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이 사들인 CP 투자냐 대출이냐 | |
금감원, 우리은행 `회계기준 위반` 결론낼듯…은행권 이견 | |
우리ㆍ신한ㆍ외환은행이 매입해 온 기업어음(CP)의 상당량을 `유가증권`이 아닌 `대출`로 봐야 한다는 금융감독당국의 유권해석이 나와 해당 은행에 비상이 걸렸다. 보유하고 있는 CP의 회계처리를 변경하라는 금융감독원 지시를 이행해야 할 경우 이들 은행은 연간 300억원대의 신보 출연료와 대손충당금 설정 등으로 투자 이익을 맞출 수 없어 CP를 대량 처분해야 할 상황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올 상반기 우리은행의 현장 정기 검사를 실시한 후 우리은행의 CP 관련 회계처리에 오류가 있다고 잠정 결론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종합금융업을 겸업하고 있는 우리은행은 시장에서 매입한 CP를 유가증권으로 간주해 종금계정에 넣었다. 하지만 금감원 검사팀은 이를 투자가 아닌 대출로 봐야 한다면서 보유 CP를 대출계정에 기입하라는 입장이다. 금감원이 이 같은 `회계처리 위반` 사항을 포함한 우리은행 검사 결과를 조만간 확정할 경우 우리은행과 똑같은 회계처리를 한 신한은행과 외환은행도 어려움을 겪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감원 측이 우리은행의 CP 매입을 대출로 보는 근거는 이렇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가 발행한 3개월짜리 CP를 A은행이 바로 인수했다면 이는 대출채권으로 분류돼 신ㆍ기보 출연료를 내야 한다. 여기까지는 은행이나 금감원이나 이견이 없다. 문제가 되는 부분은 증권사 중개를 통해 당일 사들인 CP 물량이다. 우리ㆍ신한 등은 이 CP를 `금융시장에서 유통되는 유가증권을 사들인 것`으로 간주해 종금계정에 반영했다. 다른 시중은행들은 이 같은 회계처리를 할 수 없지만 과거 인수ㆍ합병(M&A) 과정에서 종금업을 겸하고 있는 우리ㆍ신한ㆍ외환은행은 가능한 일이다. 유가증권으로 분류하면 0.35~0.38%의 신ㆍ기보 출연료와 대손충당금 문제를 덜 수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종금 라이선스를 가진 우리ㆍ신한 등이 CP 매입을 주도해왔다"며 "다른 은행들은 CP 투자 실적이 상대적으로 미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이 우리은행 검사를 통해 지적하려는 점이 바로 이 부분이다. 증권사의 단순 중개를 거친 CP 매입은 유가증권 투자가 아닌 대출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결국 종금계정이 아닌 대출계정에 CP를 넣어야 한다는 게 금감원 측 판단이다. 해당 은행들은 당혹해 하고 있다. 엄연히 유통시장에서 사들인 CP를 유가증권으로 분류하는 게 타당하다는 주장이다. 특히 금융시장의 충격을 우려해 금감원의 이 같은 지적을 선뜻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유동화 수단으로 최근 3~4년 새 주목을 끌기 시작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유동화전문회사(SPC)가 발행한 ABCP를 은행이 매입한 것은 유가증권 투자가 아니라 일종의 PF 대출로 봐야 한다는 게 금감원 측 해석이다. 은행의 ABCP 매입 금액이 자금을 필요로 하는 시행사로 전달되는 구조라는 얘기다. 금감원의 시정 명령이 떨어지면 ABCP를 매입해 온 은행들은 ABCP에 대한 투자 유인을 잃게 돼 ABCP에 대한 매입 약정을 더 이상 체결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ABCP에 대한 직접 매입도 중단할 가능성이 크다. 한 금융 전문가는 "건설업계가 최근 3년여간 PF 유동화를 통해 저리의 단기 자금을 차입할 수 있었지만 은행권이 ABCP를 사 주지 않는다면 ABCP 수급이 깨지는 상황으로 빠져들 수 있다"고 염려했다. [황인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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