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의 기본 개념

장애의 기본적 이해

1. 장애의 기본 개념

1) 유엔(UN) 및 세계보건기구(WHO)의 장애개념

장애에 대한 개념은 처음에는 의료적, 개별적 모델이 주도하였다.

초기에 세계보건기구에서는 ICD(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diseases)의 의료적 분류에 따라 장애를 분류하였고, 이에 따라 장애에 대한 대처도 의료적 치료가 주를 이루었다. 장애는 질병이었으며, 질병의 치료를 통해 장애는 극복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만성질병 및 후유증의 증가에 따라 질병 자체뿐만 아니라 질병의 결과 발생하는 현상에 주목할 수밖에 없었으며, 신체적 영역(질병)을 벗어난 개인적 영역, 사회적 영역에서의 불리함에 대한 명명 및 관리가 필요하게 되었다. 이런 문제제기는 재활복지 전문가들에 의해 이루어졌으며, 이들의 주장이 수용되어 1976년 ICD-9에서는 질병과 불리(handicap)를 구분하여 질병의 결과 발생하는 현상을 사회적 불리라고 하였다. 그러나 이 개념은 ICD 분류에 통합되지 못하는 보조적인 개념으로 사용되는 수준이었다(WHO, 1997). 장애개념을 명확히 하고 장애의 사회적 원인을 주장하는 전문가들에 의해 세계보건기구는 1980년에 ICIDH(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impairments, disability, and handicaps)를 발표하게 되었다. 이 분류법은 질병으로 인한 개인적 기능의 상실, 사회적 불리를 포함하고 장애의 원인에 사회적 원인을 포함시킬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 그러나 이 분류법은 손상에 따라 기능의 장애가 발생하고 기능의 장애에 따라 사회적 장애가 발생한다는 인과론적 모델이라는 점에서 많은 비난을 받았다. 또한 적용하기에 어려움이 많고, 사회환경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는 점도 지적되었다. 특히 사회적 모델에 입각한 경우 장애문제는 질병에 의한 문제가 아니라 질병의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회환경의 문제이기 때문에 사회환경에 대한 고려가 약한 장애분류라는 비판을 받게 되었다.

1997년의 ICIDH-2 분류법은 위와 같은 비판을 수용하여 손상, 기능제약, 사회적 장애를 단선적인 원인관계가 아닌 상호관련성을 갖는 것으로 보았다. 또한 기능의 제약, 사회적 장애는 사회의 문화에 따라 다르게 수용될 수 있다고 보았고, 사회환경에 의해 장애를 강조하기 위하여 사회적 맥락을 추가했으며, 사회적 맥락이 각 구성요소의 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파악했다. 또한 ‘사회참여’가 장애인 정책의 주요 이슈가 된 점을 감안하여 기능제약과 사회적 장애라는 용어 대신 활동(activity)과 참여(participation)라는 용어를 사용했다(WHO, 1997).

2001년 확정된 ICF(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functioning, disability and health)분류는 ICIDH-2에 대한 세계 각국의 의견을 종합 정리한 것으로, 상황적 요인이 각 구성요소의 관계뿐 아니라 각각의 구성요소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좀더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1) ICIDH(1980)

1980년에 제시된 ICIDH는 개별적 모델에 입각하여 장애에 대한 정의를 다음과 같이 손상(impairment), 능력장애(disability), 그리고 사회적 불리(handicap)로 나누었다(WHO, 1980).

① 손상(impairment)

이것은 생물학적 장애로 기능의 감소를 가져다 준 영구적 또는 일시적인 병리적 상태를 말한다. 손상의 차원은 신체 기능 혹은 신체 구조와 관련된 것으로 이러한 기능상의 제한, 신체 일부의 기본적인 기능을 수행하는데 따르는 기능제한을 손상이라 한다. 가령 시각장애(visual impairment), 청각장애(hearing impairment) 같은 것으로 말할 수 있다.

② 능력장애(disability)

능력장애는 일반적으로 장애인을 말하는 것으로 생산적인 일상생활을 영위함에 있어서 기능적 능력의 감소와 같은 것을 말한다. 이것은 정신적, 신체적 손상의 결과일 뿐만 아니라 그 상태에 대한 개인의 적응 결과를 말한다. 가령 장애인(people with disabilities), 비장애인(people without disabilities)과 같이 말하는 것이다.

③ 사회적 불리(handicap)

사회적 불리는 선천적 또는 노령, 질병, 사고 등으로 인하여 그 신체적, 정신적 상태가 일시적 또는 영구적으로 손상되어 그 결과 독립생활, 교육, 취직 등이 저해되고 있는 상태를 말한다.

