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태그플레이션 현실화되나] | |
한국경제가 성장률이 빠르게 떨어지는데도 물가는 가파르게 솟아 오르는 '저성장, 고물가' 국면으로 흐르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경제가 물가가 폭등하는 가운데 성장은 바닥으로 떨어지는 스태그플레이션으로 빠져드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지면 당국은 금리를 비롯한 경제통제 수단을 사용할 수 없는 속수무책의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경제전문가들은 스태그플레이션 현실화 가능성을 주시하면서 각종 경제정책을 중립적으로 펴나가는 등 신중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 경제성장률 빠르게 하락 스태그플레이션이 우려되는 결정적인 이유는 물가가 갈수록 불안한 상황에서 경제성장률이 예상보다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는데 있다. 비교적 조심스런 한국은행도 올해 하반기 성장률이 3%대로 주저앉을 것으로 전망했다. 작년 12월에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이 상반기 4.9%, 하반기 4.4%로 연간 4.7%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이번 수정전망에서는 상반기 5.4%에서 하반기에는 3.9%로 추락할 것으로 예측했다. 하반기 성장률 예측치를 0.5%포인트나 조정한 것이다. 분기별로는 4.4분기가 3.4분기보다 더욱 낮을 것으로 예상했다. 경기가 올해 내내 하강곡선을 그린다는 뜻이다. 한은은 수출이 양호하지만 내수 부진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민간소비 증가율이 상반기 3.2%에서 하반기 2.7%로 둔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통계청이 전날 발표한 산업활동동향도 경기하강이 본격화되는 모습을 보여졌다. 현재의 경기상황을 나타내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100.3으로 전월에 비해 0.2포인트 내려가 4개월째 하락했다. 향후 경기국면을 예고해주는 선행지수 전년동월비 역시 0.5%포인트 떨어 6개월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통계청은 "순환변동치가 4개월 연속 하락했다는 것은 경기가 하강 초기 국면에 진입했다는 뜻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 각종 경제지표 일제히 적신호 다른 지표들도 일제히 적신호를 보내고 있다. 지난 5월 경상수지 적자규모는 3억7천750만달러로 전월의 15억8천만달러에 비해 줄었으나 작년 같은 달의 8억3천910만달러에 비해 크게 악화됐다. 5월에 경상수지가 적자를 보인 것은 외환위기 당시인 지난 1997년(9억10만달러 적자) 이후 11년만에 처음이다. 경상수지 악화는 환율상승과 함께 국내물가를 끌어올리고 이는 다시 소비를 위축시켜 내수를 짓누르는 결과를 초래한다. 투자도 8년만에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한국은행 국민소득 통계에 따르면 지난 1.4분기의 기계류 투자는 작년 같은 분기에 비해 0.9% 감소했다. 기계류 투자가 줄어든 것은 2001년 이후 8년만에 처음이다. 통계청 산업활동동향의 설비투자 총지수의 전년대비 증감률은 작년 11월 10.4%, 12월 10.1%였으나 올해 1월 -1.8%, 2월 -1.9%, 3월 0.9%, 4월 -2.0% 등으로 감소세 기조를 유지하고있다. 이런 투자위축은 하반기에도 개선되지 않을 것으로 예측기관들은 전망하고 있다. 투자위축은 내수를 짓누를 뿐아니라 잠재성장률을 떨어트린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를 낳는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경제주체들의 심리가 더욱 냉각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은이 2천929개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해 지난달 30일 내놓은 '6월 기업경기 조사결과'에 따르면 제조업의 6월 업황지수(BSI)는 77로 전월의 85에 비해 8포인트 급락했다. 이는 2006년 8월의 72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제조업의 채산성 BSI는 6월에 68로 전월의 76에 비해 8포인트 떨어졌다. 이 지수는 98년 3.4분기의 53 이후 가장 낮다. ◇ 유가 상승지속땐 스태그플레이션 고물가-저성장이 뚜렷해지면서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스태그플레이션은 스태그네이션(Stagnation)과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로, 경기침체와 물가상승이 동시에 발생하는 상황을 의미한다.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지면 정부가 어떤 처방을 내놓아도 문제 해결이 어렵고 사람들이 느끼는 고통도 커진다. 한은은 우리 경제가 하반기에 5%대의 높은 물가와 3%대의 낮은 성장을 기록하겠지만 스태그플레이션 단계까지 진입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재천 한국은행 조사국장은 1일 기자간담회에서 "고물가, 저성장은 맞지만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보는 것은 지나치다"고 말했다. 임경묵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도 "성장률이 2% 근처로 떨어져야 침체라고 말할 수 있다"며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전망은 유가가 하반기 평균 120∼130달러대에서 통제될 것이라는 '낙관론'을 근거로 하고 있다. 유가가 150달러를 넘어 '오일쇼크'로 치닫는다면 경제는 최악의 상황으로 내몰릴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현재의 한국경제는 스태그플레이션 초기국면이라는 진단이 많이 나오고 있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상무는 "지난 몇 년동안 고성장-저물가에서 저성장-고물가 국면으로 바뀐 점에서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볼 수 있다"고 밝히고 "재정.금리정책을 중립적으로 펴나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경제연구소 황인성 연구위원은 "국제통화기금(IMF)의 경우 한국경제에 대해 연간 4.1% 성장치를 내놨는데, 이는 하반기에 스태그플레이션이 나타난다는 의미"라면서 "이는 우리나라 경제가 2000년 IT버블 붕괴, 2003년 카드사태 이후로 아주 힘든 상황에 처해진다는 얘기"라고 밝혔다. keunyoung@yna.co.kr (서울=연합뉴스) 윤근영 조재영 이준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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