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을 맞으면 마스크를 벗을 수 있다니 희망적인 뉴스다. 2020년 마스크를 사기 위해서 줄을 서서 있던 일이 생각난다. 정말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죽을 것 같았기에 모두들 줄을 서서 있다가 앞에서 몇 줄 전에 마스크가 다 팔렸다고 했을 때의 실망감과 마스크를 쓴 동료의 얼굴에서 표정을 읽을 수가 없어서 난감했던 일도 생각이 난다. 마스크를 쓰지 않고 활개 치는 이스라엘을 보면서 부럽기도 했다.
현재 아스트라 제니카 백신을 놓고 있는데 맞아까 말까 결정을 못하고 있다. 지난번 단체로 맞을 기회 때 오랜 감기로 오히려 몸 상태가 좋지 않을 때 백신을 맞아서 더 기운이 가라질까 해서 그냥 넘겼는데 또다시 여러 정책 방안이 나오고 보니 차라리 빨리 맞고 마스크를 벗고 싶다는 작은 소망을 키워 본다.
독감 주사를 맞는다고 독감에 걸리지 않는 것은 아니나 경미하게 격는다 하니 아마도 나도 백신을 맞을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 비도 많이 내리고 요사이 훅하고 맛있게 느껴지는 음식도 없다. 은퇴기가 되면 일도 정리되고 친구들도 만나고 싶었는데 요사이 세금 공포로 있는 친구들은 좌불안석이고, 없는 친구는 친구는 더 가난해질까 두려워 일당직 알바를 하느라고 시간을 내지 못한다. 외형으로는 내색은 하지 않지만 코로나가 전염될까 만남 그 자체를 두려워하는 것 같다.
참 삭막하고 정 없는 세상이 미래 사회였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가상현실, AI 등등이 다 무슨 개소리인지 모르겠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지 못하는 것은 고문이다. 웃고 떠들고 마시고 싸우고 울고 다툼 외에도 같이 생각하고 같이 나누는 일상의 일들이 참 그립다. 이제 온라인으로 감상하는 미술관이며, 일방적인 채널로 무차별하게 오는 정보들이 너무 스트레스가 된다. 가능한 넓고 쾌적한 공간에서 사심 없이 호흡하고 싶다.
요사인 산에 사는 산사람이 부럽다. 아침에 일어나 맑은 공기로 호흡하고 싱싱하고 풋풋한 소박한 음식과 그리고 마음과 몸이 긴장없이 사는 것 그것이 가장 부럽다. 도시의 생활이라는 것이 너무나 혹독하고 잔인한 부분이 있다. 내가 알지 않는 사람이라면 굳이 알려하지 않고 무엇을 가진 사람들에게만 관심이 있다. 소박한 보통 사람은 어디에 발을 내딛을 곳이 없다. 소 시민이 더 많은 세상에서 왜, 특별한 사람만이 주인공이 되고 사람들은 왜, 그들에게 열망할까? 사실 그도 무지무지 외로워서 쩔쩔 매고 있다는 것을 알까? 우리는 허상에 현혹되어 본질을 잊고 살고 있다.
가족을 위해 돈을 벌면서도 가족이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돈이 세상을 죄지우지하니 사람은 더더욱 외로워질 수밖에 없다. 라디오 디제이가 읽어 주는 사연 속의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정스럽다. 그런 사람들이 내 주변에 있다는 것을 믿으면서 오늘 하루를 살아 보련다. 오늘도 나 자신을 세일하는 시간이 곧 시작될 것이다.
나라도 코로나 상황에서 정스러운 안부를 팡팡 날려 보아야겠다. 내게 있어서 무기는 그리움이다. 그 그리움이 있기에 나는 오늘도 사람을 만나러 간다. 마스크를 벗고 실컷 웃을 수 있는 그날을 소망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