개념	의 미	차 원
건강상태	병리학적인 변화로서의 증상 존재. 개인 차원에서 어떤 ‘비정상’이 발생
손상	다른 사람이 인식할 수 있는 임상적인 질병 존재. 타인이 개인의 어떤 ‘비정상’을 인식	신체적 차원
능력장애	활동상의 능력제한이 발생. 개인적인 차원에서 활동 수행능력이 감소	개인적 차원
사회적 불리	개인의 활동상의 능력제한에 대하여 참여제한이라는 사회적 반응 발생. 개인은 다른 사람에 비하여 불리한 상황에 처함.	사회적 차원

<표 1> ICIDH에 따른 장애의 개념(1980)

(2) ICIDH-2(1997)

1997년 WHO에서는 장애의 개념, 범주 등에 대하여 ICIDH-2(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Impairments, Disabilities, and Handicaps-2)를 다음과 같이<표 2> 제시하면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에게 함께 적용 가능한 손상(impairment), 활동(activity), 참여(participation), 상황요인(contextual factors)라는 3가지 축을 소개하여 장애의 개념을 크게 확장시켰다. 이 모델은 개별적 모델과 사회적 모델 개념의 차이를 한 체계 안에 제시하였으며, 손상과 활동은 개별적 모델의 개념을, 참여와 상황 요인(contextural factors)은 사회적 모델로 각각 제시하고 있다.

<표 2> 다양한 차원에 따른 장애의 개념

	손상유형 (impairments)	활동 (activities)	참여 (participation)	상황요인 (contextual factors)
기능의 수준	신체(신체의 부분)	개인 (전체로서의 개인)	사회 (사회와의관계)	환경적 요인(기능상의 외부적 영향) 개인적 요인(기능상의 내부적 영향)
특 징	신체기능 신체구조	개인의 일상활동	상황에서의 관련	신체적, 사회적, 태도적 세계의 형태
긍정적 측면	기능적, 구조적 통합	활동	참여	촉진자
부정적 측면	손상	활동제한	참여제한	장벽, 어려움

즉, 장애라는 현상을 질병, 종양, 건강조건 등에 의해 직접적으로 야기된 ‘개인’의 문제로 간주하는 것이 개별적 모델로서, 개인의 장애‘문제’에 그 핵심을 두고, 이러한 문제의 원인이 장애가 발생시키는 근본적인 제한 혹은 심리적인 상실에 기인된다고 보고 있다. 반면 사회적 모델은 장애현상을 장애를 가진 사람의 사회통합이라는 관점에서 ‘사회적인’(societal) 문제로 간주하여, 장애는 개인에게 귀속된 것이 아니고 사회적 환경에 의해 창조된 조건들의 복잡한 집합체로 보는 것이다.

ICIDH-2에서 제시된 정의에 의하면, 손상(impairments)은 신체 구조나 물리적, 심리적 기능상의 상실이나 비정상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러한 기능상의 제한, 신체 혹은 신체의 부분의 기본적인 기능을 수행하는데 따르는 불능을 말한다. 활동(activity)/활동제한(activity limitation)은 개인적 수준에서 기능의 범위와 본질로서 일상생활과 관계된 개인의 활동을 다룬다. 참여(participation)/참여억제(participation restriction)는 손상, 활동, 건강조건, 생활요인과 관련한 생활상황에서 개인의 연관성 정도와 본질로 정의한다. 따라서 참여의 차원은 사회적 현상을 다루며 개인의 참여 정도, 참여를 촉진하거나 방해하는 사회적 반응을 의미한다. 한편, 최근에는 장애를 또 다른 가능성이나 능력(The differently abled)으로 표시하고 장애의 긍정적인 강점을 개발하는 장애개념도 있다.

(3) ICF (2001)

WHO에서 2001년에 발표한 ICF에서는 ICIDH-2에서 제시된 장애의 정의에 관한 대부분의 내용을 계승하고, 분류체계와 용어사용을 보다 긍정적이며 환경지향적인 맥락에서 수정하여 사용하고 있다. 이것은 장애에 대한 개별적 모델과 사회적 모델의 통합을 위한 노력의 결과로서 제시된 것이며 국제질병분류(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Diseases, ICD-10)과 병행하여 사용하도록 만들어졌다. ICF는 다양한 전문영역과 실천현장에서 기여할 수 있도록 복합적인 목적을 가지고 있으며 그 내용은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다.

