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img.mk.co.kr/money/2007/money2007_top.gif) | ![](http://file.mk.co.kr/money/jtech/200804240508301639415.jpg) | | 김상민![](http://money.mk.co.kr/2007/img/icon_2.gif)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92년 매일경제신문에 입사했다. 그 후 경제, 금융, 산업 담당 기자로 활동했으며, 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전경련, 삼성 등을 담당했다. 2000년 미국 산호세대에서 1년간 초빙연구원으로 있었으며, 이 후 미국 워싱턴대(세인트루이스 소재)에서 MBA 학위과정을 마쳤다. 현재 매일경제신문 기자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한국재벌, 미래는 있는가》(공저),《중산층 뛰어넘기》(공저)등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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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轉圓)이란 융통성있게 말함으로써 원하는 것에 들어맞게 됨을 의미한다. 종방(從方)이란 모든 일을 법칙에 맞게 처리하는 것이다”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인물인 귀곡자는 처세의 방법으로 방원술(方圓術)을 주창했다. 방(方)이란 자신의 원칙과 주장을 뜻한다. 건물로 얘기하면 골격에 해당한다. 원(圓)이란 융통성을 의미하므로 시류를 잘 읽고 따라감을 얘기한다. 귀곡자는 죽어도 원칙만 고집하거나, 아무 원칙도 없이 그저 부화뇌동하는 것을 모두 경계했다.
‘한비자’에서 유래된 중국 고사성어에 정인매리(鄭人 買履)란 표현이 있다. 정나라 사람이 신발을 사려고 먼저 발 크기를 잰 후 시장에 갔다. 그랬다가 집에 발 치수 잰 것을 놓고 온 것을 알고, 다시 집에 돌아와 치수 잰 것을 가지고 갔다. 그랬더니 시장은 모두 파한 뒤라 신발을 살 수가 없었다. 어떤 사람이 왜 직접 신발을 매지 않았느냐고 하니 그는 “발 치수 잰 것은 믿어도 내 발을 믿을 수 없어서요”라고 답변했다.
널리 알려진 각주구검(刻舟求劍)이란 고사성어도 융통성 없음을 비웃는 표현이다. 검객이 나룻배를 타고 강을 건너다 중간에서 빠뜨린 칼을 찾으려고 배에 표시를 해놓고, 배가 정박한 뒤에 표시한 곳에서부터 들어가 칼을 찾으려 했다는 일화에서 나온 표현이다.
경제의 흐름이나 재테크의 새로운 방향을 찾을 때도 귀곡자처럼 세상을 ‘방원’의 기준에서 보는 게 중요하다. 한 방향에서 바라보지 않고 두루 살핀 다음 유연하게 대처해야한다는 얘기다.
지난해말 대선이 끝났을 때 많은 사람들은 새로운 대통령의 ‘경제 살리기’ 공약을 철석같이 믿었다. 대선공약 가운데 하나인 대운하에 대해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실현될 것으로 전망했다. 주식시장에서는 ‘대운하 테마주’가 형성돼 주가가 고공행진을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현상은 기대와는 전혀 딴판으로 흘러가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개방이 실체보다 더 크게 국민 정서를 자극하면서 촛불시위를 불러 일으켰고, 많은 대선공약이 유야무야가 될 신세에 놓였다. 한나라당에서도 대운하 포기와 공기업 민영화 재검토 등 대선공약의 방향전환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높다. 쇠고기 파동보다 경기침체를 걱정하는 목소리는 더 커졌다. 그러다보니 ‘대운하 테마주’는 연일 폭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해당 기업의 실체를 잘 살피지 않고, 막연히 테마주이며 대통령의 공약에 따른 수혜주임을 믿은 순진한 투자자들은 적지 않은 손해를 봤을 것으로 보인다. (대형 사업은 여론에 의해 좌우될 수 있음을 간과한 결과다)
주식시장도 정국의 혼란속에 별로 썩 좋은 모습이 아니다. ‘경제 살리기’ 공약만 믿고 시장에 뛰어든 투자자는 쓴 맛을 보고 있을 것이다. 반면 경제와 주식의 상관관계를 잘 아는 투자자는 회심의 미소를 지을 지 모르겠다.
일반적으로 투자자는 기업인과 다르다. 자신의 수익률이 두자릿수가 아니면 경제가 불황이라고 보며, 주가가 오르면 경제성장률이 오르든 내리든 신경쓰지 않는다. 그렇다면 시장의 변화는 언제 일어날까.
시장이 변화하려면 예상보다 더 높거나 낮은 성장률을 보여야 한다. 예상치와 비슷하게 성장하면 경기선행지표인 주식시장에 이미 반영돼 있으므로 고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경제를 관찰하는 투자자들은 컨센서스 예측이 잘못됐는지 살피고, 향후 어떻게 될지 잘 관찰해야 한다.
‘7.4.7’로 시작된 새 정부는 벌써 4% 대 성장으로 내려 앉았고, 일부에서는 3%대 하락으로까지 점치고 있다.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가 연초 예측치보다 0.6%포인트 낮아진 2.7%로 조정됐다. 선진국이나 중국 모두 목표치가 낮춰졌다. 고유가로 인한 물가상승 압박이 심한 탓이다. 다만 개발도상국은 충격이 덜할 것이라고 한다. 원자재를 많이 보유하고 신용이 튼튼한 개발도상국에 관심을 기울리만 하다는 것을 뜻한다.
투자자들은 금리도 예리하게 볼 필요가 있다. 금리가 상승하지 않거나 예상보다 느리게 오르면 건설경기가 살아난다. 역으로 금리가 급속히 오르면 대출을 끼고 집을 사는 사람이 줄어 건설업체의 타격이 불가피하다. 국내 미분양이 공식적으로 13만 가구를 넘고 금리도 뛰고 있는 시점에서, 건설업체 수익성이 악화되는 것을 눈여겨봐야하는 이유다.
들판에 가뭄이 들 때는 웅덩이를 옆에 둔 논이 각광받는다. 물공급이 어느때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경기가 좋지 않을 때는 개별 기업에 주목해야 한다. 예컨대 생활필수품을 공급하는 업체나 교육업체 등에 눈길을 두는 게 어떨까. 내구재 소비는 줄이더라도 자녀들의 학원비는 줄이지 않으며, 외식은 줄이더라도 세끼 식사는 꼬박꼬박 진행하기 때문이다. 경기침체때는 리조트나 관광상품의 인기가 떨어지고, 골프회원권도 크게 대우를 받지 못한다.
귀곡자는 ‘세상만사가 변한다’며 세상사의 절대 진리는 없음을 ‘방원술’을 통해 보여준다. 변화의 시기에는 기존 도그마(신념)를 깨고, 가계부나 포트폴리오부터 재점검해 새로운 생활패턴과 투자패턴을 구축해야 하겠다.
[김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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