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로모로 산만한 6월을 맞이하였다. 5월 마지막 날 백신을 맞기로 결정했다. 백신을 맞은 사람과 맞지 않은 사람의 간극이 심화될 것 같아서 감기 기운도 사라지고 발걸음도 가벼워졌기에 이비인후과 선생님께 내 몸 상태를 말씀드리고 물으니 맞는 것이 좋다고 아주 간단하고 명료하게 말씀하셔서 날자를 예약하였다. 주변에 AZ를 맞은 사람들이 모두 무탈한 것을 보아 나도 방역을 돕는 느낌으로 백신 정책에 따르기로 했다.
내가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이 되어서는 안되기에 새롭게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사람으로서 참여자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아는 지인 중 암 병력이 있는 교사는 AZ를 맞고서 한 달간 응급실 입퇴원을 반복하였다는 소식도 있지만 자유로운 영혼 관리를 위해서도 그리고 여행을 다니기 위해서도 백신을 맞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이다.
비가 많고 흐린 날이 많으니 심리적인 관리가 필요한 것 같다. 어제는 일부러 옥상에 올랐다가 깜작 놀랐다. 한 달여간 꿍꿍거리던 소리 끝에 우리 집에서 멀리 잠실 타워가 보였는데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고는 꼭 그 방향에 고층이 되어서 작지만 그 건물을 보는 재미가 있었는데 이제는 신축 때문에 볼 수 없는 것이 참 아쉽다. 새로 증축한 건물이 좀 미워진다. 올해는 대추토마토와 단 맛이 나는 토마토를 심었는데 벌써 열매가 열려 있어 색깔을 보니 3주째 기다리고 있는데 아직 붉은빛이 나지 않는다. 그래도 작년에 비하면 올 모종이 실하였는지 제법 열매가 맺혀서 기대가 된다.
그에 비해 가지와 고추 모종을 한 집에서 샀는데 가지는 자라지도 않고 마르고 키만 웃자라고 있고, 고추 모는 한개는 하얀 꽃이 피어나고 있어 열매를 맺을 것 같은데 한 그루는 아무래도 결실을 맺지 못할 것 같다. 4월에 가지 모종 2개, 고추 모종 2개, 토마토 모종 2개, 상주 모종 2개, 샐러리 모종 2개, 당귀 모종 1개, 겨자채 모종 2개를 심었는데 주말마다 꽃상추는 매일매일 자라서 신기하게 매주 타고 있고, 샐러리와 당귀 그리고 겨자 채도 각각 1그루가 잘 되어서 한 끼 쌈 채소 역할을 담당해 주고 있다. 식물이 자라듯 내 마음도 매일매일 자랐으면 한다.
내가 물을 주듯 나 자신에게 영양을 주고 싶다. 부정적인 생각을 잘라내고 좋은 생각으로 내 마음이 풍성함으로 충만되기를 소망한다. 나의 결핍이 다른 사람에게 선함으로 전파되기를 희망한다. 요사이 나의 퇴직 건에 대한 인사치래로 간혹 당혹스러운 일도 겪고 있다. 나의 문제를 걱정해 주는 것은 좋지만 좋은 말도 자주 들으면 좀 화가 나거나 현재 내가 하고 있는 일 조차 집중하기가 어렵다. 어제도 늦은 밤 전화를 걸어 나에게 이 얘기 저 얘기를 하는 사람을 만나서 정말 힘들었다. 남에게 싫은 소리를 하는 것을 싫어하는 나로서는 참고 들어주는 것 그 자체가 스트레스이다.
한국 사람들의 오지랍은 오히려 무례함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그들은 나에게 이런 질문을 아무렇지 않게 한다. "퇴직하고 뭐하고 지낼 거예요. 준비하는 것은 있어요?" 등등의 말을 걸어온다. 나는 그에게 이렇게 말해 주고 싶다. "그래서, 그럼 당신이 나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어서 그런 질문을 하는데?"라고 되묻고 싶다. 사실 그들은 나를 걱정해서 해 주는 마음에서 그렇게 이야기를 하는 거겠지만 그런 말을 듣는 나는 내 자격 지심에 가슴 한편에 통증이 온다. 마치 망치로 머리를 맞은 기분이랄까. 정작 무계획인 나로서는 지금 당장 오늘이 더 중요하기에 그들의 말은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이고, 퇴직도 오늘 하루를 내가 하고 있는 일을 잘 수행했을 때의 결과인 까닭에 나는 하루하루를 충실히 살아내고자 한다.
마치 퇴직을 앞둔 사람은 업무의 열외처럼 취급하면서 정작 업무는 변화된 것이 없는 나로서는 내 업무를 충실히 후배에게 전달하고 정리해 주는 것이 최선이기에 첫 직장생활을 할 때 처럼 마음은 바쁘다. 그러나 나는 안다. 내 업무는 고유성이 있고 또한 후배들도 그들의 고유성이 있기에 더 새롭게 신선하게 맥을 이어간다는 것을.... 나는 미리 걱정하지도 미리 계획을 세우지도 않을 것이다. 그냥 이 나이를 즐기고 그리고 퇴직 전 6개월 동안의 일을 더 집중하고 즐기면 이 일을 수행하고 명예롭게 은퇴할 것이다. 그리기에 내 마음을 갈무리하고 하루하루 집중하고 그동안 신세 진 사람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는 작업을 진행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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