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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상식

부동산/집값이야기 4

집값이야기 4
김세형
매일경제신문 편집국장
매일경제 컬럼리스트

다음의 이상한 이름들-투루판, 고탄, 카슈카르, 사마르칸트, 박트리아-을 모른다고 해서 이상할 것은 없다. 정답은 태고적 톈산남로를 가로지르던 사막의 도시 이름들이다. 이들 도시는 한때 부유한 상인들로 흥청대고, 어떤 주막집은 땅값이 천정부지였을 것이다. 그런데 나침반 기술 발달로 1497년 희망봉 항로가 발견되면서 이들 도시는 급격하게 쇠퇴했다. 낙타등에 몇 가지 물품을 실어나르는 게 거대한 상선의 능률을 어찌 당했겠는가. 이들 도시가 죽고 서아프리카 해안도시가 흥청거렸다. 그러던 것이 1860년 수에즈 운하가 뚫려 장장 4500㎞의 거리가 단축되면서 고아, 코친, 말라카, 마카오, 닝보 같은 도시들이 세상에 탄생을 알렸다. 이렇게 사람과 돈이 어디로 몰리느냐, 도시가 어디에 위치하느냐에 따라 가치는 변한다.

즉 부동산의 가치는 피플(people), 위치(location) 그리고 돈(금융)이 결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개발 호재가 있는 곳이 좋다. 지금 개발 호재가 있는 곳은? 다시 톈산남로 같은 곳이다. 대륙횡단철도가 놓인다니까….

장기적으로 그리고 국제적으로 봐야 하는 시각은 접어두고 발등의 불인 국내 집값 전망으로 좁혀보자.

어떤 요소를 주의해서 봐야 할까. 이 점에 대해 국내에서 용하다는 전문가 5명의 얘기를 들어봤다.

가장 경청할 만한 내용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부동산을 둘러싼 정책, 다른 하나는 '피플'(people)에 대해 세심하게 스터디하라는 거였다. 정책면에선 종합부동산세, 양도세 변화 여부가 최대 포인트다. 이는 MB정부의 부자정책과도 관련 있다. 미국의 경우 공화당은 상속세 폐지를 주장할 정도로 부자를 위한 정당이고, 민주당은 항상 부자가 세금을 더 내게 하는 정당이다. 국내에선 10년 만에 정권을 잡은 한나라당이 부자들이나 기업에 후한 정책을 펼 것으로 기대감이 높은 편. 그런데 1기 내각 진용을 잘못 짜 기회를 날렸다고 생각한다. 부자 장관들이나 청와대 수석들이 부자 세금을 깎아주는 정책을 편다면 촛불세력이 뭐라 하겠는가. 노무현 정권이 "헌법만큼 고치기 어려운 세금"이라고 말할 때는 심각하지 않게 생각했을지 모르나 정말 그렇게 콘크리트처럼 굳어지는 느낌이다.

강남이나 분당 지역의 초고가 아파트가 5억원씩이나 뚝뚝 떨어지는 것은 더이상 추가 상승은 어려운 터에 세금만 잔뜩 내는 게 너무 부담스럽기 때문일 것이다. 향후 시세는 이 가격엔 금융비용 혹은 세금을 다 내고도 절대 안 팔고 버틸 수 있다는 거주자들의 심리적 균형점에 도달할 때까지 조정받을 공산이 크다.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는 지역, 즉 피플론을 강조하는 분석은 좀 더 다양한 버전이 필요해 보인다.

수도권의 경우 출퇴근 시간을 고려해 서울역 혹은 강남역과의 거리를 감안해 가격이 결정될 것이다. 새로 개발되는 서울숲과 용산은 인기를 더욱 모으겠지만 이미 너무 오른 것 아닌가에 거래자들은 한층 신중해질 것이다.

더욱 펀더멘털한 것은 인구 구조와 집값에 관한 함수관계일 것이다.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에 대해 귀가 닳도록 들었다. 뭘 잃어버렸는가? 주가가 3만8000에서 1만4000까지 폭락한 것을 두고 말하기도 하고, 집값 폭락을 강조하기도 한다. 종합적으로는 자산가치로 가계가 가난해졌다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 인구 감소가 시작된 것은 2006년. 그런데 집값이 본격 하락세로 접어든 것은 1994년이다. 12년의 격차가 난다. 94~97년에 폭포수처럼 신규 분양이 쏟아져 수요-공급간 공급 우위로 칼자루를 집 팔 사람이 아닌 살 사람이 쥐었다는 점도 결정적 변화였다.

우리나라는 2018년부터 인구 감소기에 접어듦으로 일본에 대비하면 피플론에서는 이제부터 태풍영향권에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주택보급률과 신규 분양계획을 한ㆍ일 양국간 비교해야 더 정확해질듯) 송파 광교 동탄 인천 송도 인근지역 등 분양 홍수 여건도 흡사하다.

이제 두번째로 중요한 부동산과 금융간의 관계를 따져볼 차례다. 금리와 자금 공급에 관한 것이다.

대출금리가 올라가면 이자부담이 증가하므로 가격은 상승보다는 하락 압력을 받게 돼 있다. 그렇다면 향후 금리향방은? 인플레이션을 치유하기 위한 세계적인 오름세는 불보듯 훤하다. 중국 미국 유럽 할 것 없이 모조리 오른다. 인도는 연 11%로 오를 것이라고 발표했고, 베트남은 무려 25%에 달한다.

일본은 옷이나 음식처럼 집도 땅도 넘쳐나는 시대를 목격하면서 부동산 불패신화가 꺼져버렸다. 전성기의 10분의 1 가격으로 된 곳도 수두룩하다. 전국 600만채의 집은 빈집으로 있다. 도쿄의 신축 아파트 분양가는 10년 전에 비해 34%나 하락했다. 세제 금융 인구 문제 외에 경제전망(당분간 먹구름)과 세계적 유행 등 또 다른 3대 요소가 원심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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