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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병일기

휴가 가기 하루 전날

힘겹게 힘겹게 상반기를 보내고 휴가를 하루 앞 두고 있다.

지난주 월요일 에너지가 방전되어 어디가서 소리라도 지르고 싶은 심정이었다. 모든 일에 대한 집중과 해내고 싶은 욕심 때문에 나를 지치게 한 것 같다.

지난 금요일과 주말 하루를 집중하여 일을 마무리하고 남들은 휴가 후 새 계획을 세울 때 나는 휴가를 간다.

 

혼자 떠나는 여행도 그러하여 이번에는 프로그램에 나를 맡겨 보려 한다.

늘 프로그램 기획을 하다 보니 나도 누군가가 잘 차려 준 밥상에 숟가락만 올려 놓고 싶다. 교황님이 오셔서 하시는 말들 중 내게 다가 온 말씀은 "너 자신이 변해야 한다."라는 말이다.

이미 익히 들었던 말이지만 늘 내 생각, 내 결정, 내 뜻대로 살아온 것 같다. 그래서 다툼도 괴로움도 있었던 것 같다. 남을 이해하고 그의 생각을 읽어 줄 여유가 없었던 삶이었다.

 

이제 조금 내려 놓고 겸손해 질 필요가 있다.

이제 더 이상 강해질 필요도 없다.

내가 받고 싶은 만큼, 남에게 베풀어야 할 것이다.

나는 지금까지 받고 만 살아온 철부지이다.

이제 내려놓고, 

이제 그만 욕망하고,

이젠 동물적인 사냥을 포기하자.

 

나에게 주어진 시간과 나와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과의 교류를 통해 낮아지고 낮아지자. 나는 충분히 누렸고, 누려왔다.

더 이상 더 높은 것을 욕망하지 말자.

필요없는 소모전에서 항복을 하자.

그리고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내 시간을 헛되이 낭비하지 말자.

아끼고 사랑할 시간도 적은 내가 무엇을 위해

욕망하고 속상해 하고 있는 걸까?

 

욕망하고 속앓이는 이제 개나 먹으라고 던져 주자.

내 인생의 고유한 가치를 위해

더 이상 나의 영혼을 혼탁하게 만들지 말자.

세월이 흘러 가기 전에 이 주어진 시간에 충실하여 후회없는 삶을 살자.

가장 인간적이고 가장 인간적인 향기를 내 뿜는 삶을 살자.

"내가 변하지 않고는 모든 것이 그대로일 것이다."

지금 나부터 변하자.

작은 자유함이 나를 평화의 길로 안내해 줄 것이다.

 

업무차 짧게 갔던 경주로 나는 내일 떠난다.

사심없이, 그리고 편안한 마음으로

낮고 그즈넉한 고대도시에서 

나도 낮고, 겸손한 여행을 하고 돌아오리라...... 

이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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