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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상식

180조 마이너스 富의 효과

180조 마이너스 富의 효과
주식자산 고점대비 105조 손실…아파트값 2년새 75조줄어

# 사례 1광고대행사 사장 박찬석 씨(가명ㆍ46)는 최근 승용차를 바꾸려던 계획을 접었다. 박 사장은 수년간 탄 자가용을 고급차로 바꾸려고 1년 반 동안 적립식 펀드에 들어 올해 5월 초만 해도 약 2700만원의 이익을 봤다. LG디스플레이 등 개별 주식으로도 1000만원이 넘는 평가이익을 남겨 목표(?)를 눈 앞에 뒀다.

박 사장은 "목표금액을 몇 백만원 앞두고 친구들한테 한 턱 내기도 했다"며 "그런데 5월 이후 국내 증시가 급격히 무너지면서 그동안 쌓였던 수익을 다 날리고 말았다"며 허탈해 했다.

# 사례 2지난해 8월 경기도 용인 상현지구에서 48평형 아파트를 8억3000만원에 분양받은 개인사업자 정성민 씨(46). 당시 6%대였던 주택담보대출(약 2억원)은 금리가 계속 올라가면서 이제는 이자부담액이 매월 100만원이 넘는다. 이자 갚느라 외식 한번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용인지역 아파트값이 연초보다 20~30% 급락해 빚을 갚기 위해 아파트를 팔 수도 없게 됐다. 그는 "경기침체로 사업장 자금 압박은 심하지, 대출 이자는 갈수록 불어나지, 올해는 여름휴가도 집에서 보내야 할 판"이라고 한숨을 쉰다.

주식 부동산 등 보유 자산 감소가 소비 위축을 가져오는 이른바 '역(逆)의 부의 효과(Wealth effect)'가 나타나고 있다. 물론 소비위축은 고유가(인플레이션 압력), 환율 등 거시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가장 큰 원인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최근 같은 주가 급락은 불안감을 확대시켜 급격한 소비 위축을 불러일으키고 이는 다시 기업의 생산 감축, 투자축소로 진행되면서 경기침체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증권선물거래소와 펀드 정보업체인 제로인에 따르면 주가지수가 고점이었던 지난해 10월 말에 비해 총 105조1998억원에 달하는 개인들의 주식자산 가치가 허공으로 사라진 것으로 추산됐다.

지난해 10월 말 고점에 비해 시가총액은 코스피 232조8900억원, 코스닥 31조2351억원 등 모두 264조1251억원이 증발했다. 시가총액에서 개인투자자 비중(2007년 말 기준 25.3%)을 감안하면 개인들은 약 62조694억원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산된다. 같은 기간에 해외 주식형 펀드에서 20조6117억원,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22조5187억원의 자산이 줄어들었다. 개인들의 자산가치 하락(105조1998억원)을 전국 가구수(1868만7694가구)로 나누면 평균 563만원의 손실을 입었다는 계산이다.

부동산값이 고점이었던 2006년 10월에 비해 올해 7월 초 현재 버블 세븐 지역 아파트 가격은 75조원가량 줄어들었다. 닥터아파트, 부동산써브 등 부동산정보업체 추산에 따르면 버블세븐 지역 59만2100가구의 시가총액(가구수×시세)은 2006년 10월 438조5645억원이었지만 올해 7월 초에는 363조1522억원으로 75조4123억원이 감소했다. 이 지역 아파트 보유자들은 불과 1년 8개월 만에 평균 17%가량 자산이 감소한 셈이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박사는 "최근처럼 주가가 급락하면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불안감이 커져 주가가 급등하더라도 단기간에 소비가 쉽게 되살아 나지 않는다"며 소비위축이 장기화될 수 있을 것으로 우려했다.

■ <용 어>

'부의 효과(Wealth Effect)' : 자산가격이 상승하면 소 비도 증가하는 현상으로 '자산효과'라고도 한다. 현재 소비가 미래 소득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 근거를 두고 있다. 예를 들어 주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선 미래 자산 증가를 예상해 투자자들이 소비를 늘린다는 것이다. '마이너스 (逆) 부의효과'는 거꾸로 자산가격이 하락하면 소비가 감소하는 현상을 말한다.

[박기효 기자 / 채수환 기자 / 박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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