 기르기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열매가 맺히기 전에 다 뽑아 버렸는데 무심히 이상한 새싹이 나와 있기에 관찰해 보니 목화 잎새이다. 아마도 작년에 심은 씨앗이 숨어 있다가 발아를 시작한 것 같다. 다시 뽑아 내려니 미안하고 상자 텃밭에 키우자니 맞지 않고 하여 빈 화분이 있기에 거기다 이식하엿다.  아마도 그 화분이 작아서 잘 자라지 못할 것이지만 뽑아 버리지 못하는 내 마음인 것 같다.

작년에 친구의 정원에서 이식해 온 찔레꽃이 잎만 무성하고, 장미꽃도 새 잎파리가 나오고 있다. 베란다 꽃밭이다 보니 꽃들이 적응 중인 것 같다. 매일 물을 주면서 그들을 바라다 보는 즐거움이 있다. 꽃은 말이 없다 하지만 사실 꽃들은 자신을 바라 봐 달라고 자꾸 나에게 말을 걸어 온다. 어느낳 깜작 놀라게 꽃을 피워서 나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기도 한다. 꽃이 있으면 나비와 벌이 꼬이기 마련이다. 꽃들을 자세히 보고 있으면 벌레들이 유독 많이 붙어 있는 꽃이 있다. 아마도 사람으로 비유하면 해로운 사람이 꼬이는 것과 같은 것이다. 해충을 죽여 주려 약을 쓰고 때때로 가지를 잘라 주어도 참 해충 퇴치가 잘 안된다.

작년에 벌레가 꼬여 과감하게 가지를 쳐낸 자스민이 올해 잎새를 다시 돋아 내고 있지만 잎새를 자세히 보니 또 벌레의 조짐이 있다. 다른 화분에 영향을 줄까 봐서 이 꽃을 격리하여 놓았는데 다시 꽃을 피워 아름다운 향기를 느끼고 싶다. 아무래도 이 꽃을 위해 해충을 처리하는 조사를 해야겠다. 꽃을 기르는 사람 입장에서 가장 싫은 것은 꽃이 이유도 없이 말라서 죽는 경우이다. 해볕고 물을 조정하여 관리를 해 보지만 끝내 꽃이 말라 죽으면 마음이 참 안 좋다. 올봄에 산 작은 철쭉이 그렇다. 작은 화분에서 중간 화분으로 분갈이를 하고 잎도 잘 자라고 있었는데 갑자기 잎이 마르고 죽어 가서 어제 마른 꽃을 버리고 빈 화분만 있다. 내년에 다시 연 핑크의 귀여운 그 꽃을 보고 싶었는데 아마도 내 집에서 살기가 버거웠나 보다. 주말에 꽃을 바라보다 보면 시간 가는 줄을 잊는다. 이런 잔잔한 생활이 지속되는 것이 나에게 잠시 나를 뒤돌아 보는 시간이 될까? 코로나로 집안에 있는 시간 동안 과거 보다 나는 너무 게을러져 있고 때때로 무력감 마저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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