첫째, 건강 및 건강과 관련된 상태, 건강관련 성과, 건강관련 결정요소 등을 이해할 수 있는 과학적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이 있다.

둘째, 건강보호 전문가, 연구자, 정책입안자, 장애인을 포함한 일반 대중 등의 집단들 간에 의사소통을 증진시키기 위하여 공통적인 언어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이다.

셋째, 국가간, 건강보호 전문분야간, 서비스간, 시기간의 자료와 비교할 수 있도록 하는 목적이 있다.

넷째, 건강정보체계에 대한 처계적인 기록수단을 제공하기 위한 목적이다.

<표 3> ICF에 의한 장애 개념

구 분	영역1 : 기능과 장애		영역2 : 상황적 요소
구성요소	신체기능 및 구조	활동과 참여	환경적 요소	개별적 요소
영 역	신체기능 신체구조	생활영역 (과제, 행동 등)	기능과 장애에 영향을 미치는 외적 요소들	기능과 장애에 영향을 미치는 내적 요소들
구성물	신체기능의 변화 (생리학) 신체구조의 변화 (해부학)	표준환경에서의 과제수행 능력 현재 환경에서의 과제수행 정도	물리적, 사회적, 인식적 측면에서 촉진 또는 방해하는 힘	개별 특성에 의한 영향
긍정적 측면	기능적, 구조적 통합성	활동과 참여	촉진 요소들	해당 없음
	기 능
부정적 측면	손상	활동제한 및 참여제한	장벽/방해물들	해당 없음
	장 애

ICF는 인간의 기능과 기능의 제한 요소들의 관련 상황을 기술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 체계는 정보를 조직화하기 위한 틀로서, 제 1영역에서는 기능과 장애를 다루며, 제 2영역에서는 상황요인을 제시하고 있다. 개인의 기능은 신체의 기능과 구조, 활동, 참여 등으로 표현된다. 이러한 세 가지 차원의 기능들은 건강조건과 상황적 맥락에 속하는 환경요소(사회의 인식, 건축물의 장애요소 정도 등)와 개인적 요소(성별, 나이, 인종, 습관, 대처양식 등)의 양 측면에서 영향을 받는다. 예를 들어 호흡기 질환으로 호흡기능에 문제가 있는 상활을 기술하면 다음과 같다. 호흡기능과 호흡기의 구조, 호흡기능의 제한으로 활동제약의 정도, 이로 인한 사회적 참여제한의 정도는 상호작용하면서 기능을 표현한다. 이러한 각 기능은 호흡기 질환의 정도라는 건강조건과 대기의 청정 정도라는 환경요소, 그리고 당사자의 나이나 문제에 대한 대처양식이라는 개인적 요소의 상호작용에 의하여 규정된다.

이상에서 장애를 설명하는 개념들은 개별 및 의료모델에서 사회적 및 환경중심 모델로 전환되어 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의 장애개념 변화에 따른 장애개념의 세계적 추세를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장애개념을 광범위하게 규정하고 있다. 초기에는 장애로 인한 국가적 보호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인구가 극히 제한되어 있었지만 장애에 대한 적극적인 보호와 지원을 표방하는 추세에 부합하게 장애에 대한 개념도 대폭 확대되고 있다.

둘째, 장애를 규정하는 개념이 단순모델에서 복합모델로 전환하고 있다. 초기에 장애를 규정하는 모델은 개별적 손상이나 능력의 장애를 강조하는 개별적 모델에 기반 한 것이었으나, 사회적 모델이 그 설득력을 확장하게 됨에 따라 사회적 모델의 요소를 통합하여 개별적 모델과 사회적 모델을 동시에 설명하려는 시도들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따라서 개념을 설명하는 모델들도 복합적인 내용을 포함하는 추세로 변화하고 있다.

셋째, 장애의 개념 규정에서 환경적 요인들을 점차 강조하고 있다. 환경적 요인을 강조하는 추세는 장애를 광범위하게 규정하는 추세 및 복합적인 모델로 변화하는 추세와 깊은 관련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환경적 요인에 대한 강조는 장애에 대한 국가와 사회의 적극적인 역할을 강조하는 관점과 일치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넷째, 장애의 개념 규정에서 긍정적인 용어 사용을 강조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의 정의를 보면 손상, 기능장애, 사회적 장애 등의 기존의 용어 대신 신체구조와 기능, 활동과 참여, 환경적 요인, 개별적 요인 등의 용어들을 사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