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매일의 일상 중에 도 하루가 나에게 열렸다. 내가 눈을 뜨고 있기에 바라봐지는 세상이다.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나는 참 많이 힘들어한다. 극악스러운 사람도 만나 보았고, 너무나 온유한 사람도 만나 보았다. 나는 온유한 이를 만나면 내가 전생에 이 사람과 관계가 좋았던 것 같다는 생각이 그리고 나에게 극악스러운 행동을 하는 사람에게는 내가 아마도 전생에 이 사람에게 큰 상처를 주었던 것 같다면서 마음 한편에 측은지심으로 그를 바라다본다. 아마도 나 자신도 그 누군가에게 그런 측은지심의 상대일지도 모른다.
나는 내 자신이 나를 생각했을 때 참 인색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람은 환경의 지배를 받는다는 것에 나는 충분히 동감한다. 나의 어린 시절은 나 혼자만의 몽상에 빠져 있는 타입이었다. 마치 빨간 머리 앤처럼 어떤 이유도 없이 나에게 벌어지는 일들이 다 내 탓이라는 생각 그리고 내 공상의 세계에선 그 누구도 나를 간섭하지 않기에 그 세계에서 있는 것을 즐겼다. 지난날을 생각하면 우리 집에는 친적들이 오가고, 이웃들이 오갔지만 엄마의 독특한 성격 때문에 나는 그녀의 기준에 반드시 따라야 하는 고통을 겪었다. 어린 나로서는 그 길 밖에 없었다. 그래서인지 나는 지나치게 강한 사람을 만나면 그냥 그 사람에 맞추는 경향이 있다. 굳이 피곤한 일을 겪고 싶은 않은 까닭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그 누군가에게 지배를 받다 보면 본인의 생각을 잃어버리기 십상이다. 요사이 나는 코로라라는 강한 드라이브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감기로 고통을 받고 있다. 아마도 심리적인 이유가 더 큰 것 같다. 마음의 집을 털어버리고 가볍게 문을 박차고 나가면 될 인데 자꾸 마음이 가라 앉기만 한다. 나의 충동적인 마음을 해소하는 방법으로는 친구를 만나 실컷 웃고 떠드는 것인데 요사인 그 물고 가 막혀 있다.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행복감을 느끼면 살다 보니 사실 집에서는 말 한마디를 안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 습관이 내 가정에 존재한다.
항상 왁자지걸한 가정들을 보면 참 부럽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내 가정을 저렇게 행복하게 만들어야 된다는 책임감을 느낀다. 나의 경우 우리 집은 한 달에 두어 번 가족과 이야기를 진지하게 한다. 그리곤 각자의 방에서 컴퓨터로 일을 하거나 게임을 한다. 각자의 방에서 있는 시간이 긴 가족인 것이다. 각자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해 주고 머리가 큰 사람만 살다 보니 참 조용한 가족인 것이다. 아마도 가족이라 함은 셋 이상 그리고 가족이 많을수록 좋다는 것이 각자의 번잡함이 많음을 말하는 것 같다. 대가족제에서 살았던 나는 오늘따라 몹시도 가족이란 단어가 참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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