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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사랑 나눔

수상한식모들

★ 수상한식모들/박진규/문학동네

제1회 『새의 선물』의 은희경, 제2회 『아무 곳에도 없는 남자』의 전경린, 제3회 『예언의 도시』의 윤애순, 제5회 『숲의 왕』의 김영래,

제8회 『그녀는 조용히 살고 있다』의 이해경, 그리고 지난해 제10회

『고래』의 천명관까지, 말 그대로 ‘대형 신인’의 산실인 ‘문학동네소설상’

이 또 한 명의 걸출한 신인을 선보이게 되었다.

수상한 식모들』은 이런 롤러코스트와 꼭 닮았다. 온라인 하녀 게임에

빠져 있는 실업자 아빠, 졸부의 아내 역에 심취해 있다가 갑자기 망해버린

아빠의 사업 때문에 하루 종일 신세한탄만 늘어놓는 엄마, 가족들은 안중

에도 없는 콧대 높은 초등학생 천재 동생, 집 나간 형을 둔 백삼십 킬로

비만 고등학생의 그저 그런 가족일기인가 했더니, 이야기는 순식간에 ‘호랑

아낙’과 그뒤를 잇는 ‘수상한 식모’의 그것으로 바뀌어 어느새 구르고 돌고

재주넘고, 온갖 묘기를 선보이며 빠르게 진행되다가 어, 어, 하는 사이 종

착지점에 와 있다.

정말 수상한 것은, 그렇게 정신없이 쫓아가다 책장을 덮고 나니, 지나친 풍

경들이 보이는 것이다. 소설의 재미에 빠져 놓치고 있었던, 혹은 그대로 지

나쳐 버릴 수도 있었을 어떤 ‘새롭고, 신선하고, 웃기고 섬뜩’한 장면들이

눈앞에 하나둘 떠오르는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다시 한번 롤러코스터에 오

른다. 이미 경험한 것임에도 처음의 그 가슴 설렘을 다시 반복하면서……

“여러분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하세요. 우리는 브르주아을 출산합니다. 깃발

대신 식칼을 들고 부르주아 가정의 거짓 행복을 재료 삼아 마음대로 요리합

니다.“ 신의 뜻을 거스르지 않고 복종한 대가로 여성의 시조가 된 짐승이

곰이었다면, 이 소설에 따르면 신에게의 복종을 거부하고 스스로 여자가 된

짐승이 있었으니, 바로 호랑이었다. 이 호랑아낙들은 자신의 생존을 위해 남

성들의 거대한 억압체계와 맞서왔다. 이들이 한국사회의 부와 명예를 독식해

온 집단(왕조, 탐관오리, 다수의 뻔뻔한 양반이나 귀족계급)에 대해 은밀하게

대항하는 모습을 보여왔다면 호랑아낙의 정신을 이어받은 수상한 식모들은

의도적으로 부르주아 가정에 잠입하여 그들의 위선을 까발리고, 가정을 해체

시키는 역할을 떠 맡아왔다.

호랑아낙들은 연산군을 폐위시키는 일에 참여하기도 했고, 지방 탐관오리의

악행을 고발하는데 일조하기도 했으며, 동학혁명 때도 큰 몫을 해냈다. 수상

한 식모들이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한 것은 일제시대 때부터였다. 조선을

지탱하던 신분사회는 몰락했지만 신분 사이의 경계는 더욱 두터워졌다. 이 단

단한 신분의 경계를 만들어놓은 것은 바로 자본. 자본은 어떠한 법도보다 더

강력하게 신분 사이의 교류를 끊어놓았고, 이제 계급과 계급 사이에서 활발히

움직이던 호랑아낙의 움직임은 점점 둔해지다가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아예 호

랑아낙은 전설로만 남고, 수상한 식모들이란 이름을 지닌 새로운 집단이 발생

하게 된 것이다.


