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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병일기

새 색시 같은 백설

한 고비 한 고비 넘다 보면 동지가 되는 것일까? 나는 가끔 부부들을 보면 투사 같다는 느낌이 든다. 결혼하여 신혼때 그래도 가장 자신들의 고유의 뜻을 가지고 신선한 모습이다. 서로 부뜩이면서 서로 닳아서 만들어지는 평강, 그것이 부부인지도 모른다. 때론 부부가 되려다 중도하차하는 경우도 있다.

서로 닳아지지 않거나 서로 섞이지 않아 물과 기름처럼 되면 별거니 이혼이니하는 양태로 나타난다. 누구는 제 짝이 아니라서 그런거라 위로의 말을 하지만 정말 제 짝이 아니여서 일까? 한다. 그럼 원만히 사는 부부는 제 짝을 잘 만나서 인 것이고, 헤어진 부부는 제 짝이 아니여서란 것인가? 

혼인 주례자는 "서로 사랑하라"라고 말하여 준다. 서로 사랑하다 정말 진절머리 나게 싫어지면 어쩌죠? 되묻고 싶다. 그러니 첫 선택을 잘 해야하는데, 정작 사람의 본색은 연애와는 상반된 모습으로 나타난다. 처음엔 좋은 것만 보여 주지만 어찌 생활이 그러한가? 볼 것 안 볼 것 다 보여 준 사이가 부부가 아니던가? 나는 노 부부들을 길에서 만나면 존경감을 표하고 싶다.

그래서 길가에서 눈이라도 마주치면 고개와 눈 인사를 올린다. 잘 참아내고 잘 인내하여 그 연세에 이르렀으니 축하를 드리는 것이다. 어찌 제 짝이 있을 것인가? 사람이 다 거기서 거기 이거늘........ 다만 약간의 정도 차일 것이다. 이제 성년이 된 자녀를 둔 나로서도 아이들이 기쁨과 사랑으로 충만 한 삶을 살아가기를 늘 기도하고, 기도를 한다.

산다는 것이 참 짧기도 하지만, 또 하루하루는 어찌나 길고 긴지 하루 속 삶 속에서도 천년같이 버거운 날이 있다. 그래도 살아 있는 ,한 하루 해는 지고 다시 해는 떠 오른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지난 밤 하얀 눈이 내렸다. 인생의 머리카락에도 백설이 내려 한 달에 한 번씩 미장원을 가지 않으면 좀 추해 보이는 나이를 먹고 보니 하얀 백설이 새 색시처럼 느껴진다.

오늘 아침은 늘 보던 신문도 보지 않고, 차 창 밖에 하얀 세상을 바라다 본다. 참 곱다.

어찌 저리도 고울까!

붉은 태양이 하얀 눈이 쌓인 나무들 뒤에서 웃고 있다. 그 붉음이 그 하얍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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