★ 수상한식모들/박진규/문학동네

제1회 『새의 선물』의 은희경, 제2회 『아무 곳에도 없는 남자』의 전경린, 제3회 『예언의 도시』의 윤애순, 제5회 『숲의 왕』의 김영래,

제8회 『그녀는 조용히 살고 있다』의 이해경, 그리고 지난해 제10회

『고래』의 천명관까지, 말 그대로 ‘대형 신인’의 산실인 ‘문학동네소설상’

이 또 한 명의 걸출한 신인을 선보이게 되었다.

수상한 식모들』은 이런 롤러코스트와 꼭 닮았다. 온라인 하녀 게임에

빠져 있는 실업자 아빠, 졸부의 아내 역에 심취해 있다가 갑자기 망해버린

아빠의 사업 때문에 하루 종일 신세한탄만 늘어놓는 엄마, 가족들은 안중

에도 없는 콧대 높은 초등학생 천재 동생, 집 나간 형을 둔 백삼십 킬로

비만 고등학생의 그저 그런 가족일기인가 했더니, 이야기는 순식간에 ‘호랑

아낙’과 그뒤를 잇는 ‘수상한 식모’의 그것으로 바뀌어 어느새 구르고 돌고

재주넘고, 온갖 묘기를 선보이며 빠르게 진행되다가 어, 어, 하는 사이 종

착지점에 와 있다.

정말 수상한 것은, 그렇게 정신없이 쫓아가다 책장을 덮고 나니, 지나친 풍

경들이 보이는 것이다. 소설의 재미에 빠져 놓치고 있었던, 혹은 그대로 지

나쳐 버릴 수도 있었을 어떤 ‘새롭고, 신선하고, 웃기고 섬뜩’한 장면들이

눈앞에 하나둘 떠오르는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다시 한번 롤러코스터에 오

른다. 이미 경험한 것임에도 처음의 그 가슴 설렘을 다시 반복하면서……

“여러분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하세요. 우리는 브르주아을 출산합니다. 깃발

대신 식칼을 들고 부르주아 가정의 거짓 행복을 재료 삼아 마음대로 요리합

니다.“ 신의 뜻을 거스르지 않고 복종한 대가로 여성의 시조가 된 짐승이

곰이었다면, 이 소설에 따르면 신에게의 복종을 거부하고 스스로 여자가 된

짐승이 있었으니, 바로 호랑이었다. 이 호랑아낙들은 자신의 생존을 위해 남

성들의 거대한 억압체계와 맞서왔다. 이들이 한국사회의 부와 명예를 독식해

온 집단(왕조, 탐관오리, 다수의 뻔뻔한 양반이나 귀족계급)에 대해 은밀하게

대항하는 모습을 보여왔다면 호랑아낙의 정신을 이어받은 수상한 식모들은

의도적으로 부르주아 가정에 잠입하여 그들의 위선을 까발리고, 가정을 해체

시키는 역할을 떠 맡아왔다.

호랑아낙들은 연산군을 폐위시키는 일에 참여하기도 했고, 지방 탐관오리의

악행을 고발하는데 일조하기도 했으며, 동학혁명 때도 큰 몫을 해냈다. 수상

한 식모들이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한 것은 일제시대 때부터였다. 조선을

지탱하던 신분사회는 몰락했지만 신분 사이의 경계는 더욱 두터워졌다. 이 단

단한 신분의 경계를 만들어놓은 것은 바로 자본. 자본은 어떠한 법도보다 더

강력하게 신분 사이의 교류를 끊어놓았고, 이제 계급과 계급 사이에서 활발히

움직이던 호랑아낙의 움직임은 점점 둔해지다가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아예 호

랑아낙은 전설로만 남고, 수상한 식모들이란 이름을 지닌 새로운 집단이 발생

하게 된 것이다.

참고로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은 본 재단 녹음도서로 『새의 선물』3868번,

『고래』8771번, 수상한 식모들』9331번으로 제작하여 대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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